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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_
예민한 내가 불안하지 않도록 나를 돌보고 있다 1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찾아온 것들 어느 날 갑자기 불안이 찾아왔다 내가 싫어 숨고 싶은 마음들 예민한 마음에 북받친 감정들 아무도 내게 기대지 않게 된 기분 집에 있었지만 집에 가고 싶었다 무뎌진 동그라미가 될 수 있을까 네가 더 희미해졌으면 좋겠어 2부. 예민한 나에게 공황이 시작되고 있었다 좋아하면서도 질투하는 마음 아등바등 노력한 흔적이 보일 때까지 어둠에 가려지고 싶은 건, 나였다 내가 부끄러워진 그날의 트라우마 예민한 나를 불안하게 한 것들 힘들었던 기억이 생각나는 이유 내가 내게 물어본 삶의 방향 잠자는 법을 까먹어 버린 밤 3부. ‘힘들지’, 한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 나만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다 처음 상담실에 갔던 날의 기억 말 한마디에 터져 버린 눈물 나는 할머니를 미워하는 내가 밉다 나도, 남도 괴롭히고만 오해 나는 나를 표현하는 게 어렵다 나를 이해하고 변화시키고 싶었는데 4부. 혼자서는 힘들어요, 도와줘요 왜 이러지, 내가 또 이상해졌다 견디기 힘들어 정신과를 향했다 정신병이라는 말에 민감해지다 누구나의 일상이 내겐 비상 사태 내가 죽음을 생각하게 된 사연 약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출구가 보이면 불안하지 않아 잠자는 시간을 앞당기니 일어난 일 5부. 작은 불안쯤은 익숙해져 갔다 그때가 불편했습니다 예민한 나는 몸도 많이 아팠다 초보가 초보 티 나는 게 어때서요? 결국 나는 드러난다는 깨달음 어느새 불안에 익숙해졌다 ‘보통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트라우마는 사소한 일로 생긴다 차라리 몸이 아팠으면 좋겠다 6부. 불안을 다스릴 준비가 된 것 같다 말을 하니 달라졌다, 편해졌다 두근거리는 건, 심장일까 마음일까 불안을 다스릴 준비가 된 것 같다 엄마가 지친 나를 알아 줬으면 좋겠다 기대와 희망과 설렘을 앓고 난 후 버스도 택시도 잡히지 않은 어느 날 그림만 그리면 되는 줄 알았다 백 가지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7부. 숨을 고르고 예민한 나를 받아들이다 나는 이제 나를 풀어 주려고 한다 필요할 때마다 옆에 있어 준 사람 내게 티가 있어도 나는 괜찮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의 우리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알 것 같다 약을 끊어 보기로 했다 나는 그런 내가 좋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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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이게 동등한 걸까. 나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닐까. 그들에게 다 맞춰 준 내가 잘못한 걸까.
사람들이 내게 기대는 것도, 모든 걸 털어놓는 것도 싫었다. 나는 벽을 견고히 다졌다.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없애 버렸다. 관계를 끊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대지 마시오’라는 말이 나와 같다고 느껴진 걸까. 기대지 말라는 얘기는 나 역시 기대지 않겠다는 뜻이다. 벽을 쌓고 문을 없애 스스로 고립된 상태. 그건 내가 원했던 것이기도 한데, 나는 박이의 말을 듣고 씁쓸해졌다. ‘기대지 마시오.’ 이제 친구들은 내게 기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기댈 사람이 없어졌다. --- 「아무도 내게 기대지 않게 된 기분」 중에서 어제는 스무 시간쯤 깨어 있었나. 날이 덥지 않으니 문을 꽁꽁 닫고 암막 커튼을 쳤다. 편백나무 베개를 꺼냈다. 노래는 한 곡 반복으로 예약을 맞춰 놨다. 알람은 맞추지 않았다. 그리고 깊게 오래 잤다. 자고 일어나니 지끈거리는 두통도 울렁임도 사라졌다. 뻐근하던 턱도 잘 돌아갔다. 다섯 시가 되고 있다. 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잘 잔 덕에 힘들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나는 못 자는 건가 안 자는 건가,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걸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걸까, 잠을 자고 싶은 걸까 자고 싶지 않은 걸까. 또다시 생각에 빠져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 「잠자는 법을 까먹어 버린 밤」 중에서 선생님은 고장 난 내게 물을 비워 낼 방법으로 명상을 권했다. 마음이 동하지 않았지만 알겠다고 대답했다. 상담실을 나오니 50분이 지나 있었다. 상담 내내 반복되는 질문이 부담스러웠다. “그럴 때 기분이 어땠나요?” 같은 물음에 일부러 부정적이고 불쌍하게 대답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떠오르지 않는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지어 내야 했다. 그래도 “힘들었겠네요”라는 말은 좋았다. 듣고 싶었지만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나를 위로하는 선생님의 말이 다정했다. 상담실 책상 위에 왜 휴지가 놓여 있는지 이해가 됐다.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연신 닦았다. --- 「말 한마디에 터져 버린 눈물」 중에서 누군가 내 목구멍에 쇠파이프를 박은 채로 조르는 것 같았다. 나는 육지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바닥에 엎드려 짧고 얕은 숨만 뱉었다.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에 숨을 몰아쉬었다. 찌릿함이 느껴지는 왼쪽 가슴에 뜨거운 찜질기를 올려놓기도 했다. 잠을 잘 수 없었다. 불을 끄면 보이는 새까만 불안과 형체 없는 질식감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잠을 자는 게 죽는 일처럼 느껴졌다. --- 「왜 이러지, 내가 또 이상해졌다」 중에서 의사 선생님의 말을 따라 나를 분석했다. 글을 쓰면서부터 가능하게 된 일이다. 글을 쓰며 선생님의 말을 곱씹을 수 있었고, 나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친구와 엄마에게 정신과 약을 줄였다고 말했다. 기특하고 고생했단다. 그렇게 조금씩 줄여 나가면 되는 거라고 얘기해 줬다.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았다. 작은 불안쯤이야 누구나 다 안고 살아갈 것이다. 공황에 대한 집착 이 작은 것도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무결점의 평안은 없을 테니 작은 불안쯤은 안고 사는 게 맞을 거다. --- 「‘보통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중에서 의사 선생님 : 네. 힘들다고 해서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제가 말했죠?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어릴 적 자아가 있다고. 아마 힘든 일이 많아서 그 자아로 도망갔을 거예요. 열 살의 예안 씨에게로 회피하고 싶어서요. 지금의 예안 씨는 그때보다 강해요, 이겨 낼 수 있어요. 그리고 예안 씨,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나 : 어… 그건 음, 저는 완벽하고 싶은걸요. 