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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계단을 보라
양장
윤대녕
문학동네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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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배암에 물린 자국
신라의 푸른 길
남쪽 계단을 보라
지나가는 자의 초상
가족사진첩
사막의 거리, 바다의 거리
새무덤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해설 정혜경(문학평론가)
사막과 바다의 접경을 보았던가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YOON DEA NYUNG,尹大寧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단국대 불문과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8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원」이 당선되었고, 1990년 [문학사상]에서 「어머니의 숲」으로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출판사와 기업체 홍보실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4년 『은어낚시통신』을 발표하며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 책을 통해 존재의 시원에 대한 천착을 통해 우수와 허무가 짙게 깔린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르며 '존재의 시원에 대한 그리움'을 그만의 독특한 문체로 그려나가고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단국대 불문과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8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원」이 당선되었고, 1990년 [문학사상]에서 「어머니의 숲」으로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출판사와 기업체 홍보실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4년 『은어낚시통신』을 발표하며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 책을 통해 존재의 시원에 대한 천착을 통해 우수와 허무가 짙게 깔린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르며 '존재의 시원에 대한 그리움'을 그만의 독특한 문체로 그려나가고 있다. 오늘의 젊은예술가상(1994), 이상문학상(1996), 현대문학상(1998), 이효석문학상(2003), 김유정문학상(2007), 김준성문학상(2012)을 수상했다. 2019년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섯 살 이전의 기억은 전혀 뇌리에 남아 있지 않다는 그의 최초의 기억은 조모의 등에 업혀 천연두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초등학교에 가던 날이다. 주사 바늘이 몸에 박히는 순간 제대로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일곱 살 때 조부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에 들어갔다. 입학도 안 하고 1학년 2학기에 학교 소사에게 끌려가 교실이라는 낯선 공간에 내던져진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아버지에게 한자를 배웠다. 한자 공부가 끝나면 조부는 밤길에 막걸리 심부름이나 빈 대두병을 들려 석유를 받아 오게 했다. 오는 길이 무서워 주전가 꼭지에 입을 대고 찔끔찔끔 막걸리를 빨아먹거나 당근밭에 웅크리고 앉아 석유 냄새를 맡곤 했던 것이 서글프면서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독서 취미가 다소 병적으로 변해,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 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 우연히 '동맥'이라는 문학 동인회에 가입한다. 그때부터 치기와 겉멋이 무엇인지 알게 돼 선배들을 따라 술집을 전전하기도 하고 백일장이나 현상 문예에 투고하기도 했고 또 가끔 상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거의 한 달에 한 편씩 소설을 써대며 찬바람이 불면 벌써부터 신춘 문예 병이 들어 방안에 처박히기도 했다.

대학에 가서는 자취방에 처박혀 롤랑 바르트나 바슐라르, 프레이저, 융 같은 이들의 저작을 교과서 대신 읽었고 어찌다 학교에 가도 뭘 얻어들을 게 없나 싶어 국문과나 기웃거렸다. 1학년 때부터 매년 신춘 문예에 응모했지만 계속 낙선이어서 3학년을 마치고 화천에 있는 7사단으로 입대한다. 군에 있을 때에는 밖에서 우편으로 부쳐 온 시집들을 성경처럼 읽으며 제대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때 군복을 입고 100권쯤 읽은 시집들이 훗날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제대 후 1주일 만에 공주의 조그만 암자에 들어가 유예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투명하게 보려고 몸부림쳤다. 이듬해 봄이 왔을 때도 산에서 내려가는 일을 자꾸 뒤로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뻔한 현실론에 떠밀려 다시 복학했고 한 순간 번뜩,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문학이라는 것을 아프게 깨닫는다.

데뷔 이래 줄곧 시적 감수성이 뚝뚝 묻어나는 글쓰기로 주목을 받은 윤대녕은 ‘시적인 문체’를 지녔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의 글에서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그만의 시적 색채가 느껴지는 문체가 있어서이다. 동시에 그의 글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일상을 마치 스냅사진을 찍듯 자연스럽게 포착하여 그려내는 뛰어난 서사의 힘이 느껴진다.

