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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1부대표의 역사
1장정치적 대표의 기원
2장대표제 대 민주주의

2부대표의 논리
3장개인을 대표하다
4장집단을 대표하다

3부대표의 정치성
5장국가를 대표하다
6장국민국가를 넘어서는 대표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참고 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3

모니카 브리투 비에이라

관심작가 알림신청
 

Monica Brito Vieira

2005년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정치사상사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05~08년 같은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지금은 요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와 케임브리지대학교 머리에드워즈 칼리지 객원교수를 겸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정치사상사와 현대 정치론, 관심 분야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이론, 국가와 정치적 권위론, 자연법, 정의론, 권리론, 헌정주의 등이고 최근에는 토머스 홉스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대의의 역사 및 이론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다. 저서로는 《홉스사상에서의 대표의 요소: 홉스 국가론의 구축에 담긴 미학, 연극, 법학
2005년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정치사상사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05~08년 같은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지금은 요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와 케임브리지대학교 머리에드워즈 칼리지 객원교수를 겸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정치사상사와 현대 정치론, 관심 분야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이론, 국가와 정치적 권위론, 자연법, 정의론, 권리론, 헌정주의 등이고 최근에는 토머스 홉스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대의의 역사 및 이론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다. 저서로는 《홉스사상에서의 대표의 요소: 홉스 국가론의 구축에 담긴 미학, 연극, 법학, 그리고 신학》(2009), 《책의 정치: 사상의 물성에 관한 연구》(2019, 공저) 등이 있다. 2016년 12월에는 포르투갈 의회에서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자) 관련 위기가 포르투갈 민주주의에 던지는 딜레마에 관해 진술하고 포르투갈 국영방송 RTP에 출연해 브렉시트를 논평했다.

데이비드 런시먼

관심작가 알림신청
 

David Runciman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영국 정치학계를 이끌어가는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1967년 런던에서 태어나 이튼스쿨을 거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정치사상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토마 피케티, 주디스 버틀러 등 저명한 학자들을 초대해 최신 정치학 이슈를 이야기하는 인기 팟캐스트 ‘정치 말하기(Talking Politics)’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5년에 출간한 정치 개요서 《정치학(Politics: Ideas in Profile)》으로 명성을 얻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 질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러스트와 함께 간결하고 쉬운 설명으로 정치 입문 필독서로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영국 정치학계를 이끌어가는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1967년 런던에서 태어나 이튼스쿨을 거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정치사상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토마 피케티, 주디스 버틀러 등 저명한 학자들을 초대해 최신 정치학 이슈를 이야기하는 인기 팟캐스트 ‘정치 말하기(Talking Politics)’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5년에 출간한 정치 개요서 《정치학(Politics: Ideas in Profile)》으로 명성을 얻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 질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러스트와 함께 간결하고 쉬운 설명으로 정치 입문 필독서로도 꼽힌다. 대표작으로는 한국에서도 출간된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How Democracy Ends)》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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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러시아 등 여섯 개 나라, 열 개 도시를 거치며 26년 넘게 타국 생활 중이다. 어딜 가나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제일 좋아한다. 지금은 열 번째 도시 이슬라마바드에 머물며 글을 짓거나 옮기고 있다. 『마이너 필링스』, 『책임 정당』,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파리 좌안 1940?50』 등의 책을 옮겼고, 『빈을 소개합니다』, 『스위스 방명록』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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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40g | 145*225*20mm
ISBN13
9788964373613

책 속으로

물론 좋은 대표제는 민주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자체가 원칙적으로 모순적 결합이며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딜레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표제와 민주주의의 결합은 시지푸스나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처럼 언제나 우리에게 생채기를 내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정치를 찾아 나가는 것이 또한 인간의 숙명이자 희망이기도 하다.
--- p.13, 「추천의 글」 중에서

우리는 대표를 그 자체로 정의하고자 한다. 즉 민주주의와도 무관하고 정치와도 무관한 대표 개념의 활용 방식을 탐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대표가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작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대표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활용 사례와 근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내구성 있는 정치제도의 구축에 대표라는 개념이 가진 특별한 유용성 사이에서 나타나는 명시적 연관성을 이끌어 낼 것이다. 대표 개념이 정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개념에 내재된 유연성 덕분이다. 대표는 모든 근대국가가 지녀야 마땅한 상이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고, 또 그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갈등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다. 이 책의 목표는 대표 개념이 애초에 어떻게 생겼고,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며, 또 그로부터 현재와 미래에 어떤 결과가 뒤따를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 p.22, 「프롤로그」 중에서

