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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에필로그 |
Kathleen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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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쟤 뭐냐. 쥐 찾고 있나 봐! 바보 아냐?”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타라가 관용어를 썼으며, ‘쥐새끼’는 나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쥐새끼’라는 말은 권위 있는 위치에 있는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는 관용어가 싫다. 타라가 내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서더니 내 책상 위에 두 손을 얹고 나에게 바싹 다가왔다. 헤어스프레이 냄새와 향수 냄새가 났다. “고자질하니까 고소하냐?” “모르겠어.” 이건 사실이다. 나는 ‘고소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 p.30 “걔 건드리지 마라.” 메건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메건이 교실에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 순간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왜? 얜 고약한 고자질쟁이야!” “그냥 내버려 두라고.” 메건이 손가락 관절을 꺾었다. 하나씩, 하나씩. 교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랑 해보자는 거야?” “정 그러고 싶다면.” 메건이 자리에서 일어선 것 같았다.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벨트에 달린 체인이 찰랑대는 소리와 부츠 굽을 쿵 하고 발 내딛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메건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타라는 내 책상에서 손을 떼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 p.31~32 메건이 풀밭 위로 앉으며 물었다. 목과 허리춤에 두른 체인이 챙그랑 소리를 냈다. “너, 뭐 있니?” “… 있냐고?” ‘있다’라는 말은 가지거나 소유한다는 뜻이다. “핸드폰이랑 메모장, 마스크, 연필 한 자루, 펜 두 자루, 공학 전자계산기, 수학 파일, 도시락 가방, 버스 카드 그리고 비상금 20달러를 가지고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대체 왜 이러냐고. 너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거니?” 지금까지 나에게 이런 걸 직접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 보통은 자기 엄마한테 묻거나, 아니면 그 애들의 엄마들이 우리 엄마나 선생님에게 묻곤 했다. “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 이번에는 내가 되물었다. “너는 뭐가 있어?” 메건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하…, 내가 그래 보여?” “응. 너는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안 좋은 것 같아.” (중략) “너는 왜 내가 그게 안 좋다고 생각해?” “멍 때문에.” 메건이 웃었다. 왜 웃는지 모르겠다. --- p.38~39 “오늘 밤? 아빠한테는 네가 금요일에 올 거라고 말했어. 그런데 오늘은 수요일이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여기 있지 않을 거니까. 밴쿠버로 갈 거야.” “왜?” “친구 만나러.” “밴쿠버에 친구가 있어.” “응.” “너, 밴쿠버에서 살았던 적 있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밴쿠버 친구를 사귀었어?” “인터넷으로! 이제 됐어? 그냥 새 아빠한테 내가 너희 집에서 잔다고만 말해 주라.” “혹시 인터넷에 네 신상 정보를 올렸어?” 아빠가 알려 준 규칙이 생각나서 물었다. 나는 규칙을 좋아한다. 규칙은 발코니의 안전 난간 같은 것이다. “뭐? “신상 정보는 네 이름하고 주소를 말하는 거야. 치과 진료 기록이 아니고.” “무슨 소리야! 나는…. 아니, 너는 그냥 내가 여기 있다고만 말해 주면 돼, 알겠어? 어쩌면 아무도 전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메건이 주먹을 꼭 쥐었다. 손톱에 까만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고, 오른쪽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 p.116~117 “그러니까 너는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나쁜 게 아니었어. 그 멍들도…?” “그래, 그놈 짓이야. 이제 이해했구나. 그럼 내가 버스 타게 해 줄 거지?” “때리는 건 규칙 위반이야. 경찰한테 말해야 해.” 메건이 벨트에 달린 체인을 찰랑거리며 일어섰다. 나도 따라 일어섰다. 메건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네 말대로 내가 맥너티 경관한테 이 얘기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위탁 가정으로 보내질 거야.” “그게 나빠?” “정말 몰라? 그래, 나빠! 게다가 새 아빠가 나한테 복수할 置거야. 우리 엄마한테도 분풀이를 할 거고.” … (중략) … “우리 엄마가 도망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고 했어.” “바보 같은 소리 하네! 네가 뭘 알아? 