의사 선생님 : 그게 본인을 힘들게 하잖아요. 일이 잘 안 풀리고 문제가 생기면 어때요? 다시 해 보면 되는 거죠. 백이면 백, 모두 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 「백 가지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에서 선생님은 힘들면 비상약을 먹고, 더 힘들면 다시 찾아오라고 말했다. 완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반, 약을 끊기로 했다. 다 나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황이 심해지는 여름이면 불안이 올라올 수 있고, 해가 짧은 가을과 겨울이면 우울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전처럼 힘겨울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동안 겪고 배우면서 견디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기대는 법도 알게 되었다. 다시 아프더라도 곧 털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약을 끊어 보기로 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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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서 불안하고 우울하고 두려웠다
이제 나는, 그런 나도 좋아졌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예민했다. 아랫배는 아침마다 아팠고 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아팠다. 위는 움직이지 않아 늘 명치가 딱딱했다. 과민 대장 증후군과 신경성 위염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았다. 어른이 되어도 신경은 더욱 예민해져 내면 구석구석을 찔렀다. 빛과 소음을 견디지 못해 집에서 선글라스를 쓰기도 하고 귀마개를 끼기도 했다. 걱정과 불안으로 생각에 파묻혀 잠을 잘 못 잤다. 감정이 동화되고 소모되는 게 싫어 타인과의 관계를 끊는 일도 빈번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다. 오로지 심적인 문제들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공황이 찾아왔다. 예민에서 불안, 우울, 공포, 두려움, 걱정 그리고 공황까지 이어지는 맥락에서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제대로 인지하는 게 우선이었고, 주위에 알려야 했으며, 마음가짐을 새로 하고, 약물로 치료했다. 견디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완치란 없는 공황, 적응하고 공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예민, 불안, 우울, 공포, 두려움, 걱정, 공황…” 내 삶을 짓누르고 몸과 마음을 허문 것들 예민한 저자에게 공황이 찾아온 건 한순간이었지만 그래서 예민했기 때문에 공황이 찾아온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예민에서 공황까지의 과정에 불안, 우울, 공포, 두려움, 걱정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저자의 몸과 마음을 허물고 무너뜨리기 일쑤였다. 가장 와 닿으면서도 섬뜩한 사연이, 집에 있었지만 집에 가고 싶었다는 말이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가지 못하게 된 저자는,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이자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는 아늑한 집의 내 방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곳이 망가졌고 저자는 이상한 느낌과 불안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울증은 ‘죽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고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고 한다. 두 질환 사이의 정도를 두고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공황은 나도 나를 제어하기 힘들다는 게 큰 문제일 듯하다. 삶을 통째로 짓눌러 버리는 불안과 우울과 두려움... 괜찮아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숨고 싶은 마음을 건져 올린 간절한 이야기 눈에 보이는 아픔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에 병이 있어 누구한테도 진정한 공감을 받기 힘든 사정을 털어놓기 어려웠다는 저자, 스스로가 싫고 못나 보여 숨고만 싶은 마음을 건져 올릴 수 있었던 건 어떤 이유일까. 저자는 말한다, ‘죽을 것 같았지만 오래 살고 싶었다’고 말이다. 바로 그 삶에의 찬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꼭 살아 내고 싶은데,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저자는 정녕 살고자 자신의 이야기를 품고 세상에 나와 풀었다. 강하고 단단해지고 싶었다는 저자,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인 ‘자신과 마주 보기’를 해냈으니 강하고 단단한 자아를 갖게 된 게 아닐까. 우리가 20대에 불과한 그녀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보며 공감하고 응원하며 위로까지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우리한테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이해하고 나니, 괜찮아졌어” 겪고 배우면서 생긴, 견디고 받아들이는 힘 저자의 공황 6년은 견디고 받아들이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예민해진 상태에 거대한 불안이 닥치고 한껏 우울해지며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한다. 하지만 살고 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고 버티며 견디고 받아들인다. 공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게 선행되어야 했다. 공황장애는 자율 신경계를 관장하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에 오류가 생긴 것으로, 안정감을 주는 부교감 신경이 아닌 긴장과 위험을 담당하는 교감 신경이 항진되어 나타난다. 정신이나 마음이 아닌 신경계의 문제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예민의 시대, 누구에게나 공황이 올 수 있다.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하고 병을 이해하고 또 분석하니, 약을 먹지 않고도 불안이 와도 참아 낼 수 있고 우울이 와도 이겨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황과 불안과 우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것들은 멀리 가지 않고 옆에 꼭 붙어 있는 존재로, 적응하며 공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말한다, 예민한 나도 나고 회색만 좋아하는 나도 나라고 말이다. 또한 예민해서 불안하고 우울하고 두려웠고 공황까지 찾아왔던 과정을 겪으며 단단해졌다고 한다. 저자는 그런 자신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나도 좋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