홉스에서 시작하여 시에예스, 매디슨, 콩스탕, 존 스튜어트 밀, 베버 등 다양한 사상가들을 관통하는 지배적 전통은 대표가 핵심 개념이고 민주주의는 기껏해야 단서 정도로 여겼다. 이 지배적 전통을 하나로 묶어 주는 생각은 대표 개념에 민주주의적 요소와 비민주주의적 요소가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이며, 우리에게 그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하기보다 그런 선택을 필요 없게 하는 자원들을 제시한다. [곧] 대표 개념은 모든 존립 가능한 근대 정치 형식에 요구되는 거리 두기를 인민의 참여와 어떻게 조합할 수 있는지에 관해 창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이런 전통에서 출현한 것을 [민주주의적 대표제가 아니라] 대표제적 민주주의라는 보편화된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의심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히려, 출현한 것은 그럭저럭 민주화된 정치적 대표제의 세상이다.
--- p.110, 「대표제 대 민주주의」 중에서

누가 내가 동조하는 내용을 말하거나 행할 경우 나는 그 사람을 내 대표자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발언과 행동에 어떤 사람이 동조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도, 그 사람이 동조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대표 관계를 깨기에 충분하다. 시끄러운 이웃의 사례를 들어 보자. 만일 내가 당신의 불평에 동조한다면, 당신은 나를 대표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당신의 불평에 동조하지 않는다면(소음이 내게 크게 문제되지 않거나 아니면 내가 소음을 내고 싶어서), 당신이 나한테 아무리 당신의 우려를 공유해야 마땅하다고 말해도 우리 사이에 사전 합의가 없는 한 당신은 내 대표자가 될 수 없다. 대표라는 단어는 매우 유연하지만 나름의 한계도 있으며, 바로 이것도 그런 경우다.
--- p.138, 「개인을 대표하다」 중에서

우리는 다른 인간과 절대로 완벽하게 동일시할 수 없기 때문에―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존재일 것이다―어떤 형태의 동일시든 불완전하며, 그것은 다수가 한 사람과 동일시하거나 한 사람이 다수와 동일시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표는 필연적으로 집단 활동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단 집단의 영역에 들어서면 완전히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된다. 집단을 대표하는 일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집단은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본인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무능력한 행위체여서 신탁 형식에 구속되는가? 아니면 공통된 이해관계에 의해 대표될 수 있는 뜻 맞는 개인들의 연합체로 보아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논의하는 집단의 유형에 따라, 그리고 집단을 대표하는 행위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집단의 구성원이 그 집단이 대표되는 방식에 어떤 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 p.139, 「개인을 대표하다」 중에서

본질주의는 정체성의 한 가지 측면(예컨대, ‘여성성’)이 대다수 사안에서 집단 구성원의 경험, 관점, 행동을 자동으로 결정한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사실 어떤 여성이든 한 여성의 정체성에는 다른 여성들과는 매우 다른 사회적 의미가 결부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여성과 다른 여성의 공통점을 기반으로 그 여성을 대표한다는 기획이 거의 무의미해질 수 있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 사는 여성이라도―브라질 출신 흑인 가정부와 백인 여성 고용주처럼―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 수 있다. 이럴 경우 여성들은 ‘성별’이라는 범주와 거기에 결부된 사회적 의미를 너무나도 다르게 경험하므로, 우리가 거기서 여성의 ‘진정한’ 경험을 찾고자 하는 일은 헛수고가 될 것이다. 정체성에 관한 본질주의적 관점은 정체성 범주들의 불안정성과 내재적 불균질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진실을 위험하게 오도한다. 이 같은 관점은 어느 정체성 집단이든, 그리고 심지어 한 개인에게도, 하나 이상의 관점들이 공존하거나 잠재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생각과 상충한다.
이것은 대표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한 가지 난점을 야기한다. 만일 어떤 여성도 모든 여성의 경험을 다 알 수 없다면, 대체 그는 어떤 권한으로 ‘여성으로서’ 발언할 수 있을까? 즉 그는 어떤 권한으로 여성을 올바로 대변하거나, 여성에 관해 발언할 수 있을까? 정체성이 비본질적이라 해도, 인식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요해서 우리와 비슷한 대표자에 대한 우리의 신뢰가 단순한 맹목적 믿음 이상의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 p.179, 「집단을 대표하다」 중에서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어느 소외된[주변화된]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된 여성들의 이해관계를 좀 더 전반적으로 대변할 최적의 대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그런 여성 모두가 비슷한 이해관계를 광범위하게 공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직 그런 여성만이 그 이해관계를 대표할 능력이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 사람들은 어떤 사회집단의 속성을 반드시 공유하지 않아도 그 집단의 구성원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심지어 그들과 같은 체험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은 공감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감정적 또는 지적 연결성을 통해 가능하다. 게다가 심각한 사회적 약자 집단일 경우, 집단 구성원들이 가진 속성을 공유하는 사람만 그 집단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다고 제한하면, 그 집단이 대표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 6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 집단의 이익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려면, 더 큰 특권을 지닌 외부자가 그들을 대표하도록 허락하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체성을 대표하는 것과 이익을 대표하는 것은 중첩될 수도 있지만, 그 둘이 반드시 중첩될 것이라고 상정하는 것은 실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체성 대표를 이익 말고 다른 근거로 정당화할 수는 없을까? 한 가지 대안은 정체성 대표를 공통된 사회적 관점의 언어로 바라보는 것이다.
--- p.182, 「집단을 대표하다」 중에서

