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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행선지 : 토성-상트레겐 계곡
두 번째 행선지 : 타이탄-운터에르데 시장 세 번째 행선지 : 달의 이면 F구역 네 번째 행선지 : 달-몬츠그리프 지구 다섯 번째 행선지 : 지구-나인 섬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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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숫자들은 뭐였지?” 그녀가 보았다. 25년 7일 14시간. 그건 훈이 나를, 토성을 떠난 후 지나가버린 시간들이었다.
--- p.9~10 내 이름은 룻. 지구에서 햄버거를 팔고 있다. 그 유명한 ‘버거버거’를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전 우주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 햄버거 전문 기업. 바로 거기서 낮 타임에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해가 지고 나면 뭘 하는지는 조금 뒤에 가서 털어놓도록 하겠다. 좌우지간 나는 할아버지가 생각하던 것처럼 그렇게 순진한 어린아이는 아니었다. 요즘에 와서야 그분이 유난스럽게 구셨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반평생 수많은 우주의 범죄를 목격하신 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 p.13 이런 식의 복수는 사실 훈에게 해주려고 했다. 그가 다시 날 찾아오면, 무전도 받지 않고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다음, 버려진 느낌이 어떤 건지 알게 해주는 것……. 인간들은 속 시원한 앙갚음을 해주고 나면 ‘고소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고, 더러운 찌꺼기가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은 것 같은 찜찜함만 남았다. 뭐가 잘못된 거지. 대상이 훈이 아니라 그의 손녀라서? 아니면 내가 로봇이라 인간과는 다르게 감지하는 걸까? --- p.60 “그 만화는 명작이라고! 또 물어볼까 봐서 미리 얘기하는데, 명작이란 건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을 말해.” 그래.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들이 있다. 변함없이 헛된 것을 좇는 범죄자들이 있고, 그런 놈들에게 어이없이 쫓기는 사람이 있고, 또 그 범죄자들을 쫓는 사람이 있고……. --- p.69 우리는 배를 불려주고 감옥에 가두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품고 있었지만, 일찍부터 자리 잡은 모순된 자존심이 그녀의 따듯한 동정심을 강하게 거부했다. 인간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쓰레기보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그런 종류의 자존심이다. 올바른 자존심도 분명히 있지.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보다 현명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그때는 미처 몰랐어. --- p.107 호럼에게는 인간이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설사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곁에 있었다 해도, 내가 온 마음으로 뜨겁게 받아들인 깨달음이 누군가에겐 그저 휘파람 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인간의 언어는 별들의 중력과도 같다. 사람들은 수많은 타인과 부딪치며 여러 언어의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통합해나간다. 다양한 언어가 뭉칠수록 끌어당기는 힘도 덩달아 강해진다. ---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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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 강력 추천!
영어덜트 문학의 무서운 신예의 등장! 버려진 우주 정찰선 티스테와 생계형 해커 소녀가 벌이는 따뜻한 SF 티스테와 룻은 서로 다른 목적을 품은 채, 지금 이곳을 방치한다면 다다르게 될 것 같은 미래를 쾌속으로 누빈다. 추악하고 비정하고 혹독한 일만 겪은 이들 사이에서, 용서와 이해가 가능할까? 이 소설은 귀여운 우주 활극처럼 보이지만 묵직한 펀치로 가득하다. 당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기를! _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의 작가) 안드로이드로 재탄생한 우주선 티스테와 생계형 해커 룻이 펼치는 아름다운 우주 활극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에서 카카오페이지 특별 선정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영어덜트 장르문학은 10대에서 30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르물 또는 장르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을 의미한다. 