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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컨트리 · 011
무슨 저택의 꿈 · 146 압둘라의 책 · 193 우주를 교란하는 히폴리타 · 230 하이드파크의 지킬 박사 · 275 내로의 집 · 347 호러스와 악마 인형 · 387 카인의 표시 · 435 에필로그 · 467 감사의 말 · 474 옮긴이의 말 · 475 |
Matt Ru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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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과 고대 의식, 변신과 흑마법, 시간 이동과 대체 세계 등을 통해
생생한 공포로 묘사된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에 맞서는 소설 갑자기 구가 확 열렸는데, 속살을 드러내는 오렌지처럼 검정 껍데기가 갈라지면서 흰색 과육이 우글대는 게 드러났다. 흰색 촉수가 열 개가량 뻗어 나와 남자의 팔다리, 몸통, 목, 머리를 감쌌고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앞으로 홱 잡아당겨 통째로 삼켰다. _265~266쪽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는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SF 호러 소설을 집필하며 미국 공포 판타지 소설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로, 〈에일리언〉이나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영화를 비롯하여 지금까지도 다양한 문화 컨텐츠가 러브크래프트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다. 그러나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에도 언급되는 시 ‘깜둥이의 창조에 관하여’에서 그 실례를 볼 수 있듯이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월드 판타지 어워드에서는 지난 40여 년 동안 러브크래프트를 닮은 트로피를 수여했지만, 2015년부터는 이 트로피를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지만 수많은 수상 경력으로 미국 문단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 맷 러프는 미스터리와 공포, SF, 판타지, 블랙코미디를 엮은 이 소설에서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직접 이용해 러브크래프트 본인을 영리하게 비꼰다. 흑인 주인공들은 능동적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러브크래프트 작품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타파할 뿐 아니라 백인 남성 중심 권력 구조에 저항한다. 또 여자 등장인물에게 주로 보조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여타 장르소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여자 주인공들도 똑같은 비중으로 조명하며, 이들이 자기 삶에 긍지와 의지를 갖고 눈앞에 닥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주인공들은 백인 남자 악당 브레이스화이트가 세운 계획을 제각기 방식으로 돌파하면서 더 거대한 모험에 다가간다. 각 이야기는 서로 다른 등장인물을 집중 조명하며, 서로 다른 공포 효과를 연출한다. 어떤 이야기는 더 무섭고 어떤 이야기는 더 무겁지만, 작품의 질은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덕분에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상상력과 분석력, 예술성으로 러브크래프트식 차별과 편견을 통쾌하게 이겨낸 소설 짐 크로 법이라는 인종 분리 정책이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던 1950년대 미국,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자 과학소설 팬인 흑인 청년 애티커스는 아버지 몬트로즈의 편지를 받고 고향인 북부 시카고로 향한다. 타이어에 펑크가 났지만 타이어를 살 수 없어 하루 종일 흑인 정비사를 기다리고, 새벽 도로에서 백인 경찰관의 부당한 검문을 받는 등 순탄치 않은 여정을 이어간 끝에 시카고에 도착하여 큰아버지 조지와 반가운 재회를 나누지만, 아버지는 어디론가 떠나고 없었다. 그리하여 애티커스와 조지, 애티커스의 어릴 적 친구 러티샤는 몬트로즈를 찾아 (기이한 러브크래트프 세계인) 아덤이라는 마을로 향한다. 이 여정을 시작으로 애티커스와 주변 사람들은 마치 짐 크로 법이 실체를 갖춘 듯한 일련의 기괴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만큼이나 서로 다른 초자연적인 공포를, 즉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주한 고대 의식, 대체 우주, 변신 영약, 귀신 들린 집, 악마 인형 등을 마주하는 동시에 미국 역사의 추악한 일면과 대척하게 된다. 이들에게 진정한 공포는 유령이나 악마 인형이 아니라, 현실의 또 다른 러브크래프트들인 것이다. “랭커스터의 지부를 파괴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것 같아? 안 끝났어! 미국 전역에 다른 지부가 있다고. 이제 다들 너에 관해서 알지. 그리고 널 찾아올 테지만 나처럼은 아니야. 너를 가족으로 생각하지도, 심지어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 너한테서 원하는 걸 얻어낼 때까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디를 가도 안전하지 않을걸. 너는…….” 하지만 브레이스화이트는 말을 멈춰야 했는데, 애티커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 “뭐가 그렇게 웃기지?” 하지만 애티커스 일행은 한참 동안 너무 심하게 웃느라 대답하지 못했다. “아, 브레이스화이트 씨.” 애티커스가 눈물을 훔치며 마침내 말했다. “뭐로 날 겁주려는 거야? 내가 어떤 나라에 사는지 모른다고 생각해? 알고 있어. 우리 모두 그래. 늘 그랬고. 이해 못 하는 건 당신이야.” _456~466쪽 으스스한 분위기, 넘치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 소설은 빠른 전개 속에 주인공들이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미 인종차별이라는 공포에 일상적으로 맞서고 있어서, 초자연적인 공포에도 담대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슬픔과 비극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내와 용기, 승리의 기류가 흐르는 이 작품은 깊은 여운을 남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