이 같은 정당성 주장은 민주주의의 언어로 표현될 필요가 있다는 우리의 보편적 기대에서 우리가 홉스를 넘어 한참 지나왔음을 알 수 있다. 정치적 대표는, 그것이 정당한 것이려면, 민주주의적인 것이어야만 한다고 가정하는 추세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표의 역사는 대표 관념이 원래부터 민주적인 것은 아니며, 어떤 점에서는 그 두 가지가 서로 대립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와 동시에 대표의 다양한 형태들에 대한 분석적 설명은 ‘직접민주주의’와 ‘대표 민주주의’라는 잘못된 선택지를 강요하는 것이 오류임을 보여 준다. 구성원들의 집합적 결정을 통해 집단의 의사를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조차도 다수가 전체 집단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표제로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탁처럼 간접적인 대표 유형도 집단의 구성원들을 위한 참여 형식을 갖출 수 있는데, 그 구성원들은 집단의 대표자들을 통해 발언할 수는 없어도 그 대표자들을 평가할 수는 있다.
--- p.195, 「국가를 대표하다」 중에서

앙커스미트와는 대조적으로 르포르는 정치적 대표와 미학적 대표[재현] 사이의 유비보다는 대표 개념이 ‘민주화’될 때마다(르포르의 판단으로는 프랑스혁명 이후 그런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그 대표 개념 내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긴장에 집중했다. 르포르의 관점에서 볼 때, ‘대표제 민주주의’라는 관념 한가운데 역설이 존재한다. 정치과정의 민주화―선거권 확대, 개인 권리의 확립, 여론의 중요성 증가―는 대중들이 대표제 정부의 각종 제도 내에서 좀 더 중요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중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대중의 통일성[동일성]은 점점 더 분열된다. 대중이 자신을 대표하는 행위에 더욱 활발히 개입하면 할수록, 개별 구성원들 사이의 균열과 어긋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인민 전체를 대표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한다.
--- p.216, 「국가를 대표하다」 중에서

실제로, 대표제 민주주의의 기능은 서로 경합하는 인민에 대한 비전들을 인민에게 제시해서 유권자가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 비전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단독으로 피대표자와 대표자 사이의 간격을 완벽하게 메우는 데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어느 특정 비전이 이와 같은 간격을 줄이는 데 성공하면 할수록,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긴밀한 동일시가 오히려 인민들이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판단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정치에서 배제한다는 점을 반대파 정치인들이 강조할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커진다. 전쟁 시기에 대표제 민주주의 국가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강력한 국민적 통일감[일체감]이 인민의 대표자들이 하는 행위에 광범위한 순응을 초래함으로써 민주적 경쟁이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끝나면, 인민은 자신들이 지도자에게 기꺼이 동조해야만 하고 또 그게 당연하다는 가정에 격렬히 반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1945년 영국 국민이 윈스턴 처칠을 수상 자리에서 밀어내고, 노동당 정부를 압도적인 표 차로 선출했을 때 발생한 일이다.