빠른 전개와 강한 흡인력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거기에 참신한 소재와 현실 풍자, 그리고 문학성까지 두루 갖추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공지능 티스테다. 우주 경찰인 훈과 함께 토성을 정찰하다 훈이 출산을 앞둔 딸을 만나러 지구로 떠나면서 혼자 남겨지게 된다. 티스테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훈의 말을 믿고 25년을 기다리지만 토성의 거친 풍파가 티스테의 몸체를 점점 망가뜨리면서 희망도 꺼져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레스 박사가 티스테를 발견하고 그를 안드로이드로 재탄생시킨다. 자신을 버린 훈에게 복수를 꿈꾸던 티스테는 지구에서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정찰선을 찾아온’ 소녀를 만나게 된다. 바로 훈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게 했던 인물, 훈의 손녀딸 룻이었다.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가슴에 품은 채 지구로 향하는 티스테와 룻. 지구로 오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영혼을 갉아먹는 모래 폭풍뿐인 토성의 상트레겐 계곡, 없는 게 없는 데다 범죄자들까지 득실대는 타이탄의 운터에르데 시장, 해적단이 도사리고 있는 달의 이면 F구역, 우주선 정비에 필요한 모든 것과 태양계 최고의 먹거리가 가득한 몬츠그리프 지구(地區)까지 그들은 여러 기착지를 거치는 동안 위험에 빠진 서로를 구해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길고도 짧은 여정을 통해 두 주인공은 각자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가는 것이다. 상처받은 존재가 다시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약속, 신뢰, 우정, 공감, 용서… AI로부터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깨닫다 인간의 옷을 입게 된 우주선 티스테와 조종사의 손녀 룻의 입장을 상상하며 인간이 누리는 개념들에 대해 배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시간, 약속, 선택의 기회, 공감, 탄생, 용서의 개념 같은 것 말이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은 역설적이게도 안드로이드 티스테를 통해 인간만이 누리는 약속, 신뢰, 우정, 공감, 용서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상처로 얼룩진 두 사람은 과연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인간보다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통해 인간이 잊어가는 인간만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약속만 믿고 25년간 주인을 기다려온 티스테,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홀로 엄마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룻. 그들 모두 누군가에게 버림받아 상처받은 존재들이지만 고통 속에서 잊고 있던 가치를 배우고 깨달으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그러면서 결국 각자가 품었던 목적을 잊고 우리가 되어간다. 차가운 기술로 시작해 따뜻한 인간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해커와 안드로이드, 우주와 지구를 소재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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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7일 14시간 동안, 토성의 험준한 계곡에 버려진 낡은 정찰선 티스테가 있다. 티스테의 주인은 따뜻한 성품의 우주 경찰 다비드 훈이었는데 새 모델을 거부할 만큼 티스테를 아꼈지만, 딸과 손녀를 만나기 위해 홀로 구조되길 택한 후 돌아오지 않았다. 모래 속에 잠겨 내내 기다렸던 버려진 우주선의 마음을 상상한다. 그것은 어딘지 아이를 닮은 마음이다. 그리고 아픈 어머니를 위해 할아버지의 정찰선을 회수하기로 한 어린 해커 룻이 있다. 가까스로 살아남는 데에만 집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회에 녹아들지 못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티스테를 수상한 거대 기업 ‘우주로직사’에 넘긴 후, 그 보상금으로 어머니에게 10년 치 맑은 공기를 주고 싶어하는 룻은 영악하면서도 애틋하다.
티스테와 룻은 서로 다른 목적을 품은 채, 지금 이곳을 방치한다면 다다르게 될 것 같은 미래를 쾌속으로 누빈다. 암은 99퍼센트 치료할 수 있게 되었지만 청정 구역이 얼마 남지 않아 폐병은 손쓸 수 없게 된 세계, 태양계 전체가 인류의 생활 터전임에도 미성년자들이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세계, 격차가 더 벌어지고 폭력이 난무하는 구석구석을. 상처받은 존재가 다시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쉬운 거짓말보다 어려운 진심을 택할 수 있을까? 추악하고 비정하고 혹독한 일만 겪은 이들 사이에서, 용서와 이해가 가능할까? 이 소설은 귀여운 우주 활극처럼 보이지만 묵직한 펀치로 가득하다. 당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기를! -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