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니 실수할 수도 있고
잘 몰라서 허둥댈 수도 있지.
시작부터 달인인 양
휙휙 잘해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네가 지나온 길이
조금 비뚤어지고 살짝 어긋나 있다 해도,
‘이겨내느라 고생 많았어’ 하고
한 번만 뒤돌아 스스로를 토닥이고
계속해서 걸어나가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자고로 처음이라 하면
몹시도 서툰 모습이어야만
그 의미가 짙어지는 법이야.
할 수 있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다 괜찮아질 거다.
우리는 모두가 처음이니까.
그 어디에서든
내가 항상 응원할게.
--- 「우리는 모두가 처음이니까」중에서
세상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도대체 뭘 해야만 할지 모를 때가 있었다.
굳이 헤아리고 싶지도 않을 만큼의
많은 실패와 좌절 앞에 놓이고 보니,
점점 나조차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업신여기는 지경까지 가닿더라는 것이다.
나는 못났고, 바보 같고, 우둔하고,
어쩌면 이제 완전히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잔뜩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절대로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이 세상이 멍청한 거라고 욕해대는
그런 모순적인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아쉬워하는 모습과
완전히 새로운 길에 처음부터 발을 디딜
멋진 용기 따위 품고 있지 않은 못난 마음이
나를 아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살아간다는 일이 두렵고
무엇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건 여전하지만,
그때만큼 아무 의미 없는 자책을 일삼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무얼 하든 완전한 성공도 실패도 없으며,
해 질 녘의 사탕처럼 달큼한 석양을
멍하니 올려다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 「나는 사실 꽤 괜찮은 사람」 중에서
제가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회복하기 위해 하는 일들을 몇 가지 나누고 싶어서요.
우선 무작정 집을 나서서 익숙한 곳을 천천히 걷습니다. 평소엔 눈길을 잘 주지 못했던 키가 큰 나무와 들꽃과 담벼락에 속으로나마 안부를 묻고요. 작년 이맘때 듣곤 했던 노래를 서너 곡 다시 찾아 듣기도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뭉게뭉게 떠오르는 하얀색의 지난 시절이 슬픈 속을 포근하게 덮어줍니다.
근처 꽃집에 쭈뼛쭈뼛 들어가 마음을 확 앗아가는 꽃을 한 아름 사 오기도 하고요. 자주 가는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도 몇 권 사고, 분명 다 채우지 못할 게 뻔한 다이어리도 열심히 고릅니다. 나오는 길에 단골 식당에서 매번 먹던 유부 우동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웁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문득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애틋해지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요.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오늘 전화 받아줘서 고마웠어. 다음에 또 연락할게.”
이처럼 멋진 하루를 보낸 것만으로도 어느새 기분은 한껏 좋아져 있습니다.
--- 「평범한 하루라도」중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모퉁이에
단단한 각오만 걸어둘 수 있다면,
그 길에서 필시 마주하고야 말 고통과 권태를
나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 자신만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제 그게 어느 곳이든 나는 듯이 갈 수 있다. 숨이 찬다면 근처의 튼튼한 나뭇가지를 찾아 잠시 앉아 쉬기도 하면서, 마음이 멍울진다면 멈춰선 채 천천히 문지를 줄도 아는 여유를 가지고서, 그 길이 내리막길이라 한들 망설이지 않고 썰매 위에 오를 수도 있는 용기를 가지고서. 나도, 당신도 이렇듯 각자의 길 위를 지금처럼 개성 있게 거닐면 된다. 삶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땔감으로 삼고서 내내 정다운 걸음을 내디디면 된다. 앞서 말했듯 틀린 길은 없고, 우리는 모두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다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