--- p.219, 「국가를 대표하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왜 대표인가:
대표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기제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구호처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의 현대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대표 체계의 성립과 더불어 탄생한 제도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서구에서 대표 체계는 재산을 가진 (그래서 세금을 낼 수 있는) 성인 남성에서, 전체 남성으로, 또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들로, 마지막으로 여성으로 대표 체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요컨대, 대표 체계는 현대 민주주의를 등장시키고, 작동시키며, 확대해 온 핵심 기제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이탈리아 정치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가 말했듯, 오늘날 민주주의는 누가 투표할 수 있는가를 넘어, 어디에 투표할 수 있는가로 나아감으로써, 다시 말해 누가 대표되는가를 넘어, 어떤 주제가 정치적 결정의 대상으로 재현(대표)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의 확대를 통해, 민주주의의 내용과 질 역시 달라지고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물론, 오늘날 지구화의 진전과 더불어, 누가 투표할 수 있는가, 누가 대표될 수 있는가는 또 다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과연 대표제(대의제)는 ‘직접’민주주의보다 ‘열등’한
‘간접’민주주의에 불과할까


하지만 한국에서 대표 체계는 지난한 투쟁을 통해 쟁취되어 온 소중한 자산(실제로, 한국에서 투표권은 해방과 동시에 외세에 의해 일거에 주어진 것이었다)이라기보다는 거추장스럽고, 번거로우며, 직접적인 인민의 통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간주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대표제(대의제) 민주주의는 시간이 걸리고, 상층 엘리트 편향적이며, 인민의 자치(직접 통치)를 지연시키고, 민주주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에 비해 열등한 ‘간접’민주주의라는 생각이 대표제 민주주의에 대한 표준적 견해라 할 수 있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제비뽑기 민주주의가 대표제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의 핵심 이상이라는 인민의 직접 통치를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치유책으로 각광을 받으며, 다양한 제도적 실험이 소개되었던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분석적 정치 이론들은 대표 개념의 기원과 그것이 가진 모호성을 문제 삼으며, 대표 개념이 정치에 관한 사고에 혼란만 초래하는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그래서 분석적 정치학자들은 대표 개념을 순수하게 도구적인 역할로 축소해, 좀 더 다루기 용이한 선거 정치나, 책임성의 문제로만 환원함으로써, 심지어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정부의 인기도로 환원함으로써, 대표 개념에 내재된 모호성이 가진 유연성과 그 창조적 힘을 적절히 사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 없이, 민주주의도 없다:
대표 개념이 가진 유연성과 창조적 힘


이 책은 오늘날 만연해 있는 이 같은 경향을 반박한다. 이 책이 핵심으로 삼는 원리는 대표를 민주주의에 부속된 하나의 분석적 범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근대적 민주정치를 비롯해, 근대 세계의 정치는 대표 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표라는 관념이 분석적인 정치 이론가의 눈에 불투명하게 보일지라도, 그 관념에 고유하게 내재하는 애매성이야말로 오히려 대표 개념에 일종의 유연성을 부여하며, 근대적 형태의 정치가 작동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표 개념이 가진 유연성과 창조적 힘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대신 (피대표자의 부재성) 수행되는 ‘대표자’의 행동과 자신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행위에 반대할 수 있는 ‘피대표자’의 능력(피대표자의 현존성) 사이의 간극에서 나타나는 긴장 속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만약 그들 사이에 아무 차이도 없다면,다시 말해 대표자와 피대표자가 동일하다면,우리는 대표가 아니라 단순한 현시(프레젠테이션)만을 다루게 될 뿐이다. 말하자면, 대표는 대표자가 피대표자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피대표자의 ‘부재’를 뜻하지만, 대표자의 대리 행위를 통해 피대표자가 ‘현존’하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사실, 대표representation 개념 그 자체로 이런 긴장을 내포하고 있는데, 재re-‘현’present이라는 점에서 현존하고, ‘재’re-현present이라는 점에서 부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모호성을 대표 개념의 약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강점으로 볼 것인가이다. 일부 정치 이론가는 정치의 핵심에 모호성을 들여온다는 이유로 약점이 확실하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게 강점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문제를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누가 무엇을 요청하느냐에 따라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일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이 개방성은 어떤 민주정치 체제나 갖추고 있는 경쟁적, 성찰적, 유동적 속성에 핵심을 이루며, 대표 없이 오늘날의 민주주의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그들의 정부에 의해 대표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야, 정부가 통치할 때 국민도 통치한다고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근대 정치에 대한 핵심적 이해이며, 그 밖의 모든 것들은 이로부터 도출된다.

