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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부 몸의 말 밥의 무게 던져진 미래 스무 고개 너에게 이 말을 빌려주고 싶어 공간을 느끼다 점찍기 담다(含) 안경 적절한 한 땀 진실의 입 깨어 있으라 잠들 것이니 기억 2부 너도 북어지 속삭임 외상장부 애드 아스트라(AD ASTRA) 곡선과 직선 잠시, 따뜻한 정전 영혼의 깜빡임 사물의 기지개 조율 내 손이 내 딸이라 니그씨의 별 한 모금 3부 오늘밤 특기 일어나 26.5 시그너처 아지트 변주와 리듬 명랑 한 입 소리상자 생산하는 자 탐구생활 꿈꾸는 나, 오랜 한 자루 피아노포르테(pianoforte) 짓다 코발트블루 스페이스 4부 하늘에 던져 버리게 봄방학 시큼한 오렌지 꺼내주세요 마음 빨래 닫힌 방 장기자랑 거룩한 빵 우산 그만두는 힘 당신이 詩 강철 의지, 그리고 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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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2019년 12월 31일, 나는 『월든』을 읽고 있었다.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가.” 태풍처럼 달려드는 문장에 꼼짝없이 독백을 시작했다. 어떠한 단계를 평범히 지나왔으나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 거기서 덜커덕, 내릴 곳 없는 여행자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노라고.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지천명의 문이 열렸고, 인생에서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는 여러 번 오는 것이 아니라는 느닷없는 생각이 영화자막처럼 지나갔다. 궁하면 변한다고 했던가. 필사적인 한 번을 겪어내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무언가는 연필이었다. 하루하루 책을 읽고 글쓰기에 집중했다. 이때 내게 힘을 준 세 문장이 있었다. 시인 이상이 동생 옥희에게 보낸 한 줄 편지글 그리고 괴테와 니체의 문장이다. 이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나 네 편임을 잊지 마라.(이상) 꿈을 품고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시작하라.(괴테) 그대 자신을 내던져라. 밖으로, 뒤로.(니체) 새로운 출발을 위해 글쓰기 여행을 떠났다. 지난날을 정리하고 싶었고 주변 사물과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건네고 싶었다. ‘믿음’과 ‘시작’에 발을 붙이고 느리고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적어 나갔다. 쌓여 있던 것은 비워졌고, 문장은 만나고 떠나기를 반복하며 들락거렸다. 문장 한 줄은 내게 무수한 경계였다. 문장과 함께 끊임없이 경계를 뛰어다녔다. 말이 그립거나 문장이 막힐 때는 시를 읽고 그림카드를 뽑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카드마다 사연이 가득하다. 세 갈래의 길 앞 배낭을 멘 뒷모습의 소녀 태양 아래 낙타로 사막을 건너는 이베리아인 초록 방석에 앉아 있는 도도한 고양이 끝없이 그물을 짜고 있는 거미 기역 자로 허리 굽은 노파의 웃는 얼굴 어떤 카드가 끌리시는지? 선택한 카드 패는 물릴 수가 없다. 어떤 생을 만나더라도 가야 한다. 어쩌면 삶은 수많은 이야기를 만나는 광장인지도 모르겠다. 오십 개의 이야기를 떠나보낸다. 언젠가는 한 걸음 나아지리라는 소소한 예감을 던지며 오십의 모퉁이를 돌아나간다. 이 한 권의 책은 내게 기적이며 세상에 내어놓는 꿈이다. 우주의 처음과 끝. 책은 내게 우주다. 오늘 아침, 다시 문장을 읽고 쓴다. 2020년 가을 아름다운 사람을 꿈꾸며 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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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서 출발했을까. 한 권의 책이 또 우리에게 닿는다. 우리는 이 책에서 한 자루 연필로 변신한, 결코 평범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만난다. 많은 유리창으로 변신한 저자는 바람에 덜컹거릴 때마다 감춰진 풍경을 오려내었던 걸까. 그리고 그녀는 다시 하나의 문장으로 변신한다. 모든 문장은 하나의 우주이다. 그 떨림과 울림은 무수한 파장을 만들며 삶과 꿈을 깨운다. 우리가 문득 눈을 뜨는 건 어디선가 출발한 문장이 나를 깨우기 때문이다. 문장의 울림을 받아쓰는 동안 저자는 온몸이 온통 귀였을 것 같다. 섬세한 시선으로 심연을 길어올리는 사유와 상상력이 예사롭지 않다. 얼마나 오래 하늘을 바라보았을까. 깊은 적층들이 따뜻하게 드러나면서 우리의 하늘을 가로지른다. 그 문장을 따라 그녀는 노랑나비가 되었다가 굴참나무가 되었다가 낡은 눈썹지붕이 되었다가 은비늘 터는 청어가 되었을까. 그렇게 변신하며 삶은 무늬를 입고 물결을 이룬다. 문장은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그녀가 우리에게 빌려주고 싶은 문장들은 소소한 예감으로 가득하다. 이제 그녀는 그 예감을 따라 우리에게 돌아오는 중이다. 그녀의 첫 날갯짓이 햇살 든 숲길처럼 깊고 유쾌하다. - 김수우 (시인, 백년어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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