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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 안정적인 직장을, 왜?ㆍ4
1장 멈춰진 시간 _2019년 스승의 날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함 01 스승의 날, 그 사건ㆍ15 02 알 수 없는 통증의 시작ㆍ24 03 너무 억울하고 분해ㆍ29 04 교사니까, 용서해야지ㆍ45 05 죽음의 공포, 알 수 없는 발작ㆍ53 06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ㆍ59 07 트라우마, 나는 나을 수 있을까ㆍ67 TIP01 1밀리그램의 효과(약물 치료)ㆍ70 TIP02 감정 온도계(심호흡법)ㆍ74 2장 경계 밖으로 _나의 고통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01 참신한 고문관ㆍ81 02 아직 죽을 수 없어ㆍ90 03 혼자서는 힘들어ㆍ96 04 병밍아웃ㆍ103 05 불안한 사람끼리 만나면ㆍ109 06 시절인연 : 다시, 사람ㆍ114 07 동행 : 결국, 사람ㆍ118 TIP03 다섯 가지 알아차리기(오감 훈련법)ㆍ121 TIP04 자기 상태 분석하기(공황 일기)ㆍ124 3장 오롯이, 나 _‘나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함은 선택이 아닌 생존 본능이 되었다 01 숨 고르기ㆍ133 02 나한테 착한 사람ㆍ140 03 프레임 브레이커ㆍ146 04 매일, 사소한 성공ㆍ152 05 내 우주는 내가 만들 거야ㆍ157 06 섣부른 시도는 하지 마ㆍ164 07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ㆍ170 TIP05 괜찮아!(자아 객관화하여 공감하기)ㆍ175 TIP06 공황장애로는 안 죽어!(파도 명상법)ㆍ177 4장 스스로 치유자가 되려면 _용서라는 결론을 미리 내리지 않고, 서서히 치유되는 마음속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01 habit : 眞, 행하라!ㆍ183 02 mind : 용서도 때가 있어ㆍ190 03 talk : 원하는 것을 표현해라ㆍ196 04 body : 분노의 페달ㆍ201 05 enjoy : 취하거나 미치거나ㆍ206 06 growing : 구르는 돌, 사십춘기ㆍ212 07 healer : 두려움을 넘어서는 간절함ㆍ218 TIP07 생각을 관찰하면 변화될 수 있어(관점 전환)ㆍ223 TIP08 내면의 목소리를 행동으로 표현하기(힘찬 포옹)ㆍ226 에필로그 질병을 숨기는 사람들ㆍ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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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학년 교무실로 간 나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펑펑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견딜 수 없는 온갖 감정이 뒤엉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눈물이 쏟아졌다. 그 누구도 살면서 나에게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에서는 교과 지식을 가르치지, 상담 기술이나 위기 순간의 대처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14년 동안 많은 연수를 들었지만, 이런 순간에서 가장 지혜로운 교사의 대처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 p.20 “교사니까 용서해야지, 왜 그렇게 열심히 지도하니? 성격이 예민해서 별거 아닌 거에 공포심을 느끼지.” 이런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아니라 그냥 들어주는 일. 엄청나게 아프고 힘들었음에도 어떻게든 ‘5월의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출근하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내가 원했던 것은 하나였구나. 피해자의 말보다 가해자의 말을 더 듣는 듯한 분위기, 너무나 모욕적이었는데 위로보다 타인의 평가를 들어야 했다. 가해 학생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동료 교사로부터 받은 2차 가해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다. 커다란 벽을 마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느낀 순간, 결국 번아웃되었다.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 이렇게 온몸으로 공감하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스스로를 치유할 에너지를 얻게 된다. --- p.101~102 모든 사람에게 하늘에서 공정하게 부여한 인권, 그것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나 내 꿈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그것도 스승의 날, 사건이 발생하기 전 평소 우리 반 하고 싶다며 친하게 지낸 김도식에 의해 철저히 부서졌다. 사건 이후 김도식은 웃고 다니는데 난 늘 울고 다닌 것 같았다. 학교는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내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그냥 참고 넘어가라는 식이었다. 나를 피해자로 인지하지 않는 분위기에 너무 힘들었다. 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를 요구하면 그 결정과 책임을 회피하는 부장교사들. 서로에게 업무 떠넘기기 바쁜 모습에 상처는 배가 되었다. 반복되는 거절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렸다. 보이지 않는 단단한 유리 벽에 갇힌 답답함을 느꼈고 자기 패배의 신념이 형성되었다. 결국 마음에서 비롯된 문제가 발작 증상으로 드러났고 이후, 좀비 같은 삶을 견뎌내야 했다. --- p.172 “공황장애 환자가 이렇게 밝아도 되나요?” 편견이다. 트라우마 상황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원래 성격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공황장애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질병도 아니다. 인지 왜곡을 일으키지만 망상이나 환각을 경험하지도 않는다. 일상생활에서의 합리적 사고도 가능하다. 단지, 트라우마와 관련된 일에서 인지 왜곡이 일어나고, 사소한 상황을 위험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갑작스럽게 자신의 신체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병이다. 트라우마 상황만 아니라면 일상생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살아갈 수 있다. 괜히 ‘연예인 병’이라고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더라도 방송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연예인들이 많다. 사실 이런 증상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공황장애가 아니라도 현대인들이 모두 지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치료 과정 중에 제대로 보게 되었다. 내가 살던 공간에서 한 발짝 물러나니 그 우물 안 시스템과 아픔이 모두 보였다. --- p.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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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놀랍도록 보편적인 한 개인의 기록
