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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 EPUB ]
팀 마샬 저 / 구정은 해제 / 김승욱 | 푸른숲 | 2022년 02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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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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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9115675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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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무엇이 우리를 깃발 아래로 모이게 하는가
작은 천 조각으로 배우는 오늘날 세계의 역사


깃발은 어떻게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서로를 결합 또는 분열시키며, 추구하는 가치와 권력욕, 정치, 지향점, 목표까지 드러내는가. 역사 분야 초장기 베스트셀러 『지리의 힘』 저자이자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셜이 미국, 영국,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제기구, 테러 단체 등의 깃발에 담긴 인류 열망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해제] 베테랑 언론인이 보여주는 깃발의 정치학
[들어가는 말] 천 조각 하나에 담긴 이념의 우주

제1장 성조기: 한쪽에서는 사랑과 존중을, 반대쪽에서는 분노의 화형을

분열된 나라의 충성과 단합을 유도하다 │ 팽창하는 국가, 늘어나는 별 │ 맥헨리 요새에서 영국 포격을 이겨낸 성조기 │ “날 밟지 마” │ 남부연방기의 다중적 의미 │ 성조기에 관한 규칙들 │ 국기의 장례식과 화형식 │ 중국으로부터 지켜야 할 사업 아이템 │ 소속감, 자유, 희망의 메시지

제2장 유니언잭: 태양이 지지 않던 영국의 영광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왕실의 융합과 새로운 깃발 │ 영국 국기, 유니언기, 유니언잭 │ 국기 안의 국기 │ 게양할 때는 기운차게, 내릴 때는 격식을 갖춰서 │ 유니언 깃발을 향한 애정과 증오 │ 분열의 무기이자 희망의 상징

제3장 십자가와 십자군: 유럽 깃발에 담긴 그리스도교의 향기

깃발 아래 모인 유럽 통합의 꿈 │ 유럽인이라는 정체성 │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 │ 허드슨 강에 내던진 나치당 깃발 │ 나치의 상징, 스와스티카 │ 통일 독일을 위한 깃발 교체 │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기가 유사한 이유 │ 스칸디나비아 십자가를 쓰는 북유럽 5개국 │ 십자가 대신 표현된 그리스도교 상징 │ 공화주의의 파도 │ 슬라브 민족의 느슨한 연결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난민, 그리고 우익의 부상

제4장 아라비아의 깃발: 분열과 대항, 그리고 혁명의 상징

아랍 반란 깃발의 네 가지 색 │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기에 대한 경의 │ 오스만 제국 시대의 영향 │ 이란 국기에 그려진 튤립 │ 이집트 아랍 해방기가 꿈꾸는 통일 │ 통합의 상징에서 정치적 수단으로 │ 이스라엘 국기와 시오니즘 │ 리비아의 세 가지 색깔, 세 개의 지역 │ ‘아랍 민족’이라는 개념

제5장 공포의 깃발: 갖가지 분쟁이 낳은 중동의 혼돈과 저항

IS가 들어 올린 공포의 검은 깃발 │ 테러 단체들의 깃발을 내건 홍보 전쟁 │ 헤즈볼라, 돌격의 노란색 깃발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상징, 하마스 │ 파타, 팔레스타인 내 또 다른 해방의 꿈 │ 상징과 의미를 둘러싼 정치 싸움

제6장 에덴의 동쪽: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국기에 담긴 역사적 전환점

소련 붕괴로 생겨난 신생국들 │ 우즈베키스탄, 소련으로부터 최초 독립한 나라 │ IS가 스탄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력 │ 끝날 줄 모르는 아프가니스탄의 국기 수정 작업 │ 파키스탄의 별과 초승달 │ 인도 국기에 그려진 바큇살 │ 전 세계 유일한 두 삼각 국기 │ 중국에는 신이 없다, 공산당만 있을 뿐 │ 타이완에 존재하는 두 개의 국기 │ 하나의 반도, 하나의 민족, 천양지차인 남북한기 │ 일본,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

제7장 자유의 깃발: 아프리카, 식민의 시대를 지나 단합의 시대로

아프리카의 유일한 비非식민지배국 │ 아프리카 흑인들의 자긍심 │ 가나의 검은 별 │ 범아프리카주의 정신을 담은 깃발들 │ 모잠비크가 현대식 무기를 국기에 그린 까닭 │ 국기에 드러낸 독립과 저항의 역사 │ 분리주의와 종족 간 갈등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 나이지리아 국기에 대한 논란 │ 남아프리카공화국, 혐오 시대의 종언

제8장 혁명의 깃발: 옛것과 새것이 융합된 라틴아메리카 문화

콜럼버스에게 발견당한 지상낙원 │ 에스파냐에 저항한 대 콜럼비아의 시대 │ 한 나라의 이름이 된 혁명가, 볼리바르 │ 볼리비아의 또 다른 깃발, 위팔라 │ 고대 아즈텍의 상징들이 담긴 멕시코 국기 │ 중앙아메리카 지역연합의 탄생 │ 통일의 희망이 담긴 다섯 국기 │ 전 세계 선박 4분의 1이 달고 다니는 깃발 │ 파나마 운하 앞 이중 지배권이 불러온 비극 │ 국기모독죄로 고발당한 페루 모델 │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 비친 5월의 태양 │ 자유를 향한 브라질의 질서와 전진

제9장 좋은 깃발, 나쁜 깃발, 못생긴 깃발: 해적기부터 무지개 깃발까지, 정체성의 정치학

교차시킨 두 개의 뼈와 두개골 │ 항복하려거든 백기를 들어라 │ 중립이라는 이상을 찾아 변화 중인 적십자기 │ 나토 깃발을 둘러싼 끝없는 자리다툼 │ 다섯 대륙을 스포츠로 결합시키는 다섯 고리 │ 자동차 경주 결승선의 상징인 체크무늬 깃발 │ 남극의 얼음 위부터 북극의 바닷속까지 휘날리는 기들 │ 다양성의 상징, LGBT의 무지개 깃발 │ 행성 지구의 70억 인구를 대변하려는 시도