윤대녕은 고전적 감각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동시대적 삶과 문화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지향점을 잃어버린 시대에 삶과 사랑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젊은 세대의 일상에 시적 묘사와 신화적 상징을 투사함으로서 삶의 근원적 비의를 탐색한다. 내성적 문체, 진지한 시선, 시적 상상력과 회화적인 감수성, 치밀한 이미지 구성으로 우리 소설의 새로운 표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으로『남쪽 계단을 보라』,『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대설주의보』를 비롯해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추억의 아주 먼 곳』,『달의 지평선』,『코카콜라 애인』, 『사슴벌레 여자』, 『미란』 등을 발표했다.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 『누가 걸어간다』, 『어머니의 수저』,『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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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16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81쪽 | 490g | 140*198*30mm
ISBN13
9788954620932

책 속으로

내 진정 너를 할퀴면서 내가 아프다 소리친 적은 없었던가. 혹은 너의 사랑을 배신이라 이마에 적어놓고 남몰래 서슬 퍼런 독을 키우며 산 것은 아니었을까. 이토록 울혈 진 마음…… 겁내하는 마음…… 그렇게 비겁한 자 되어 마침내 아침이 와도 이렇듯 포대기 속에 숨어 총칼을 껴안고 있어야 하는 마음. ---「배암에 물린 자국」중에서

밤은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내며 깊어가고 있었다. 잠시 나는 조기떼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내 품 안에서 그녀는 죽은 듯 오래오래 소리가 없었다. 저 코발트빛 어둠 속에다 대나무를 꽂고 애타게, 무슨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는 사람처럼. ---「남쪽 계단을 보라」중에서

“사람에겐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야. 그래서 때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 사람이 상처 한번 받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겠어. 다행히 그것도 길들이기에 따라서는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 사람의 숨결 속에서 말이야. 과거의 자신을 애써 부인하려고 하지 마. 그때엔 그게 아마도 최선이고 진실이었을 거야.” ---「가족사진첩」중에서

나는 너무 지친 사람들만 만나며 살아왔다. 이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정갈하고 혼자 있어도 추해지지 않는 그런 사람 곁에 있고 싶다. 나는 너무 상처받은 사람들만 만나왔다. 아니 상처받지 않으면 못 배기는 사람들하고만 술을 마셔왔다. 하지만 상처란 눈에 보이는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그건 상처라고 기억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마음 저 깊은 곳에 숨어 살며 소리없이 영혼을 갉아대고 있는 어떤 짐승의 그림자 같은 것일 게다. ---「사막의 거리, 바다의 거리」중에서

“사막에 백합꽃들이 피고 있어요. 마침내 무도가 시작되려나봐요.”
사막에 피고 있는 백합. 백합이 피고 있는 사막.
나는 눈을 지그시 뜨고 창밖 어둠 속에 눈을 주었다.
눈이 내리고 있는 밤의 사막. 무도가 시작되고 있는 사막.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중에서

이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소설과 두 편의 중편소설은 1994년 봄부터 1995년 봄까지 집중적으로 썼다. (……) 나는 이 시기에 그 화염 같은 열기 속에서 작가로서의 내 운명을 확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후 주기적으로 슬럼프가 찾아왔지만, 지금껏 버텨온 것은 그 ‘화염’에 대한 뿌리칠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것이 구심력으로 작용해 내가 소설의 바깥으로 달아나지 못하게 한사코 붙들어주곤 했다.
문장을 바로잡기 위해 전편을 다시 읽어보니, 아날로그 시대의 풍경이 판화처럼 곳곳에 남아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이었으므로 서로 지극히 몸을 움직여야만 가까스로 마음의 주고받음이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지만 중편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과 「지나가는 자의 초상」이 어쩔 수 없이 더 마음에 남는다. 왜냐하면, 사막이 그리우면 결국 사막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때의 간절함과 간곡함을 되찾고 싶기 때문이다.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막을 향한 그리움으로 결국 사막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간절함 간곡함에 대하여


『남쪽 계단을 보라』에서 우리는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 예술적 기품과 장인의 엄격함을 더해가며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해온 소설가 윤대녕의 뿌리를 만나게 된다. 그 뿌리를 통해 우리는 이 소설가가 타고난 감각을 통해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포착해내고 이에 문학적으로 응전하는 한편, 방황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독과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그려왔음을 알게 된다.

특히 2013년 지금 이 순간, 『남쪽 계단을 보라』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소설집에 작품이 발표되었던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데에 있다. 오래 잊고 지냈던 그 아날로그 시대의 풍경 말이다. 윤대녕의 이 소설들 덕분에 우리는 그리운 이를 만나려면 그를 향해 직접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 간곡한 세월과 사막을 향한 그리움으로 결국 사막으로 걸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 간절한 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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