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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견디지 않고 즐기는 매일
1장_썸만 타다 끝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썸_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로망 C코드의 교훈_내 손가락이 대체 왜 이렇죠? F코드의 장벽_이 곡 저 곡 기웃거리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오른손 주법_꼭 아르페지오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첫 번째 완곡_돌아보면 귀여운 추억이야 타브 악보_음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악보예요 변화의 계기_제자리걸음은 할 만큼 했으니 2장_혼자서는 재미없으니까, 기꺼이 동호회 입문_내성적이지만 연주는 함께하고 싶어 동호회의 연습법_적당히 빡빡하고 적당히 느슨한 첫 번째 발표회_지나고 보면 다 예쁜 추억 두 번째 발표회_실수를 아름답게 만들어보세요 목요반의 엔딩_나쁜 일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술과 기타_세월 따라 깊어집니다 첫 버스킹_혼자 땀깨나 뺐지만 통계 데이터_기타 동호회에는 누가 왜 찾아오나 동호회 예찬_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하니까 3장_욕심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마도 기타와 다한증_더 잘하고 싶은 마음 또 다른 로망_재활하듯, 코인 노래방 보컬 원데이 클래스_얼마 없는 가능성이라도 기확행_잘하면 더 재밌다 견디는 법_무리하지도 포기하지도 말고 낭만 실현_작곡이란 걸 해봤습니다 기타의 매력_내 인생의 BGM은 내가 에필로그_언젠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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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 앉아 기타 줄을 튕기며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저녁 무렵 그림자처럼 길게 남은 회사 일에 관한 생각과 털어내지 못한 감정이 지우개로 지운 듯 희미해져갔고, 일로 퍽퍽해진 가슴에는 단비처럼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스며들었다. 내 손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하나둘 늘어날 때 나는 공들여 즐거움의 세계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것 같았고, 동시에 내 삶의 운전대를 내 손으로 꼭 쥐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 pp.11-12 「프롤로그, 견디지 않고 즐기는 매일」 중에서
아르페지오 주법을 선호한 건 잔잔한 노래를 좋아하고, 아르페지오 특유의 부드러운 소리가 좋아서만은 아니고, 환경의 영향이었다. 바로 방음이라는 환경. 지금 살고 있는 빌라는 1993년도에 지어졌다는데 ‘음,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됐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낡았다. 층간 소음이 이슈가 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 것인지, 이웃 간에 따스한 정이 존재하던 시절이었어서 그런 것인지 방음에 유독 취약하다. 조용한 주말 아침, 침대에 누워 있으면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아이고, 너도 배가 고프구나. 나도 배가 고프다’ 하며 공감하게 되고, 윗집 청소기 소리에 ‘암만, 주말엔 청소지!’ 하며 나도 덩달아 청소기를 꺼내게 된다. 이런 소통 지향적인 환경에서 소리가 큰 스트로크는 가당치 않았다. 아르페지오는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 pp.51-52 「1장, 썸만 타다 끝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중에서 윤딴딴의 노래는 당시 정식 앨범이 발매되기 전이었는데, 콘서트에 갔다가 기타 소리가 너무 좋아 유튜브에 올라온 ‘직촬’ 영상을 보며 정말 한 음 한 음 따서 연습한 곡이었다. 절대음감과 절대적으로 거리가 먼 나는 어떤 음을 듣더라도 이것이 솔인지, 라인지, 파인지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 악보도 없는 곡을 카피하기 위해 나는 철저히 시력에 의존해 영상 속 손 모양을 보며 어떤 코드를 잡고 어떤 줄을 치고 있는지 하나씩 메모를 했다가 기타로 따라 쳐보며 맞는 소리를 찾아나갔다. 음악에도 노가다가 있을 수 있었다. 이전에도 그녀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연습한 부분을 들려주곤 했었다. 그녀는 아이가 엉금엉금 기다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지켜보듯, 나의 느린 성장을 제법 대견하게 봐줬다. 하지만…… 그날 그녀의 표정은 차가웠다. 공들여 지도했는데 성적이 전혀 오르지 않는 학생을 마주한 선생의 얼굴이었다. --- p.71 「1장, 썸만 타다 끝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중에서 발표회 이전에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다룬 건 고교 시절 리코더 실기평가 때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나는 친구와 짝을 이뤄 리코더 합주를 해야 했는데, 그날 우리가 함께 만든 건 화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실수’였다. 