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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장 신상옥,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 영화와 한옥 1 들어가며 2 전통의 재현과 ‘자기 만들기’ 3 영화 속의 한옥 재현 4 문화냉전과 ‘춘향전’ 5 나가며 2장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한옥 1 들어가며 2 글로벌화와 「춘향뎐」 3 「춘향뎐」의 한옥 재현 4 나가며 맺음말 영화정보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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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기 감독은 광한루의 기둥과 기둥 사이 공간에 차경을 배치함으로써 여러 폭의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와 같은 차경 원리다. 한국 누정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이런 차경이 동원된다. 공간은 인물들의 활동이 상호작용하면서 의미가 만들어지고 역할이 생긴다. 이는 그 장소의 성격을 말하는 것으로, 그 장소 내의 건축물 등 물리적 특성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행위가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 p.40 ‘춘향전’ 영화는 남북한 정권의 부족한 정통성과 권위와 권력을 보강하고 유지해주는 수단이었다. 자신의 체제가 ‘자랑스러운’ 과거의 전통을 더 잘 계승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더 우월하며, 화려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홍보하고 인정받는 수단으로 이 영화들은 기능했다. 신상옥, 홍성기 감독은 자신들의 ‘춘향전’ 영화에서 공적 영역인 광한루와 사적 영역인 월매의 집을 이상적이고 과장되게 재현하고 있다. 건물의 규모와 크기 그리고 집안의 세간살이는 실제 이상으로 거대하고 화려하며 풍족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인물들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주체적이며, 수평적이면서도 이상적 전통 여성상과 남성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 p.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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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정권의 정통성 보장의 수단이자 시대적 요구였던
영화 춘향전과 영화 속 ‘한옥’의 미(美) '집'이라는 공간은 사는 이들의 생활습관과 행동을 규정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추구하는 욕망이나 가치가 집의 모습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사회의 가치와 욕망을 반영하는 중요한 ‘창’이다. 감독에 의해 재현된 영화 속의 집에는 감독과 관객,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은 이를 ‘춘향전’ 영화들에서 찾아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춘향전’ 영화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1961년 거의 동시 개봉한 「춘향전」(홍성기 감독)과 「성춘향」(신상옥 감독) 그리고 2000년의 「춘향뎐」(임권택 감독)이다. 1961년은 일제 식민 통치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혼란 상황을 극복해나가던 시기였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 정부는 문화를 통해 각자 체제의 우월함과 조선을 잇는 정통성을 국내외에 인정받기 위해 ‘문화냉전’을 치르고 있었다. 이는 서구 세계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의 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춘향전’ 영화들은 과장되고 이상화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성춘향」 속 월매의 집은 상류층 한옥으로, 광한루는 궁궐 누정에 버금가는 규모로 재현되었으며, 주변 풍광은 화려하게 묘사되었다. 「춘향전」과 달리 흥행에 성공한 「성춘향」은 아시아영화제에 출품됨으로써 정권 홍보와 선전에 이바지했다. 한편, 북한은 1959년, 1980년에 ‘춘향전’을 두 편이나 제작했지만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자 신상옥 감독을 납치해 「사랑, 사랑, 내 사랑」(1984)을 제작하며 “춘향전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이 흐름은 「춘향뎐」까지 이어졌다. 기존 ‘춘향전’ 영화들의 부실한 역사 재현을 비판하고 판소리와 결합한 새로운 형식으로 탄생한 「춘향뎐」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본선 경쟁작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우리가 서구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음을 영화를 통해 증명하고, 전통을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의 발현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이렇듯 춘향전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창작자들에 의해 변주되어왔다. 한옥과 전통적 공간 그리고 그곳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춰 각각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통의 재현 그리고 인정 욕구 치열한 민족적 자기 정체성 찾기 1장에서는 1961년 작 「춘향전」과 「성춘향」에서 재현된 한옥과 전통 공간들을 비교 분석한다. 광한루, 오작교, 월매 집의 규모와 공간 배치 방식의 차이 등을 장면 장면 비교하며 살펴본다. 두 영화 속 광한루는 남원에 있는 실제 광한루가 아니며, 퇴기 월매의 집은 신분에 맞지 않게 화려하게 재현되었다. 정통성과 권위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춘향전’이 자주 영화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스티븐 그린블랫의 ‘자기 만들기’ 개념을 통해 「춘향전」과 「성춘향」 속 한옥과 전통이 재현된 방식을 살펴본다. 민족 정체성의 한 축인 ‘춘향전’ 이야기의 시각적 재현은 ‘자기 만들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196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두 사람이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전통 재구성 이미지들은 무너진 자존감과 인정 욕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 전통의 해석과 수용에 대한 하나의 표준적 기준을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_본문에서 2장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속 한옥과 전통 공간의 재현 방식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은 욕구가 컸던 감독은 광한루, 오작교, 월매의 집, 그 안의 가재도구, 춘향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을 철저히 고증해 사실에 가깝게 재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 속 한옥의 조형미와 한국적 영상미는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춘향뎐」의 가장 큰 특징은 판소리 「춘향전」의 완판 공연 실제 장면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파격적인 형식이라는 점이다. 즉 판소리가 영화의 내레이터 또는 스토리텔러로 기능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종합예술로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주제의 특성상 상당수의 영화 장면 컷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동시대 영화인 「춘향전」과 「성춘향」은 컷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으며, 「춘향뎐」에서도 시공간의 디테일한 변화를 담은 장면 컷들이 본문의 이해를 돕고 감상의 묘미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