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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전사: 일제하 조선무용과 일본
1. 조선무용의 두 길: ‘조선풍 무용’과 ‘조선고전무용’ 2. ‘조선고전무용’과 일본 3. 재일동포와 대중예능 속의 조선무용 제1부 냉전시대 문화지형의 구축 2장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춤 1. 해방 후 연예 행사들과 민족무용 2. 조국 분단과 민족무용 3. 1950년대 민족무용 지도자들 4. 재일 예술인의 좌우 통합 모색: 4·19 기념 합동문화제 3장 한국무용의 유입: 친선·동포 위문·시장의 복합 1. 한일 문화교류 추진과 민단계 예술인의 조직화 2. 어린이·청소년 단체의 일본 공연 3. 한국 전통 가무악의 일본 유입 4.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민속예술단의 일본 공연 5. 한국무용 시장과 향수(鄕愁): 빛과 그림자 4장 북한무용의 전수: ‘사회주의 조국’의 조선무용 1. ‘귀국선’을 통한 북한무용의 유입 2. 전승체계 구축 3. 주체예술, 국립만수대예술단의 일본 공연 제2부 경계 넘기와 디아스포라 정체성 5장 재일 2세 한국무용가의 등장 1. 재일한국인 2세 문화예술인의 조직화와 한국무용가 2. 한국무용과의 만남과 무용 유학 3. 독자적인 영역의 모색: 1980년대 한국무용 자원의 흡수 4. 독자적인 영역의 구축과 공인된 권위의 획득: 1990년대 6장 조선무용의 새로운 모색 1. 조선무용 지형의 변화 2. 사설 조선무용연구소와 무용단의 등장 3. 문예동 무용경연대회: 민족무용 전승에서 문예동의 역할 4. 새로운 ‘전통’의 추구 7장 한국무용과 조선무용 분단의 경계 넘기: 다양한 모색과 실천 1. 재일 한국무용가와 조선무용가 합동공연 2. 조선무용가의 한국 진출 3.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을 함께하기 4. 경계 넘기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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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사회에서 민족무용이 전승되는 양상과 성격을 고찰하는 것은 그 역사성이 민족무용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재일동포 사회에서 민족무용은 ‘한국무용’과 ‘조선무용’이 경합적인 관계를 이루며 전승되어 왔다. 그것은 한반도의 본국이나 다른 재외동포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적인 현상으로, 이렇게 내부에 경합적인 두 계열을 내포한 것으로서의 민족무용이 바로 재일동포의 민족무용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재일동포 사회의 ‘한국무용’ 또는 ‘조선무용’에 대해 논할 수는 있지만, 그중 어느 한쪽만으로 재일동포 사회의 민족무용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이 책에서 필자는 민족무용이 ‘한국무용’과 ‘조선무용’으로 이원화되어 전개해 온 양상을 고찰함으로써 재일동포 사회의 민족무용의 지형을 그려보고자 하였다.
---p.16 임추자와 조택원은 당시의 정치적, 이념적 지형에서 서로 대립적인 세계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임추자가 조택원에게 조선무용을 배울 수 있었을까? 임추자에 따르면, 당시에는 사상을 초월해서 배우러 다녔다. 전문적인 것을 하려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민족무용은 제대로 가르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남, 북을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 .....조직 차원에서 부탁하여 배우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개인이 배우는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 조택원도 임추자가 총련계인 것을 알았지만 모르는 척했다. 서로 모르는 척하고 넘어갔다고 한다. ---p.104 같은 시기 총련은 중앙예술단과 가무단(1965년까지는 문선대, 문공대) 등 전문예술단체들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찬양하고 정치적 이념을 선명하게 담은 북한의 민족무용을 대중에게 보급하고 있었고, 이를 위한 전승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제4장 참조). 한국의 민족무용은 춤 자체가 정치색을 담고 있지는 않은, 그런 점에서 ‘순수’예술이라 하는 무용이지만,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이 정치적인 장이었던 만큼, 정치적인 함의를 갖게 되었다. 민중대회가 동포들이 많이 모이는 장이기 때문에 그런 장에서 공연을 한 것인지, 아니면 동포들을 동원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공연이 이용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비상업적인 공연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장을 활용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공연이 어떤 장에서 이루어졌든 이들의 민족무용 자체는 재일동포들에게 정치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위안과 감동, 즐거움을 선사했다. 일본 각지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공연과 활동은 ‘친선·교류’와 ‘동포 위문’과 한일회담 촉진을 위한 선전활동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p.128 재일 2세들이 한국무용을 접하고 배우게 되는 계기나 배우는 과정, 한국무용의 경력을 만들어나가고 무용가로서 활동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한국무용가로서 추구하는 방향, 활동 방식 등은 총련계의 조선무용가들과 매우 다르다. 