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김종호 시선집
김종호
황금알 2020.10.31.
가격
15,000
15,000
YES포인트?
0원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책소개

목차

제1시집

뻐꾸기 울고 있다·12
그리움에도 무게가 있다면·13
서울무정 3·14
서울무정 4·15
그리움·16
애월우체국 1·17
애월우체국 2·18
데생dessin·19
초추의 백사장·20
빚진 자·21
사이·22
꽃보다 아름다운 것·23
집·24

제2시집

새해의 기도·28
해체·30
설산에 오르니·32
주술呪術 1·34
뚝배기·35
호박꽃·36
새소리·37
가난한 마누라·38
바다가 보이는 국밥집에서·40
오병이어·41
땅 한 평·42

제3시집

흐르는 것들은·44
청진기·46
은퇴·48
독 하나 빚고 싶네·51
안개 2·52
하현달 3·54
봄·55
모정·56
민달팽이·58
순례자·60
기적奇蹟·61
운무의 하얀 바다·62

제4시집

어느 가슴에 노래이고 싶다·66
산방일우·67
아가야·68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69
소실점消失點·70
사랑·74
애월우체국 4·75
눈 오는 날의 수채화·76
빈집 5·77
숲의 노래·78
빗소리·79
폐선·80
립스틱·82
커피 한 잔 4·83
허공의 십자가 2·84
바위·86

제5시집

강물의 노래·88
죽어서 사는 영혼의 몸짓·90
억새꽃·92
갈피마다 눈을 감은 것들·93
누가 나를 기록하고 있네·94
광야의 소리·96
가을에·98
날개 3·100
흔들림에 대하여·103
고등어·104
슬픔을 방목한다·106
빈 집 7·108
그리움·109
개똥이·110
나 그런 여자를 안다·112
또 봄은 오고·113
시월서정·114

해설 | 허상문
애월, 그 쓸쓸한 삶과 존재의 풍경-김종호론·118

김종호 연보·133

저자 소개1

1939년에 제주도 애월에서 태어나 애월에서 살고 있으며, 2007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뻐꾸기 울고 있다』, 『설산에 올라』, 『순례자』, 『소실점』, 『날개』, 『잃어버린 신발』 등이 있다. 제주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제주문인협회, 국제PEN제주지역회원,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호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90g | 153*225*12mm
ISBN13
9791189205805

책 속으로

겨울바다 건너온 봄
햇살이 눈꺼풀 무거운 한낮을
뻐꾸기 하염없이 울고 있네

고내오름* 중턱, 나무 그늘에
한 줌 바람 이마에 시원하고
삼백 년 소나무, 네 나이 몇이냐 물으니
줄곧 걸어온 길이 저만치 사소하다

적막하다, 봄 한낮 산속의 고요
숲은 침묵으로 더욱 깊어지고
먼 뻐꾸기 소리, 개개비 둥지에 놓고 온
제 새끼만 염치없이 부르고

그립다
고향 육십 년
늙은 마누라 옆에 두고
웬 그리움이 저미어오는가

뻐꾹 뻐꾹 뻐꾹
고향에 살면서 고향이 그립다

* 고내오름: 표고 175m의 산. 제주 고내리 소재이나 애월리와 연접하고 있다.
---「뻐꾸기 울고 있다」중에서

그리움에도 무게가 있다면
내 그리움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한 세월 모르게 짓무른
가슴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어차피 혼자서 가는 길
길가에 가로등처럼
구름 뒤에 낮달처럼
오는 날은 오게 두겠네
가는 날은 가게 두겠네

훗날 어쩌다 눈이 마주쳐
내 사랑 어디 있나
그대 물으면
살면서 그리웠노라고,
살다가 잊었노라고

그리움에도 무게 있다면
그리움을 달 저울이 있을까
---「그리움에도 무게가 있다면」중에서

중학교 졸업하고 몇 년을
전쟁의 상흔이 벌건
서울거리를 기웃거리고 다닐 때

골목 어귀에 군고구마 냄새가
나를 막아서는 거다
그리울 것 없다던 고향이, 글쎄
한사코 나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자꾸 배에서 꼬르륵거려서
꼬깃꼬깃 천환 한 장을 던져주고
얼른 군고구마 한 봉지를 들고
골목 어귀에 기대어 호호 불며 먹을 때
하얀 입김이 우리집 저녁연기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보리밥 냄새로
쌓인 눈이 다 녹는 거였다

고향에도 함박눈이 푹푹 내리겠지
산이며 들이며 하얗게 쌓였겠지
이 저녁 한라산 노루들이 푹푹 빠지면서
마을로 내려오겠지
---「서울무정 3」중에서

소싯적 서울 4년에
안 해본 짓이 없다

종로 1가에 있는 서린당구장
붉은 벽돌집 적산창고에서
청소를 하며 지낼 때
지붕 밑 다락방이 나의 숙소
사다리 타고 올라가 쥐랑 자다가
아침에 내려와서는 사다리를 치웠다