우리는 의좋은 형제처럼 삑사리를 여러 차례 주고받았고 강당은 개그 공연이 펼쳐진 양 웃음바다가 됐다. 부끄러운 평가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며 마음속에 악기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이구나 하며 모종의 빗금이 쳐졌는데, 십수 년 만에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거기에 노래를 곁들인 발표를 하고 나니 어쩐지 마음에 그어진 무수한 선 가운데 하나를 지워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102 「2장, 혼자서는 재미없으니까, 기꺼이」 중에서 어디 가서 연주하고 뽐낼 실력은 아니지만, 이곳에는 나를 알아봐주고 나의 기타와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나와 퇴근 후의 모습이 비슷하고, 자주 들어가는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계정이 겹치며, 기타가 잘 쳐질 때의 기쁨과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의 짜증스러운 감정을 공유한다. 그렇게 공감과 관심을 재료 삼아 기타라는 세계에 작은 둥지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바라보고 서로 알은체하며 서로의 소리를 들어준다. 기타의 세계에서 외로운 방랑자가 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살포시 잡아준다. --- pp.142-143 「2장, 혼자서는 재미없으니까, 기꺼이」 중에서 사무실에 앉자마자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적어두곤 정신없이 지워가기 바빴던 날, 열심히 진행해온 프로젝트의 중간 지점에서 갑자기 다른 방향을 이야기하는 상사나 빨리빨리를 외치는 동료 때문에 동해바다 같은 깊은 ‘빡침’이 찾아온 날, 그런 날에는 퇴근하고 방구석에 앉아 레퍼토리에 있는 곡들을 하나씩 연주해본다. 그렇게 한 곡씩 더듬더듬 따라가다 보면 배배 꼬인 감정이 조금씩 풀린다. 음악에 집중한 뇌는 고인 감정에 물길을 내주고, 기타 줄을 튕기며 피어난 흥겨운 파동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 p.178 「3장, 욕심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마도」 중에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휴대성이 좋다,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같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기타의 가장 큰 매력은 소리다. 기타 선율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이나 이적이 리메이크한 〈걱정 말아요 그대〉 같은 곡을 들어본 적 있는지. 노래 시작부터 부드럽고 우아하게 울리는 기타 소리를 듣고 있으면 뭐랄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그저 듣기만 해도 좋은 선율이 내 손끝에서 연주될 때 그 감동은 몇 배 더 커진다. 음악이 가진 본연의 힘에 성취감이니 만족감이니 하는 것들이 덧대어져 커다란 희열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소리를 내 기분과 상황에 맞춰 고르고 연주할 때, 그건 인생의 BGM이 되어 그 시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 pp.204-205 「3장, 욕심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마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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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을 ‘지금 내 곁으로’ 데려다주는 [난생처음 시리즈] 3권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은데 선뜻 시도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있죠. 먼저 경험하고, 그 속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언젠가는’이 조금이나마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난생처음〉은 ‘언젠가는’을 ‘지금 내 곁으로’ 데려다주는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 내 기분의 모드를 내 뜻대로 기타를 본격적으로 잡은 지 3년여, ‘본캐’는 직장인, ‘부캐’는 기타인. 그러나 일상에 기타만 살포시 얹었을 뿐 그의 모습은 평범한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출근하면 자리에 앉자마자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적어두고 하루 종일 목록을 정신없이 하나씩 지워나가고, 열심히 진행해오던 프로젝트가 상사의 한마디에 갑자기 뒤집힐 때면 깊은 분노를 느끼고, 나이는 부지런히도 늘어나는데 그만큼 쌓이지는 않는 통장 잔액과 외모의 노화 속도를 못 따라가는 내면의 성숙함 등에 불안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을 보면 내 이야기인가 싶게 공감이 간다. 하지만 기타라는 작은 버튼은 그에게 남다른 비장의 무기로 작용한다. 그는 일상의 무게에 휘청일 때마다 기타를 잡고 스스로를 붙들고 끌어올린다. 손끝에서 시작된 음이 손의 움직임에 맞춰 부드럽게 올라갔다 내려가고, 그러면서 이루는 선율을 듣다 보면 마음이 후련하고 차분해지고, 음침한 감정은 저 멀리 물러난다고.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며 똑같은 일상에 지쳐 있다면,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직장생활에 허탈함만 적립하고 있다면, 인간관계의 고단함에 차라리 혼자이고 싶을 때가 많다면, 살포시 기타를 잡아보는 건 어떨까? 