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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개정판
최갑수
보다북스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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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7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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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어떤 날, 나는

여행은 솔, 기분 좋은 솔
어디론가 가고 있을 때만이 위로이니까
책을 읽으려고 기차를 탔다
가슴속에서 새 한 마리가 떠나가던 밤
세상이 나를 찾든지 말든지
나름 프로답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거라구
마음을 다해 대충 한다는 것
오늘은 맨발로
나에게서 멀어진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
쓰고자 하는 마음이, 찍고자 하는 충동이
외로움은 조미료, 목적은 간결한 맛
나를 살게 하는 허무의 감각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지
인생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곳

2. 깊은 밤, 당신은

내 말이 들리나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밤 이후
고백하기 위해 당신 앞에 서야 했던, 그 시절
우리의 사랑은 일치하지 않았다
당신의 이름을 오물거리는 봄의 오후
태즈매니아에서 보낸 보름의 기억
울고 싶을 땐 택시를 탄다
그해 봄은 하루도 찬란하지 않아서
당신에게 가만히 어깨를 빌려주는 남자
가슴속에 불씨가 남아 있을까
그래도 돈은 부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라는 스위치
인생은 축적이다, 하지만 오늘은 제외
가끔은,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당신은 좋은 여자야

3. 그 계절, 우리는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몰라요
아프다 보면, 그러다 보면 시월이 오겠지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요
계절은 어떻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일까
내가 아는 전부의 사랑
우리가 목적지에 닿는 유일한 방법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즐기지 않으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달리다 보면 결국 도착하는 거죠
각자의 사랑을 하고 각자의 여행을 떠나죠
어려운 사랑보다는 차라리 혼자이기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단단해지자
내 인생에 배경음악을 고른다면
뭔가 다른 걸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니까, 우리의 틈이었던 2박 3일

4.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생은 사랑이 아니면 여행이겠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소는 여행이다
우리는, 나는, 왜 여행을 떠날까
시간은 돌아갈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오늘은 반성하기 좋은 날씨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여행하고 또 여행할 것
여행은 부족했고 사랑은 목말랐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랑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매일 사라져가고 있으며
그래, 봄날의 눈송이처럼 덧없는 일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지
숨을 고르고, 지켜본다는 것
음악과 여행은 생의 감촉
모든 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오늘은 사랑하기 좋은 날씨

내가 사랑한 여행의 문장들

저자 소개 1

에세이스트.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사진을 찍는다. 산문집 『기막히게 좋은 것』 『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등을 썼다.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으로 두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매일 새벽 글을 쓰고 그 글을 뉴스레터 〈얼론 앤 어라운드〉에 담아 구독자들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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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06g | 135*195*24mm
ISBN13
9791196679255

책 속으로

여행을 생각하는 1월의 오후. 누군가 내 머릿속의 건반을 퉁-누르고 간다. 여행은 솔. 기분 좋은 솔이 이마에 울려 퍼진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나는 채석강의 밀물 소리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왈츠 선율을 배경으로 해왕성을 향해 나아가는 보이저 2호의 아득한 뒷모습을 상상하며 하루를 살고 있다.
--- p.15, 「여행은 솔, 기분 좋은 솔」 중에서

인생은 짧지. 그러니까, 쓰잘 데 없는 책을 쓰고 있지만, 쓰잘 데 없는 책을 읽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지. 게다짝을 끌고 방으로 돌아와서는 이시카와 타쿠보쿠를 읽으며 맥주를 홀짝였다. ‘이런 깊은 숲 속의 겨울밤에는 이런 대책 없는 생활파탄자의 시가 어울리는 법이지.’ 만남은 서로의 책임이야. 뭐든 지나치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 p.19, 「어디론가 가고 있을 때만이 위로이니까」 중에서

노장의 시선은 세상과 조용히 마주 선다. 길과 나무, 사막, 텅 빈 거리, 밤의 상점, 버려진 자동차, 창 밖의 풍경, 구름의 어울림…… 노장의 시선에 붙들린 풍경은 견고하고 고독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불쑥 다가서는 순간들 미미한 시간의 이어짐들…… 그것들은 모두 고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그의 문장을 따라가며, 그의 사진을 읽으며 “나에게서 멀어지고 빗나간 것들”과 문득 만난다.
--- p.58, 「나에게서 멀어진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 중에서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숨이 막힐 만큼 거대한 규모 앞에 서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경험은 분명, 좁디 좁은 생활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안 깊숙한 곳에 몇 평 무(無)의 공간을 마련해줄 테니까. 연암을 다시 읽다가 문득 이 문장 앞에 멈춰 섰고 내가 만났던 몇몇 거대한 풍경을 떠올렸다. 세월이 지나면 기억 속 풍경 역시 퇴색하지만, 아직도 그 풍경들은 내 마음속에 또렷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풍경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허무해지고 조금은 고독해지고 그만큼 생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 p.81, 「나를 살게 하는 허무의 감각」 중에서