-“교권과 학생 인권의 경계에 선 그날,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기록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런 분야의 책은 대부분 신경정신과 의사 같은 전문가들의 저술이기에, 공황장애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쓴 이 기록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저자 개인에게나,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또한 공황장애라는 정신과적 질병(개인의 차원)을 다루면서도,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 병의 계기가 되었다(사회/공동체 차원)는 점에서 공황장애를 다룬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다. 1장에서는 공황장애가 발병하기까지의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재현해 보여준다. 2019년 5월15일 스승의 날, 학교 급식실에서 일어난 사건 당일을 시작으로, D+1 5월16일, D+2 5월17일…… D+17 6월1일까지. 깨어 있는 모든 시간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던 어린 남학생의 ‘분노의 빨간 눈’, 공포와 모욕의 순간이 무한반복되면서 짓누르는 고통, 그로 인해 ‘멈춰진 시간’ 속을 헤매던 나날들, “교사니까 용서해야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라는 동료 교사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 교권 보호를 위한 교사 개인의 외롭고도 힘겨운 싸움, 해당 학생과 학부모의 어쩔 수 없는 행동 등이 너무나 절절하게, 고통스럽게 그려져 있다. 2장과 3장은 저자가 그러한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 집중하며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에게 다가온 고통을 피하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 고통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면서 주변을 원망하거나 낙담하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몫’을 찾도록 변화하는 길을 선택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주위에 ‘병밍아웃’을 하고, 자신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또 여성 혐오나 남성우월주의 등 사회의 거대 프레임을 탓하며 그 속에서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의 열쇠를 찾기보다는, 그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면의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을 괴롭히고 있던 문제의 원인이 ‘도덕 교사’라는 완강한 프레임에서 기인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사건 전에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당연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사건 이후에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한 빈 자리, 평소 좋아하던 여배우의 충격적인 자살 소식,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유명 아이돌의 이야기, 자신이 어떤 모습이라 해도 다 품어줄 것만 같은 27년 지기 친구들이 보내준 책들…. 공황장애란 병을 얻은 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소중한 순간순간이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진다. 중학교 재직 시절, 상담 교사로서 한 여학생을 상담해주었던 순간도 아프게 떠올린다. 그때 그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것으로 아이를 위로하려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다. 공황장애와 그 심리 상태를 직접 겪어본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의 내면의 자아를 서서히 넓혀간다. 마지막 4장에서는 ‘용서’라는 결론을 성급히 내리려 하기보다는, ‘교권 침해’라는 마음속 상처를 냉정히 바라보고, 마음이 서서히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한다. 몸을 쓰고, 마음을 돌보고, 솔직한 ‘나의 말’을 표현하고, ‘나’를 사랑하고….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가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려는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물론, 저자에게 공황장애가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황장애와 살아가는 삶도 나쁜 건 아니라고, 덕분에 자신을 좀 더 돌보고 삶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삶의 불운한 불청객으로만 여기지는 말자고 마음을 토닥인다. 마지막으로, 공황장애를 이겨내는 저자만의 정겹고 친절한 노하우가 책 갈피 갈피마다 팁으로 정리돼 있다. 이를테면 감정을 다스리는 심호흡법과 오감 훈련법, 공황 일기 쓰기, 파도 명상법, 관점 전환하기, 힘찬 포옹 하기 등등. 병이 내게 가르쳐준 것: 누구나 가진 마음속 공감의 집을 꿈꾸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는 해리포터의 무의식 속 공간이 나온다. 죽음과 삶의 경계 즈음 되는 곳. 그곳에서 노교수는 해리포터에게 말한다. 이미 죽어버려 곁에 없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지 말고, 사랑 없이 살아가는 산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라고. 사랑의 다른 말, 공감. 저자는 이 책에서 ‘공감’을 돌볼 줄 아는 우리가 되자고 말한다. 나 혹은 당신만 아픈 게 아니라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마음속 공감의 집을 지어 나가자고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어느 중학교 도덕 교사의 두 번째 삶을 위한 기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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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는 공황장애의 발병에서 치유까지, 그 끝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증언한다. 공황장애뿐 아니라 수많은 정신질환의 공통점은 우리가 간절히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반드시 깨달아야 치료의 길도 보인다는 점이다. 때로는 이 아픔이 오직 나만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을 것 같고, 이 아픔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을 때.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도 그랬어요, 나와 함께 이겨나가요’라고 속삭이며 손을 내밀어줄 친구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위급한 순간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세 가지 매뉴얼을 우선 배우게 된다. 첫째, 내가 살던 삶의 경계 바깥으로 용감하게 나와볼 것. 둘째,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도움을 청할 용기를 발휘할 것. 셋째, ‘나’라는 존재야말로 행복할 권리, 아픔에서 치유될 권리,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 것. 이밖에도 수많은 위기 탈출의 매뉴얼이 이 책 속에 듬뿍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공황장애만의 해결책은 아니다. 오직 나만 앓고 있는 것 같은 참혹한 고통과 싸우는 모든 이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 정여울 (작가,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