너희 엄마가 하는 말이나 너의 그 바보 같은 규칙 타령은 진짜 세상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와이 해변에서 발밑에서 모래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p.210 “왜 나랑 친구가 되고 싶은데?” “칭찬스티커.” “어?” “너는 칭찬스티커 때문에 나랑 놀아 주고 그러지 않아.” “아, 그랬지. 차라리 네가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그런 애들은 선생님 말은 잘 들었을 테니까. 너한테 엄마가 오지 않을 거란 소리도 안 했을 테고, 나처럼 멍청한 짓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 나는 벽지 위에 그려진 장미꽃 서른여섯 송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는 냄새가 안 나.” 메건이 웃었다. “내가 냄새가 안 난다고?” “그래서 버스에서 네 옆에 앉는 게 좋아.” “너는 내 하나뿐인 친구야. 그런데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겨우 냄새가 안 나서라고? 무슨 이유가 그래?” 메건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울기 시작했다. --- p.192 마침내 메건이 말을 꺼냈다. “너는 참 용감한 것 같아.” 나는 눈만 깜빡였다. 용감하다는 말은 위험이나 고통, 어려움을 기꺼이 마주한다는 뜻이다. 겁내지 않고 용기 내는 것을 말한다. “나는 유치원 때 매일 비명을 질렀어.” 내가 말하자 메건도 한 마디 했다. “사람들은 나보고 세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하지만 넌… 나는 메건이 키가 얼마나 큰지 떠올렸다. 성큼성큼 걸을 때 아이들이 옆으로 물러나는 모습이라든가 버스와 회전목마를 탈 때 나를 도와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메건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니, 네가 나보다 훨씬 용감해.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네가 제일이야. 너는 영웅 같아." ‘영웅(hero)’은 ‘광물화하다(mineralize)’ 앞에 나오는 단어여서 뜻을 잘 안다. 위대한 일을 해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난 위대한 일을 한 적이 없어.” “네가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 전부가 위대한 일이야. 너는 겁이 날 때도 늘 뭔가를 해내잖아.” --- p.216~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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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캐나다 초콜릿 릴리 북 어워드 수상작
- 2018년 캐나다 붉은 삼나무상, 아메리카 낙엽송 어린이 도서상 최종 후보작 - 2016년 캐나다 어린이 도서 센터(CCBC) 선정 추천도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을 맞닥뜨려야 했던 두 소녀가 서로를 통해 인정받고 성장하는,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소녀 앨리스와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는 소녀 메건이 서로를 통해 ‘장애아’와 ‘문제아’라는 편견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린 책이다. 열다섯 살 앨리스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 소리, 냄새, 접촉 등에 극도로 민감해 구석에 웅크리거나 머리를 찧는 일이 많다.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어 따돌림을 당한다. 같은 반 소녀 메건은 겉으로는 드세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새 아빠의 가정폭력에 힘들어하면서도 그걸 숨기고 지내는 겁 많은 아이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두 소녀의 조합은 이른바 쏠쏠한 ‘케미’를 빚어내면서 우정으로 발전해 나간다. 방황하고 삐뚤어질지언정 곤란에 빠진 앨리스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메건은 앨리스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주먹까지 날려가며 지켜주지만, 규칙이 너무나 중요한 앨리스는 자신을 도우려다 정학을 당한 메건에게 고맙다는 말은커녕 ‘그 아이를 왜 때렸냐?’며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심지어 자신이 메건을 좋아하는 이유가 “냄새가 안 나서”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앨리스의 장애가 둘의 우정에 걸림돌이 될 듯해 보이지만, 메건이 새 아빠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앨리스가 혼자 길을 떠나 온갖 어려움에도 온라인 범죄에 희생될 뻔한 메건을 지켜주면서 둘은 서로에게 영웅이 된다. 이 책은 특별한 것 없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편견을 깨면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한 영웅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 Everyday Hero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veryday Hero! 