총련계에서 조선무용가가 배출되는 과정은 총련의 조직 체계 속에서 이루어져, 무용가들의 생활사는 개개인이 다를지라도 조선무용가가 되기까지의 경로는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무용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개별적이고 다양하다. 무용가가 되기까지의 과정뿐 아니라 공연 등과 같은 전문무용가로서의 활동도 조선무용가들은 총련 조직을 통해 제공 또는 확보되는 데 비해 한국무용가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한다. ---p.226 이양지가 김숙자의 춤에 대해 “이 선생님의 무속무용에 비하면, 국립무용단의 한국무용은 단지 체조에 불과하다”고 느꼈던 그 감정을 김리혜와 조수옥도 공유했다. 김리혜는 후일 “그 의미를 나중에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한국무용이라 해도 옛날부터 전승되어 온 전통무용과 근대에 들어 서양무용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신무용이 있다. 당시 각 대학의 무용과나 국공립 무용단에서 하고 있는 것은 후자였다. 우리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단지 민족악기도 민족무용도 아니다. 거기에 모국을, 민족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것을 찾아서 그녀도 나도 서울로 왔던 것이다”라고 술회했다(金利惠, 2010b: 184). 1981년 서울에서 이양지, 김리혜, 조수옥은 화려한 춤보다 토속성 짙은 전통춤에서 민족적인 것을 느끼고 거기에 빠져들었다. ---p.247 은퇴한 가극단·가무단 단원들이 무용연구소나 무용단을 만들어서, 또는 개인으로서 교습과 공연 활동을 하고, 무용강습을 받기 위해 자비로 상당한 경비를 들여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의 새로운 현상들은 총련 조직 체계의 외연에 놓이게 된 무용가들이 전문적인 역량을 살리면서 무용에 대한 열망을 추구해 나가는 사적인 활동의 공간과 기반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전적으로 총련 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던 조선무용 전승 체계에 일부 시장적인 요소가 결합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무용의 지도 내지 전습에 이미 시장적인 요소가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조선무용은 총련계 커뮤니티의 민족성 함양과 연대 강화를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가무단 출신자의 경우, 가무단에서 활동하는 동안 공연 외에 일반 소조를 지도하기도 하는데 퇴단할 때는 가무단과 상의해서 지도 계속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가무단 단원 수가 줄어든데다가 현역 단원들의 나이가 소조원들에 비해 어려 지도하기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어서 퇴단 후에도 기존에 지도하던 소조를 계속 지도하게 되기도 한다. 위에서 프리랜서 무용가의 예로 든 고정순의 경우도 현재 지도하는 소조들 중에는 가무단원 시절부터 지도하던 팀이 있다. 또한, 소조원들로부터 사례비를 받기는 하지만, 소조 지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게 받는다. ---p.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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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인 연구총서’ 출간의 의의
재일한인은 구종주국에서 엄혹한 민족 차별에 맞닥뜨리며 생계를 꾸리고 자식들을 키워내면서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절대다수가 본국 국적을 지니고 살았으며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조국’ 또는 고향과의 연결선을 유지하고 그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의 복합적인 동학 속에서 우리에게 재일한인은 어떤 존재였고, 재일한인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였는가에 대한 학문적 성찰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회학, 경제학, 문화인류학 연구자 6인이 ‘재일동포연구단’을 조직하여 2015년부터 3년간 학제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했고, 그 공동연구의 결과를 엮어 총 4권의 ‘재일한인 연구총서’로 출간했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와 출간은 재일한인 1세였던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을 기리는 ‘이희건 한일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재일한인의 노동, 직업, 도시, 젠더, 사회통계, 경제 및 기업 활동, 예술 등 다양한 측면을 다룬 이번 공동연구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재일한인의 능동적인 역사를 부각시키고, 해방 후 재일동포 사회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또한 해방 이후 한국의 사회변동과 한일 관계의 변화 속에서 이루어진 재일한인과 한국 사회의 관계양상을 사회동학적으로 조망하였다. 이전에 비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등장하고는 있으나 재일한인의 삶에 내포된 주체성과 능동성, 다양성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이 학제적 연구의 성과가 재일한인사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족무용’을 통해서 두 조국을 품고 살아온 재일동포의 역사성을 살피다 이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개의 장은 전사(前史)와 제1부, 제2부로 나뉜다. 