내기당구 손님들로 통금이 넘어서야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청소를 할 때, 꼭 그때
남영동 멀지 않은 서울역에서 기차가 울었다
화통 삶아 먹은 철마가 왝-왝- 소리를 지를 때
당구대 위에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려서 그런가, 그때는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떨어지는 눈물이 서러워서
목 놓아 울곤 하였다
---「서울무정 4」중에서

바람 부는 날
방파제에서 노을에 젖을 때
어린 그리움이 불쑥
저 수평선을 부른다
어이- 어이-

바람 부는 날
발길 따라 고내봉에 오르면
그리움에 체한 가슴
저 한라산을 부른다
어이- 어이-

잊었노라,
그렇게 사십 년 세월
바람 부는 날이면
해묵은 사랑이 불어와
저 바다에 파도가 높다
어이- 어이-
---「그리움」중에서

가며오며
우체국 안을 기웃거린다
혹 내게 부쳐올
마음이라도 있는 듯이

애월우체국 뜰에
백 년 늙은 선인장은
해마다 삼백일까, 오백일까
촛불 켜듯 꽃을 피운다는데

가는 사연, 오는 소식마다
노란 꽃 송이송이
그리움이 피어난다 하던가

가며오며
우체국 안을 기웃거린다
혹 내게 부쳐올
섧은 마음이라도 있는 듯이
---「애월우체국 1」중에서

가며오며
일없이 우체국에 들른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그냥 웃고
아가씨, 눈웃음으로
쟁반에 받쳐온 믹서커피를
나는 목례로 받아 홀짝거린다

밀감을 보내는 사람
감자를 보내는 사람
건어물을 보내는 사람
보내는 마음은 섭섭하다는데
보내는 사람마다 족한 얼굴이다

시골우체국에는 부쳐오는 것은 없고
암탉처럼 늙은 마음들을 보내고 있다

오가며 일없이 우체국에 들르고
아가씨의 고운 마음씨를 대접받고
홀짝홀짝 오가는 인정을 마시고 온다
---「애월우체국 2」중에서

잘못 그은 선이 있다
지우고 싶은 삶이 있다
다시 긋고 싶은 선이 있다
새로 그리고 싶은 삶이 있다

시간은 뒤돌아보지 않고
고쳐 그릴 수 없는 인생은 슬프다
아, 나는 습작 없이
명작으로 가는 길을 모르네

안개 짙은 바다에
부우- 부우- 무적은 울고
보아라, 어느 날
싹둑 잘린 나이테 하나 들고
그 앞에 홀로 서리라

한 번이어서 소중하고
수정할 수 없어 애틋하고
서툴고 흠 있어 내 것인 것을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데생dessin」중에서

초추의 백사장은 텅 빈
이야기로 쓸쓸하고
한여름 불타던 열정은
쓸쓸히 휴지만 날리고 있네

바람은 깔깔하고
파도도 범하지 못하는
저 아득한 공허,
여명도 망설이는 하얀 적멸을
첫 순정의 촉감으로 걸었네

돌아보면 너무 멀리 와버린
나는 한 마리 물새 발자국
수없이 밟고 간, 아스라이
부서진 조개껍질들
억겁의 모래톱에 쌓이는 파도는
차마 떨리는 인과를 지우고 있는가
---「초추의 백사장」중에서

아내가 둘째를 낳은 후 이런 말을 하였다 산고가 시작되고
동네 산파에게 목숨을 맡기고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이 신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적이 처연하더라는 것이다

나면서 진 빚을 일생 지고 산다
너무 쉽게 가정이 와해되는 세상,
내 빚은 더욱 무겁고 어머니의 젖가슴이 그립다
까막눈 안 만들겠다고 옆집도 뒷집도 안 보내는 중학교를
순전히 깡다구로 보내놓고 소처럼 일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고졸인 내가 중등교사전형에 붙었다는 통보를 받고
초등학교 운동장 100m 코스를 단숨에 달렸다
소나무 아래 앉아 헐떡이는데 눈물이 줄줄 내렸다
‘어머니, 막내아들 첫 월급으로 따뜻한 내의 한 벌 입으시고, 김이 펑펑 오르는 하얀 쌀밥 고봉으로 한 상 잘 잡숫고 가시지 그랬어요’

---「빚진 자」중에서

출판사 리뷰

김종호는 현대시의 일반적 경향과 먼 거리에서 서정시의 전통을 이어가는 자리에 서 있는 시인이라 할만하다. 그는 여느 시인들이 쉽게 스쳐 지나가 버리는 작지만 의미 있는 사물들 앞에 멈추어 깊은 서정의 우물을 길어 올린다. 형상화하는 세상은 평화롭고 순정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아픔과 슬픔의 잎맥을 헤아린다. 따라서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이 세상에 드리워진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맑고 투명한 순정의 마음이 우리의 영혼을 충전시켜 준다. 요컨대 김종호 시 세계의 특성은 시적 서정성, 조탁을 이룬 간결하고 투명한 시어, 그리고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로 집약될 수 있다.