장범준이나 아이유처럼은 될 수 없을지언정, 남에게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내 기분만큼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면 기타만 한 동반자도 없을 테니. 그리하여 나를 위한 BGM은 내 손으로 연주할 수 있기를. “기타라는 근사한 취미생활, 저와 함께해보실래요?” 남들보다 재능은 없지만 꾸준함이 남다른 왕초보 기타리스트의 취미 프러포즈 지금이야 그럴듯하게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꽤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저자의 시작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절대음감과 절대적으로 거리가 멀어서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청력이 아니라 시력에 의존해 영상을 보고 하나하나 손가락 모양을 따야 했고, C코드도 못 잡아서 징징거렸으며 초보자에게 큰 고비인 F코드 앞에서는 이리저리 도망치기 바빴다. 어디 그뿐이랴. 여심을 훔치기는커녕 여자친구의 말투 온도를 5도쯤은 떨어뜨렸으며, 짧은 손가락과 타고난 다한증은 코드를 잡는 데 난관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되지 않는 데 대한 짜증과 정체의 답답함에도 기타를 놓지 않고 노력한 결과, ‘안 되던 게 되어가는 기쁨’을 알게 됐고 이제는 노래하고 작곡하는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남들보다 재능은 없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꾸준히 정진해서 이뤄낸 성취이기에 오히려 더 빛이 나고 설득력이 있다. 서른도 훌쩍 넘은 뒤늦은 나이에 변변치 않은 재능을 다지고 다져서 결국에는 즐거움이라는 고지를 점령한 그이기에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초심자에게는 더 각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도 금세 전염돼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고 뜨겁게 응원하게도 된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연주법이나 코드, 초보자가 도전해볼 만한 곡이나 기타를 배울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공간을 알게 되는 것은 덤이다. 그가 꼽는 기타의 장점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좌절감, 불안감, 허무감 등이 감기처럼 찾아오는 날 스트로크 주법으로 연주하면 경쾌한 음악 덕분에 어두웠던 마음이 원래의 밝기를 금세 되찾는다. 둘째,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미처 소화되지 못한 감정의 파편이 밖으로 튀어나와 후련해진다. 셋째, 다른 악기와 달리 연주하면서 노래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하기 용이해 어느 곳에서고 연주할 수 있다. 책은 이처럼 기타에 대해 조곤조곤 예찬하는 가운데, 이 좋은 것을 함께해보자고 독자에게 은근히 청한다. 기타에 약간이라도 호기심이 생겼다면 무심한 듯 다정한 이 프러포즈에 응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시작은 고달플지라도 그와 마찬가지로 수시로 기타를 잡으며 위로를 받는 기타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배배 꼬인 심사가 몽글몽글 풀리고 흥겨운 파동이 고인 감정에 물길을 내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 함께라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하모니 불안할 때, 기분이 축 쳐질 때, 이런저런 걱정 보따리가 하나씩 늘어날 때 신나게 기분을 전환하고 감정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기타의 묘미이지만 그 외에 또 다른 재미도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연주하며 합을 맞추고 하모니를 이뤄가는 기쁨이 바로 그것. 혼자서 이 곡을 연주했다가 막히면 저 곡을 연주하면서 느릿느릿하고 지지부진한 기타 생활을 이어가던 가운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찾은 홍대의 한 동호회. 그는 그곳에서 혼자서는 깨칠 수 없었던 기타 연주 스킬을 배우고, 느슨하면서도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함께 연주하는 재미도 느낀다. 매주 한 번씩 꼬박꼬박 동호회에 나가고,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회를 하고, 1년에 한 번은 버스킹과 연말 공연을 하는 가운데 실력은 쑥쑥 자라난다. 비록 첫 버스킹에서 고삐 풀린 경주마처럼 1.25배속으로 연주를 하고 말았지만 이내 그런 에피소드도 귀엽게 추억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도 얻는다. 퇴근길에 들러 한두 시간을 하얗게 불태워 연습하며 느끼는 몰입감, 의견을 조율하고 소리를 맞춰가며 공연을 준비하는 뿌듯함, 공연 이후 너나없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성취감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그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다면 책을 펼쳐보기를. 그리고 혼자여도 좋고, 함께여도 좋은 취미를 찾고 있다면 기타를 한번 잡아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