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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wako Ariyoshi,ありよし さわこ,有吉 佐和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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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병을 앓던 것도 아니어서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어머니의 죽음과 맞닥뜨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아서였다.
--- p.29 노부토시 눈에는 아버지가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37 이 법률사무소에 사람이라고 해봐야 겨우 네 명뿐인데, 그중 세 명이 망령 든 노인 때문에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거나, 또는 현재 고통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고통을 겪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니! --- p.100 아버진 언니를 좋아해요. 오빠나 나는 알아보지도 못하고 우리가 하는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는 양반이 뭐든지 언니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아버진 진심으로 언니를 좋아하시는 거야. --- p.110 하나뿐인 가스풍로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숯을 얹었다. 노부부가 좋게 말하면 오붓하고 조촐하게, 나쁘게 말하면 외롭고 초라하게 살아온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 p.119 아버지가 저렇게 되셨으니 이 집안이 뭐가 되겠어. 아버지만 보면 나도 늙어서 아버지처럼 될까 봐 얼마나 겁나는지 알기나 해?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내 머리까지 잘못되는 것 같단 말이야. --- p.126 졸졸거리는 소리가 아무런 여과 없이 들렸다. 아키코는 속으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매일 밤 이런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 p.146 본능은 살아남기 위한 지혜야. 할아버지가 살아남으려면 아빠보다 엄마가 더 필요해. --- p.152 개와 어리석은 자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망령이 들면 진짜로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인지 멀쩡한 시게조가 신기했다. --- p.179 망령이 나도 단단히 나셨어. 나 같아도 돌아가신 양반이 저렇게 망령이 났다면 창피해서라도 내가 먼저 죽었을 거요. 저렇게 망가져서는 감당할 수 없어요. --- p.196 그날 밤부터 시게조는 툭 하면 잠에서 깨어 도둑이 들었다고 소란을 피웠고, 아키코의 수면 부족은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p.212 아키코는 노인들의 대화를 묵묵히 들었다. 죽음에 대한 탄식도, 슬픔도, 두려움도 없었다. 담담하게 한 영혼의 승천을 이야기하면서 조용히 부러워할 뿐이었다. --- p.233 아직 어리기만 한 사토시에게 죽음은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 p.244 단지 늙는 것뿐이라면 괜찮다. 늙는 것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숙명이니까. 초록이 무성하고 꽃이 피는 시기가 있다. --- p.260 아키코는 무의식적으로 시게조를 떠올렸다. 시게조는 고독을 느끼지도 못하고,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살은 감히 계획하지도 못한다. 계속해서 먹을 것을 찾고, 밤마다 오줌을 쌀 뿐이다. --- p.271 아키코의 시선이 시게조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갔다. 길가 저편 담장 너머에 잎이 무성한 키 큰 나무가 있었다. 그 초록빛 향연 속에 비를 흠뻑 맞은 양옥란꽃이 눈이 시리도록 하얗게 피어 있었다. --- p.330 지금까지는 시게조의 존재를 귀찮고 불편하게 여겼지만, 이 순간부터 시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리리라. 그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할 일이다. --- p.363 시게조는 ‘여보시우’라는 말 외에는 모든 언어를 상실했다. 야마기시 부부는 시게조를 흉내 내며 서로 ‘여보시우’라고 불렀다. 그러고 나서 에미는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었다. --- p.382 여보시우 할아버지는 꿈꾸는 사람이야. 황홀한 인생을 살고 있어.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나아. --- p.394 시게조가 망령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챈 다음부터 세간의 노인 정보가 아키코의 귀에 집중적으로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인들의 상태가 다양해서 그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 p.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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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아리요시 사와코의 『황홀한 사람』은 1972년 출간된 해만 192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나이듦과 치매, 여성과 돌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소설로 최근까지도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되었고 일본의 노인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었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눈이 내리는 날, 며느리 아키코는 홀로 남겨진 시아버지 시게조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 노부토시는 인생의 연장선상 끝이 결국엔 아버지와 같은 모습일까 싶어 직접적으로 문제를 대면하지 못하고 회피하는데, 할아버지의 인격상실을 보다 못한 아들 사토시는 “엄마 아빠는 저렇게 오래 살지 마”라고 응수한다. 치매에 걸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해도 아버지이며 자식이다. 그렇다고 보살핌이 필요한 시아버지 때문에 아키코는 평생 다니던 직장을 관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요양원 등 간병제도도 마땅치 않으나 가부장적인 남편 노부토시는 도와줄 생각도 없고 결국 돌봄의 문제는 여전히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25세의 첫 작품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전설적인 이야기꾼인 아리요시 사와코는 10년간 치매 노인 가정을 방문하는 등 사회적 무관심 속에 놓여있는 무자비한 노인 문제를 목격하는 취재를 통해 이 소설에 힘을 불어 넣었다. 우리나라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치매현황 2019’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치매 환자 수는 2019년 현재 75만여 명에서 2024년에는 1백만 명,2050년에는 현재의 4배 수준인 3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어 요양 보험 등 그 관리 비용 또한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초고령 사회로 이동 중인 한국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늙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치매가 더 두렵다. 여성, 가족의 문제를 넘어서 나이듦과 치매, 돌봄의 문제를 같이 나누어야 할 때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황홀한 사람’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나와 가족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이다. "노인에게 병病은 몸의 아픔으로 그치지 않고 일생의‘마魔’가 된다. 그런 병마 중에서도 나이가 들면 가장 무서운 것은 노망이다. 속된 말로 ‘벽에 똥칠한다’라는 노망은 암이나 기타 질병보다 잔인하고 저주스럽다. 기억력 감퇴라는 초기 증상이 점차 확산되어 급기야는 살아온 기억이 뒤엉키고 그로 말미암아 가족을 못 알아보고 결국에는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된다. 인격의 상실, 자아의 붕괴 같은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이 추락할 수 있는 최악의 단계인 자기 부정의 모습은 그를 추억해야 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혼란과 슬픔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일종의 폭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