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하지만, 자신감이 팔 할이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써진다. 쓸 수 없다고 하면 실제로도 쓸 수 없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세상만사가 그렇지만 자신감이 전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천되면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보게 된다. 이게 쓰기를 계속할 힘이 된다. 글을 쓰는 데 소질이나 재능이 없다고 불평하거나 한탄할 필요가 없다. 작가의 재능은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p.29
나는 글쓰기나 책을 쓰기 위해 학원 강좌나 컨설팅을 전혀 받지 않았다. 물론 유튜브에 있는 관련 강의를 듣기는 했지만 거의 나 혼자 힘으로 이루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무모하다 싶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다. 비싼 비용을 투입하고 시간을 별도로 낼 상황도 아니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면서도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 내용과 중복, 근거 희박을 제거하고 나면 꽤 괜찮은 정보가 남는다. 그걸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해보자고 시도한 것이 나의 글쓰기 책 3종이다. 글쓰기의 노하우를 그대로 나만 알고 있기가 아까워 책으로 출간해보자고 결심했고 그 결과물이 《책 쓰기가 만만해지는 과학자 책 쓰기》, 《걷다 느끼다 쓰다》, 《무작정 시작하는 책 쓰기》란 결과로 이어졌다.
--- p.56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글을 쓰는 방식이 있다. 하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고민을 거듭해서 완성해가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일사천리로 일단 써 놓고 그다음에 수정하는 방식이다. 나는 후자를 선호한다. 한 문장씩 고민해서 쓰다 보면, 어느 한 문장에서 막히게 되면서 리듬이 자꾸 끊기기 때문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감 없이 일단 써놓고 보는 방식을 ‘프리 라이팅 기법’이라고 한다. 이미 일반화된 글쓰기 방식으로 원고를 쓰는 방식으로는 가장 탁월하다. 이 방법을 알게 된 후부터 글쓰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내용을 일단 써 놓고 본다. 어차피 나중에 수정할 것이므로 완결성, 철자, 맞춤법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 p.92
모름지기 힘 있고 재밌는 글은 대칭 구도를 만들고 양자가 제대로 싸우게 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도 열광한다. 깊이 빠져든다. 독자는 확실한 걸 좋아한다. 서로 양보하고 좋은 관계면 드라마도 망한다. 드라마를 보면 갈등, 대립, 반목, 치정, 삼각관계, 불륜, 살인, 사기 등 온갖 인간이 지양해야 할 이야기 투성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것들이 나와야 재밌다. 독자 또한 이런 글에 열광한다. 양자의 의견이 대립하고 부딪칠 때 팽팽한 긴장감이 생기고 거기서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 명분과 실리, 야당과 여당, 원칙과 예외, 이론과 실제가 끊임없이 대립하듯, 글을 쓸 때도 입장의 대립을 통해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가야 글도 살고 나도 산다. 그런 글이 힘도 있다.
--- p.124
내 경험으로는 퇴고할 때 글쓰기 실력이 가장 향상된다. 따라서 퇴고를 다 쓴 원고의 마무리 절차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자. 오히려 글쓰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자. 강원국 작가는 퇴고에 대해 “우리가 톨스토이나 헤밍웨이처럼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처럼 수십, 수백 번 고쳐 쓰지 않았기 때문이며, 초고는 그들 역시 우리와 비슷했다”고 말한다.
--- p.190
원고가 아무리 좋아도 제목과 표지, 디자인 등 다른 요소가 부족해 실패한 책이 너무도 많다. 원고를 잘 쓰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은 아니다. 원고 외에 다른 것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즉, 원고가 좋다는 사실을 밑바닥에 깔고 그다음에 제목과 표지, 디자인 등 외적인 요소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래야 성공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제목, 표지, 디자인 등이 아무리 훌륭해도 원고 내용이 따라주지 않으면 책은 결국 실패한다.
--- p.254
최근에는 출판사에서 하는 일과 작가의 일의 경계점이 모호해지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원고만 쓰면 된다’는 생각은 버리도록 하자. 출판사의 속사정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부 출판사 외에는 대부분의 출판사가 사정이 좋지 않다. 출판사마다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으며 직원들은 박봉과 격무에 시달린다. 이런 현실을 잘 직시하고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 상생하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