죽음을 몇 달 앞둔 여든 한 살의 테라스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 같은 건 들지 않을 것 같다. 다시 돌아가 봐야 최선을 다하지 않으리라는 걸, 최선을 다해봐야 그다지 바뀌는 것이 없다는 걸 그때쯤이면 알고 있을 테니까. 다만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고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플 것이다. 즐거움과 사랑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인데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놓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 p.86,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지」 중에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아야 하고 운명은 강처럼 흘러가며
사랑은 생의 유일한 약점이라는 것
사막을 등지고 집으로 들어온 낙타처럼
생을 등지고서야 비로소 생을 안을 수 있다는 것
--- p.105,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밤 이후」 중에서

당신을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길을 멈추진 않겠지만, 내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가끔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이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무언가를 위해서 남은 인생을 바칠 결연한 다짐을 하기보다는 그냥 가끔 맛있는 것이나 먹으며 즐기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랍니다. 그 왜, 앞에서 제프 다이어의 이런 문장을 인용하기도 했잖아요. “마흔이 지나면 온 세상이 오리가 지나간 자리의 물결처럼 되는 거야. 마흔이 지나면 인생은 원래 낭비하기 위해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라는. 뭐 어쨌든, 이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 p.169, 「가끔은,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중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어느 해 혹독했던 겨울이 아니라 그해 추웠던 겨울, 당신의 손을 꼭 잡고 걸었던 협재해변과 귤밭 위로 내리던 찬란한 햇살, 당신의 이마에 내려앉던 노을, 그리고 당신에게 건넸던 꽃 한 다발일 거예요.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몰라요. 불현듯 노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죠. 모든 일을 예측할 수 있고, 모든 일에 덤덤해지겠죠. 이것만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것이구요. 그러니까, 어둡고 차갑고, 끝내 상실로 가득할 우리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 오직 그것.
--- p.184,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몰라요」 중에서

카프리의 우편배달부가 파도에서 운율을 깨달았듯 내 모든 여행은 당신에 관한 여행, 당신에 관한 적절한 비유를 찾기 위해 떠났던 여행.
사랑에 관해 쓰려다가 팔베개를 한다.
구름 지나간 하늘, 잠자리 날개가 떠 있다.
생은 사랑이 아니면 여행이겠지.
--- p.257, 「생은 사랑이 아니면 여행이겠지」 중에서

파스칼 역시 알랭 드 보통과 마찬가지로 “인간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팡세』)라고 했지만, 그래도 떠나는 편을 택하겠다. 다리에 쥐가 나고, 벼룩이 득시글거리는 침대에서 자고, 흙 냄새 나는 쌀국수를 먹더라도 일단 떠나고 보겠다. 피라미드 앞의 낙타 호객꾼들은 정말 지겹지만, 그래도 피라미드는 다시 보고 싶다.
여행을 하며 깨달은 건 삶은 모험이라는 것.
모험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 p.266, 「우리는, 나는, 왜 여행을 떠날까」 중에서

고백하자면, 나는 5년 전 내가 세웠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좋은 일만 일어나길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우연의 인생을 대하는 더 적당한 태도일 것이다. 나는 터널을 지날 때마다 이런 주문을 외우곤 한다.
‘다 잘될 거야. 모든 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 p.343, 「모든 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중에서

그래도 우리의 사랑이(여행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사랑(여행)이 없다면 생이 얼마나 밋밋할까요, 지루할까요, 권태로울까요. 모험이 없으면 경이가 없는 법. 내가 당신에게 고백을 하고 배낭을 꾸려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지난번의 지루했던 사랑을, 위태로웠던 여행을 잊어버린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자, 어쨌든, 두 손을 맞잡고 국경을 훌쩍 다시 넘어봅시다. 저 너머엔 우리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해줄 만한 뭔가가 있겠죠. 오늘은 사랑하기(여행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 p.349, 「오늘은 사랑하기 좋은 날씨」 중에서

출판사 리뷰

프롤로그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들


얼마 동안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는데, 그냥 뭔가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해두자. 저녁이면 술잔을 달그락거리며 화집을 뒤적이거나 가로등 아래를 오래도록 걸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탔다. 구름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았다.

구름은 색깔과 모양이 자주 변하곤 했는데, 그것을 관찰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벤치에 자전거를 기대 둔 채 가만히 앉아 있었던 시간. 당신마저 생각이 나지 않던 시간…… 그리고 책을 읽었다. 음악을 들었다. 사랑에 관한 글도 있었고 헤어짐에 관한 글도 있었다. 슬픔과 고독에 관한 글도 있었다.

내게는 그 모든 글들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두세 번 소리 내어 읽곤 했다. 가끔 까닭 모르게 울컥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오래도록 방 안을 서성였다.

그동안 읽어온 글귀에서 문장을 뽑았다. 모두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이다. 어차피 생은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니, 이 문장들이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사랑을, 우리의 생을 조금씩 회복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리뷰/한줄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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