여기서 김종호 시인의 시적 의의와 성과를 더욱 구체적으로 살피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시 전반에서 그리움을 매개로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삶과 존재에 대한 자각, 자신에게 닥치는 슬픔을 일상적 조건으로 수용하여 슬픔의 보편성과 지속성의 의미를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김종호의 삶과 시의 윤리를 형성하는 정서의 본질이 된다. 그리하여 그의 시에서는 고향과 타향, 자연과 문명, 자아와 타자가 서로 대립하는 이질적 관계가 아니라 화해와 조화의 대상이 된다. 김종호의 시의 언어는 세계를 감싸 안으면서 세계와 하나의 화음을 이룬다. 제주 오름과 설산(「설산에 오르니」)과 바다(「운무의 하얀 바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새(「뻐꾸기」), 숲(「숲의 노래」)과 꽃(「억새꽃」)들이 모두 시적 소재가 되고 사랑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줄곧 걸어온 나의 그리움의 실체 사랑의 완성을”(「소실점 消失點」) 위한 것이다.

F. 소쉬르의 어법을 빌면, 세상은 하나같이 기의는 사라져가고 있고 기표의 파편만이 부유하고 있다. 시인은 토막 나고 흩어진 이 파편들을 끌어모아 “까맣게 몸을 뒤틀다가 허공으로/실낱같이 스러지는 고통의 시어들”을 살려내고자 한다. 이것은 단순히 부유하는 기표의 의미들을 살려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슴복판을 예리하게 찢고 가는/고통에 뒤틀리는 영혼의 몸짓”이다. 그리하여 기표 안에 은폐해 있던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고자 한다.

모든 존재 위로
햇살은 한결같이 내리고
죽어야 한다, 부활의 꿈을 위하여
피를 철철 흘리는 길에
사랑은 죽어서 사는 영혼의 몸짓
불도 안 켠 창으로 드는 파란 달빛
재가 된 시어들이 가슴에 환하다
-「죽어서 사는 영혼의 몸짓」 부분

이제 그는 “죽어서 사는 영혼의 몸짓”으로 자신의 존재를 위한 영혼의 순례를 시작한다. “살면서 무거웠던 것들,/사소하여서 사소하지 않은 것들/옛 초가와 가족, 소꿉동무와 그 바닷가와/그리고 먼 성좌에 반짝이는 어린 사랑/내 안에 그립고 슬픈 시간들”(「갈피마다 눈을 감은 것들」)의 ‘기록’을 찾아 나선다. 완전한 소실점을 찾아서, 다가갈수록 자꾸 멀어져가는 그곳에 닿기 위해서.

시인의 말

아내가 떠나고 며칠 없어 백일이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서 저물도록
하염없이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지.
좁은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과
이차선 도로를 왕왕 달리는 차들과
누레지는 밭과 들판, 먼 산 너머 파란 하늘.
아내는 새들처럼 날아다니고 있었을까.
그녀의 고달팠던 삶들을 하나씩 지우고 있었을까.
아내가 바라보던 풍경이 그냥 하얗다.
시인이라고 아내의 아픔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들개처럼 떠돌았던 날들이 고통으로 나를 찌른다.
내길 또한 멀지 않고,
한 걸음도 안 되는 길이 참 멀다.
거울 앞에서 당신은
여전히 웃으며 나를 보고,
내 가난한 시를 엮어,
국화 한 송이를 드린다.

추천평

김시인의 시에는 그의 삶의 현실감이 치열하게 드러난다. 김종호 시인은 시 쓰는 시인이라기보다 시를 하는 시인, 시를 사는 시인이다. 그의 팔순을 넘긴 나이에 지난 칠월 아내를 먼저 보내고 그 오랫동안 부인 곁에서 부인을 간호하며 지낸 안타까웠던 삶의 행적들을 비추어내고 있다. 고내오름 중턱 늙은 그늘에 앉아 줄곧 걸어온 시인의 길이 적막하고 사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 한기팔 (시인)
고향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부모님을 지척에 모시고 있으면서 간절히 그리워하는, 이 역설적 정조의 바탕에는 세상을 살갑게 바라보는 선생의 인품이 스며 있다. 거기에 시인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있을 터이니, 순동 선생을 ‘그리움의 시인’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 김석희 (소설가, 번역가)
시인은 80여 성상 그의 고향 애월에 똬리 틀고 살았다. 초년에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 거리를 헤맨 적을 빼곤…. 그러나 시인의 세계는 한라산을 올라 우주를 껴안았고 수평선을 넘어 영겁으로 달렸다. 그가 평생 시를 썼던 건 아니다. 69세에 이른 ‘어느 날 이미 시커멓게 재가 되어버린 열정이 왕대포 한 잔에 응축되어’ 그는 시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 권무일 (소설가)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5,000
1 1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