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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은 영원한 자살미수 · 13
불의 딸과 태양숭배 · 31 태초에 상처가 있었다 · 53 아무도 오지 않았던 기다림 · 69 문득 사라지고 싶었던 여름날 · 93 평온과 폭풍 사이 · 111 백합이 흐르는 방 · 133 비틀즈―검은 다이몬에 빠져 · 159 왼손과 오른손의 이혼 · 187 누군가 훔쳐간 나의 베르테르 · 207 백수광부여, 광기의 아들이여 · 235 기둥만 있는 집 · 251 무한을 느낄 때, 자유를 느낄 때 · 283 천재를 찾아서 · 315 램프가 켜진 대낮 · 343 hope냐 SUICIDE냐? · 369 청춘이여, 헛된 매춘이여 · 403 천마天馬 · 437 |
金勝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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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 나의 자살미수
언제부터인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같은 책을 써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이란 누구든지 ‘홀로 가는 한 사람’이며 그러나 ‘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하도록 고독한 일’인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 때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이란 숙명적으로 ‘홀로 가는 한 사람’이면서도, 또한 그 한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일한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숙명의 시련과 세속적인 박해와 자기 자신의 파괴를 견뎌야 하는지요. 이 책은 여성판 『데미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미안처럼 통과의례로서의 절망과 우울을 이기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가는 자아 형성 과정의 슬픈 이야기입니다. 여성적 자아라고 해야겠지요. 연속성을 가진 스토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퀼트를 얼기설기 깁듯 조각조각을 단편斷片적으로 얽어놓은 책입니다. 냉혈적 비인간의 시대에 시인으로 산다는 건 황당무계한 이방인 같은 길 ‘태초에 꿈이 있었다. 모든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렇듯이 나는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꾸었고 시를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시인이 되었는가? 더군다나 오늘날과 같은 물신物神의 시대, 철면피하도록 냉혈적인 비인간의 시대에 한 사람의 예술가가 된다는 것, 한 사람의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프고 황당무계한 일일까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시인 또는 예술가는 이단자나 이방인 같은 존재였겠지만, 오늘 우리의 이곳은 온통 예술의 황혼으로 저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시인으로 살고 있으며 시인이 되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왜, 어떤 사람이 시인이 되는 것일까요? 원죄인가, 업보인가?이런 숙명적인 말밖에는 물을 수 없다는 것일까요? 자전적 사실fact을 기록한 상상적 이야기fiction로 읽어주길 조금 더 자라서 예술가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검은 독사와 같은 절대적인 광기의 덩어리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시인이란 황폐한 정원에 자기만의 공작새를 기르는 어느 절름발이 여성시인과 같은 황폐하고도 퇴폐적인 이미지, 광기와 오만으로 점철된 ‘악마적인 천재성’ 같은 것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이해란 결국 오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제 시인이란 ‘큰 바위 얼굴’처럼 현실 지배적인 인물도 아니며 ‘공작새를 기르는 절름발이 시인’처럼 현실도피적인 환각의 불구자만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인이란 결국 숙명적인 한 사람이며 우리가 자궁을 선택할 수 없듯이 업보를 선택할 수도 없기에 시인이 될 업보를 타고난 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의 문학은 나의 자살미수’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결국 자살미수라는 것은 우리가 타고난 개인적 업보(이 시대,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숙명)를 끊고 싶고 그에 저항하고 싶다는 또 다른 고백이 아니었을까요. 자살미수?그것이 내 문학의 의지였고 그것은 결국 모든 업보를 넘어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끝없는 부활 미수의 의지였을 것입니다. 이 책은 하나의 팩션faction입니다. 자전적인 사실fact을 가공한 상상적 이야기fiction로 읽어주십시오. 어둠이라는 같은 태胎에서 태어나 빛을 찾는 혈연 같은 분들께 감사 “우리는 노래에 얽매인 죄수. 우리는 떠날 수가 없구나. 