외톨이로 지내던 아스퍼거 소녀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 이 책에서 인상적인 점 하나는 일상이나 학교생활에서 할 수 없는 게 더 많아 보였던 앨리스가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내려준 한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처음에 앨리스는 자신이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친구를 사귄 적이 있는데, 다른 아이를 통해 그 아이들이 선생님께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자신과 놀아 주었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친구가 생길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또 자신은 냄새나 소음 등에 민감해서 요리사나 환경미화원이 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메건이 인터넷에서 알게 된 낯선 남자의 꼬임에 빠져 가출하자 앨리스는 달라진다. 낯선 사람들이 많고 온갖 냄새와 소음,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용기를 낸다. 예상대로 수시로 패닉에 빠지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규칙을 중요시하고 고집이 센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대로 자기를 내버려 두라는 메건에게 인터넷 범죄 예방 팸플릿에서 본 문구를 읊어주고, “친구끼리는 돕는 거야.” “친구를 안전하게 지켜줘야 해.”라고 말하며 따라다닌다. 또 새 아빠의 가정폭력을 어른들에게 알리도록 설득한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앨리스의 도전은 메건의 이 고백으로 끝을 맺는다. “내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지금까지 날 도와주려고 한 사람은 없었다”고.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도 늘 뭔가를 해내는 “너는 영웅”이라고. 자신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앨리스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영웅이 된 것이다. 그리고 두 소녀는 ‘장애아’와 ‘문제아’라는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에게 친구를 돕는 영웅이 되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 책은 작가의 말처럼,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껴 본 적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우리의 다름은 서로를 특별하게 만들고 놀라운 힘을 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Hero, Everywhere!! 편견을 벗어 던지면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한 영웅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과연 ‘평범’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주인공 1인칭 시점에서 앨리스가 바라보는 세상과 편견에 부딪치는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앨리스를 새 중학교로 전학 보내면서 아빠는 딸이 새 학교에서는 ‘평범한’ 아이로서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학교에 앨리스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을 일부러 알리지 않는다. 앨리스가 여느 아이들 속에 섞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앨리스는 사전에서 ‘평범한’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본다. 평범한 : 유형, 외모, 성취, 기능, 발달 등이 평균 평균 : 여러 사물의 질이나 양 따위를 고르게 한 것 이 두 단어는 앨리스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혼란을 주는 가슴 아픈 주제어가 된다. 하지만 메건과 만남을 통해 ‘회전목마를 탈 때처럼 가슴이 따뜻해지고 팔랑거리는’ 기분을 느끼고 행복한 유대감을 맛본 앨리스는 더 이상 예전의 앨리스가 아니게 된다. 자신이 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을 학교에 알릴지 말지를 두고 싸우는 엄마, 아빠에게 “나는 영웅도 되고, 친구도 됐어. 그리고 이건 내 일이야. 그러니까 내가 정해야 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유형, 외모, 성취, 기능, 발달 등이 평균’이 아니라는 사실을 학교에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동시에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도 자신이 친구도 되고 영웅도 되었다는 사실도 알려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평균이든 아니든 나는 괜찮다. 진짜로, 완전히. 정말로 괜찮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의 시선을 이해하고 독자들에게 그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게 해주는 이 책은 2018년 캐나다 초콜릿 릴리 북 어워드를 수상하며 그 문학성을 인정받았고, 캐나다 어린이 도서 센터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캐나다와 미국의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읽히고 있다. 남들과 달라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친구를 위해 자기만의 특별한 세계에서 나와 도전을 감행한 앨리스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은 ‘평범’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편견을 벗어 던지면 우리가 서로 조금씩 달라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으며, 평범한 영웅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