전사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무용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형태로 일본에 유입되었는지 살펴보고, 해방 후 민족무용의 전개와 어떤 연속성을 갖는지 생각해 본다. 냉전시대의 문화지형: ‘한국무용’과 ‘조선무용’으로 민족무용 이원화 제1부에서는 냉전과 분단국가 체제의 확립을 배경으로 조선무용이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으로 나뉘고 무용 양식도 이질화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한반도 분단과 연동된 재일동포 사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까지는 진영에 따른 민족무용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1960∼1970년대에 재일동포의 민족무용이 ‘한국무용’과 ‘조선무용’으로 이원화되고 무용 양식의 이질화도 진전된다. 이렇게 민족무용 내부에 경계가 형성된 것을 저자는 ‘냉전의 문화지형’이라 하고, 그 핵심적인 요인으로서 동아시아 냉전체제 하에서의 재일동포 사회와 본국의 관계, 민족무용 전승체계 구축 등을 든다. 그리고, 총련계 재일동포와 민단계 재일동포가 서로 다른 맥락에서 민족무용을 접하고 전수받는 양상과 방식을 고찰하고 비교적인 관점에서 양자의 특성을 드러냈다. 경계 넘기와 디아스포라 정체성 제2부에서는 1960∼1970년대에 구축된 민족무용 지형의 변화를 다룬다. 1990년대 이후 분명하게 나타나는 변화의 양상들은 과거의 ‘경계짓기’에 대비되는 ‘경계 넘기’로 개념화되며, 이와 관련해서는 구조적 조건에 구속되면서도 재일 민족무용가로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추구해나가는 재일2세, 3세 한국무용가?조선무용가들의 구체적인 실천과 의식에 주목한다. 재일2세 한국무용가들이 한국무용을 배우게 된 계기와 한국무용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 한국무용 활동의 양상과 추구하는 한국무용의 방향 등을 개인사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함으로써, ‘자이니치(在日)’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더불어서 냉전기 문화의 헤게모니 경쟁 구도 속에서 이루어졌던 ‘한국무용’의 전승이 새로운 맥락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밝힌다. 한편, ‘조선무용’ 전승 체계에 나타난 변화를 비롯하여 ‘조선무용’의 지형에 나타나는 여러 변화들에 대해서도 그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그 배경과 함의를 고찰한다. 재일동포 사회의 민족무용 지형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현상은 ‘한국무용’과 ‘조선무용’의 교류이다. 여기에는 ‘한국무용’과 ‘조선무용’이 하나의 무대에 오르는 합동공연, 조선무용가가 ‘한국무용’을 배우거나 그 반대인 경우, 조선무용가들의 한국과의 교류 등이 포함된다. 재일동포의 민족무용에 관한 한국사회의 관심은 본국중심적이거나 민족주의적인 관점에 기초한 경향이 있다. 예컨대 총련계의 조선무용을 북한무용에 대한 관심의 우회로로서 접근하거나, 재일동포의 민족무용 전승을 민족의식의 척도로만 보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관점에 따라서는 재일동포 사회가 본국(한국이나 북한)보다 다양하고 퐁부한 민족무용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민족무용의 ‘한국/조선’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천들을 통해 경계의 양편을 함께 품은 민족무용의 자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재일동포들이 민족무용을 펼치는 주된 무대는 그들의 생활 기반인 일본이다. 민족무용이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장과 맥락에 따라 같은 춤이라도 본국과는 다른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오늘날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의 추구와 불가분하게 연결된 재일동포의 민족무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 갈지, 저자는 재일동포 특유의 역사성에 기반한 민족무용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 저자의 소박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연구 저자는 오랫동안 전통춤을 배우고 아끼던 우리춤 애호가로서 ‘전통춤’의 계승과 재창조라는 측면에서 재일한인의 전통춤은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책이 출발했다고 말한다. ‘전통’이 박제화된 옛것이 아니라 민족의 삶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재창조되어 계승되는 것이라면, 일찍이 해외로 이주하여 그곳에 삶의 기반을 구축한 디아스포라 한인의 전통춤은 오늘날 한국의 전통춤과 다른 모습을 띠고 있지 않을까? 필자는 사회학자로서 일본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재일동포의 민족무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_ 20쪽 “서문: 문제의식과 연구의 궤적” 2008년 초 고베 현지조사부터 장장 13년에 걸쳐 일본과 한국에서 재일한인 민족무용가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관련 단체와 기관을 조사하고 문헌조사를 거듭해 마침내 올해 출간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