우리의 노래를……”(존 키츠)?바로 이런 예술가의 숙명적인 율법을 지칠 줄 모르는 예술의 강신적降神的인 아름다움을 통해 보여주신 이어령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분의 애정과 배려가 없었다면 아마 이 책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 글을 연재하는 동안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께 머리를 숙여 감사합니다.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나 편지를 읽을 때, 우리는 어쩌면 어둠이라는 같은 태胎에서 태어나 빛을 찾는 같은 혈연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애정과 지속적인 격려가 없었다면 이 어둡고 부끄러운 책은 아마 일찍이 지속을 포기해버린 채 미완성의 거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았던 것처럼 나도 나를 낳았어요” 이 책을 나의 슬픈 어머니께 바칩니다. ‘세상에서 가장 푸르고도 오욕스러운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신 엄마?슬픔 때문에 거룩하시며 절망 때문에 성스러우신 늙은 엄마의 무릎에 나는 여섯 살 때 국화를 치마폭 위에 놓아드렸던 것처럼 이 책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못난 딸은 조용히 말하겠어요. “보세요 엄마. 언젠가 엄마가 나를 낳았던 것처럼 나도 나를 낳았어요! 문학이라는 기적을 통해서요!” 가을이 옵니다. 천재 이상李箱은 말했습니다. “삶이여! 발달도 아니고 발전도 아니고 이것은 분노이다!”라고요. 분노일지라도 꽃은 또 향기롭고 우리는 또 살아야 합니다.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될 수 있도록 숙명적으로 나는 삶을, 시를 지순하게 믿어보고 싶습니다. 만일 내 삶에 자살미수가 없다면 삶이란 기계적 반복에 불과할 것이며, 만일 그 자살미수에서 반야의 꽃과 같은 시가 태어나지 않는다면, 삶이란 단지 혼돈한 테러리즘과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해보고 싶군요. “보다 찬란한 절정의 목숨을 위하여 나는 목매달아 죽을 밧줄을 매달 큰 못이 필요하였네. 그리고 그 못〔釘〕의 이름이 시라네……”라고요. 1985년 가을 서오릉 부근에서 김승희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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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희 시인의 『33세의 팡세』를 읽다보면
에누리를 해서 생각해도 그의 천재성은 결코 깎을 수가 없다. ”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명작 『33세의 팡세』를 읽지 않은 사람은 아직 자기 내면의 불꽃을 당기지 않은 자이다. 아직 ‘내면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 사람이다!” 파스칼의 『팡세』가 신을 향한 생각의 변증법이라면 김승희의 『33세의 팡세』는 인간 내면을 향한 존재의 변증법이다!! 『33세의 팡세』는 내 안에 숨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열망이 벼락 치는 광경이다!!! 불멸의 명작이란 그런 것! - 천양희 (시인) 33년 전 『33세의 팡세』를 밤새워 읽던 시절 불혹不惑의 나이에도 나는 그 책에만은 혹하고 싶었다. 그의 단상은 황무지에 유배된 심정이던 나에게 사랑과 인식의 출발을 하게 해주었고, 우리가 원하는 건 행복이 아니라 강렬하게 집중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살아 갈 이유를 알게 해주었다. 이처럼 33세의 팡세는 김승희만의 자전적 에세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서전이자 반성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책이 지금도 새로운 건, 세월이 흘러도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불멸의 명작이란 그런 것이다. 책 어느 페이지를 들추더라도 페이지마다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고 이끌어가서 다음 페이지를 또 넘기게 한다. 그러나 때로 “자살을 말하면서, 폐허를 말하면서 나는 또 몹시 격렬하게 살고 싶었다.”는 대목에서는 나를 보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또 때로는 죽음이 자비롭고 삶이 잔혹하다는 모순을 드러내는 그에게서 나는 얼마나 서늘한 천재의 기운을 느꼈던가. 분명 그에게는 그 만의 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때마다 무한에 대한 그의 강렬한 열망에 나는 벼락 치듯 전율했다. 그래서인지 김승희를 읽는 내내 “내 속에 비명이 살고 있다.”는 미국의 천재 시인 실비아 플라스가 겹쳐 떠올랐다. 젊은 시간이 그들을 닮게 했을 것이다. 에누리를 해서 생각해도 그의 천재성은 결코 깎을 수가 없다. 1670년의 파스칼이,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는 깊은 사유를 한 철학자라면 2020년의 김승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섬 ‘그래도’를 발견한 놀라운 시인이다. 33세의 팡세가 거기 있어 그 시절 젊은이는 고전을 가졌다. 이 책과 같이 있으면 자꾸 생각의 길이 생기기를 그리고 또 그 길이 나만의 기쁜 비밀이 되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