대표제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뒤집어 보기:
통치의 역사를 대표의 역사로 바라보면


비단, 근대 정치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날 대표에 대한 주요 이론가들의 저술들은 ‘대표’ 체계를 중심으로 정치사 연구의 지평을 그 이전 시기로까지 확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표제 민주주의를 순수하게 민주주의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보거나, 직접적인 통치가 불가능한 시대에 탄생한 차선책으로 간주하는 견해에 맞서 정치적 대표제를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중요한 핵심적 기제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흔히, ‘대표론적 전회’라 일컫기도 한다).
대표 개념을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대표제와 민주주의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던 관점을 뒤집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치의 역사를 대표의 역사로 바라보면, 대표에 다양한 통치 형태가 접합하게 되는 형식에 주목할 수 있다. 예컨대, 사회의 구성 원리가 하나(신 또는 절대 진리)로 대표되는 왕정, 복수이지만 소수인 귀족정을 넘어, 복수의 원리가 서로 경쟁하고, 다원적으로 대표되며, 이 같은 경쟁의 일시적 봉합에 기반을 둔 민주적 대표 체계를 고민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시각은 오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에서 대표제를 어떻게 탈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같은 고민은 직접 민주주의와 간접 민주주의라는 허구적인 대립에 기반을 두고 있다)이 아니라, 대표제에 민주주의를 어떻게 접합시키고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

“이 책은 누구든지 정치적 대표 개념을 연구하거나 관련된 논의를 필요로 할 때 읽을 수 있는 최선의 입문서이자 교과서다. 평면적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대표 개념의 복합성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지면서 논의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답식으로 요점과 정리에 그치는 잘못된 교과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교과서의 전범이기도 하다.” - 추천의 글에서

기술상의 방법론을 보면, 역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아주 먼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으로,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대표의 의미를 추적하여 설명하고 있다. ‘대표’는 본질적으로 일종의 메타 개념으로서 종교적?예술적?사회사적?경제적?정치적 의미를 다양하게 갖는 매우 특이한 성격을 지녔다. 그런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 책은 아주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는데, 무엇보다 해당 개념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 전체를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독자 입장에서는, 대표 개념의 일반적인 의미에서 정치적 대표라는 핵심적인 의제로 서서히 집중해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대표 개념이 가진 특유의 복잡성과 시공간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활용된 비유와 은유, 일상적인 용법에서는 물론, 법적 분쟁이나 경제활동에서의 쓰임들에 대해 포괄적인 이해를 통해, 비로소 정치적 대표 개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 개념이 가진 방대한 역사와 언어적 기원, 사상적 연원과 변천에 대해 요약적이면서도 맥락적으로 정리한 서론 이후에는, 왜 거의 모든 주요 사상가들이 다룬 핵심적 개념인데도 그동안 별로 주목되지 못했는지, 르네상스 이후 이 개념이 어떻게 근대의 주요한 정치사상과 혁명에서의 핵심 쟁점이 되었는지, 현대 정치에서 민주주의와 어떻게 결합하고 어떤 갈등을 빚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 정도의 분량을 통해 이보다 더 잘 설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추천평

대표 개념을 연구하거나 관련된 논의를 필요로 할 때 읽을 수 있는 최선의 입문서이자 교과서다. 대표 개념이 어떻게 근대의 주요한 정치사상이 되었고 혁명에서의 핵심 쟁점이 되었는지, 현대 정치에서 민주주의와 어떻게 결합했고 어떤 갈등을 빚었는지, 이 정도 분량으로 이보다 더 잘 설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풍요로우면서도 흥미로운, 매우 중요한 저작이다. 브리투 비에이라와 런시먼은 대표 개념 안에 얽혀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분해해 개념의 역사를 추적하며, 국가 안팎의 조직을 위한 중요한 교훈을 밝히고 있다. - 필립 페팃 (프린스턴대학)
이 책은 대표 개념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참으로 야심 찬 기획을, 창의적이면서도 누구나 읽기 쉬운 방식으로 추진해 냈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 독자에게도 수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지는 책이다. - 리처드 벨라미 (런던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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