참고문헌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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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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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깃발 하나로 상징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같은 이상, 목표, 역사, 신념으로 사람들을 통일시키려 애쓴다는 뜻이다. 거의 불가능한 임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이 휘날리는 적기(敵旗) 때문에 열정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징 주위로 몰려든다. 깃발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는 부족적 성향과 정체감, 즉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사고방식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깃발을 도안할 때 사용되는 상징들 또한 분쟁과 적이라는 개념을 바탕에 둔 경우가 많다. 국민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흔한 테마로 등장하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분쟁을 줄이고 조화, 평화, 평등을 지향하고자 하는 현대 세계에서는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져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선이 흐릿해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깃발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까?
---「들어가는 말」중에서

일부 국가, 예를 들어 스웨덴 같은 곳에서는 열광적으로 국기를 흔드는 일이 불필요하다 못해 거의 무식한 일로 여겨진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극우주의자로 보일까 봐 국기를 흔들면서 불안해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국기는 애플파이만큼이나 미국적인 물건이라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국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공개적으로 과시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악몽 같은 여러 프로젝트, 교도소 시스템, 인종주의 등과 맞닥뜨리는 미국의 현실과 이런 자부심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

국기는 이 나라에 훌륭한 부분뿐만 아니라 썩은 부분도 있다는 신념을 표현하는 데 지금도 간혹 사용된다. 예를 들어, 2016년 5월에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에서 트럼프가 집회를 열었을 때, 집회장 밖에서 그에게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성조기를 불태웠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집회에서도 국기모독이 여러 번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측면을 조화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방식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국기가 그렇듯이, 미국 국기도 독특한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으로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나라가, 이 세상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꿈을 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제1장_성조기: 한쪽에서는 사랑과 존중을, 반대쪽에서는 분노의 화형을」중에서

잉글랜드 깃발과 영국 국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작은 사건들, 때로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건들 덕분에 극우의 손에서 구출되었다. 1992년에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의 흑인 단거리 육상선수 린퍼드 크리스티(Linford Christie)는 경기에서 우승한 뒤 관중이 던져준 영국 국기를 잡아 몸에 휘감고 관중의 갈채에 화답했다. 지금은 피부색과 상관없이 영국의 모든 운동선수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데도, 뭐라고 한 마디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이 순간에 작은 고백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여러 개의 금메달을 딴 모 파라(Mo Farah)는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인이 된 선수인데, 경기에서 또 승리를 거둔 뒤 어느 기자가 태어난 나라의 깃발을 휘두르고 싶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이봐요, 여기가 내 나라입니다.” 이 단 한 장면과 한 문장 안에 유니언잭이 과거를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 원래 의도대로 통합의 상징이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제2장. 유니언잭: 태양이 지지 않던 영국의 영광」중에서

아랍 민족이란? 언어가 아랍인들을 하나로 묶어준다면, 비록 아랍어에 사투리가 많기는 해도 나름대로 근거 있는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랍 민족이라는 말이 정말로 하나의 민족을 뜻한다면, 이 개념 자체가 조금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아랍에는 많은 민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7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세를 불린 개념이 바로 정치적인 의미의 이슬람이다. 이슬람 사상의 여러 갈래들 중에는 정치와 종교의 차이, 국경 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많다. 따라서 IS 깃발을 포함한 일부 깃발들은 적어도 범아랍주의를 표방하며, 크게는 세계주의를 따른다. 그러나 종교가 민족주의나 정치철학 같은 다른 카드들을 이길 때가 많다 해도 폭력적인 이슬람주의 집단은 잔혹성과 유토피아 사상으로 인해 결국 자멸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그 과정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될 것이다. 2016년 여름에 튀니지의 중요 이슬람주의 정당인 엔나흐다(선거 뒤에 자발적으로 권력을 포기했다)는 모스크와 국가의 분리를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정치적인 이슬람을 떠나 민주적인 이슬람으로 들어간다.” 만약 이 말이 진심이라면, ‘민주적인 이슬람’은 IS와 알카에다식 세계관에 반대하는 하나의 실험이다. 완전히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이슬람 국가를 지향하는 터키 모델은 고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따라서 튀니지 모델을 지켜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튀니지는 깃발에 범아랍주의 색깔을 쓰지 않았다. 북아프리카인이 대부분이라서 그럭저럭 균질성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들은 동쪽에서 생겨난 정치적 이슬람 중 어떤 부분을 채택하고 어떤 부분을 버릴 것인지 열심히 고르는 중이다.
---「제4장. 아라비아의 깃발: 분열과 대항, 그리고 혁명의 상징」중에서

IS 깃발은 배타성을 부르짖는다. 스스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만든 이 깃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의 폭은 아주 좁다. 붉은 깃발은 누군가가 공산주의자의 손에 붙잡히는 경우 어딘가 몹시 추운 곳의 수용소에서 오랫동안 재교육을 받으면 그들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반면 IS 깃발은 ‘우리와 그들’을 절대적으로 나눈다. “우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더러운 이교도이므로 당장 죽어 마땅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빠른 죽음이 될 필요는 없다.” 이 깃발은 이렇게 말한다.
---「제5장_공포의 깃발: 갖가지 분쟁이 낳은 중동의 혼돈과 저항」중에서

남북한은 모두 국기 전쟁에서 서로를 괴롭힌 혐의가 있다. 북한이 새로 국기를 만든 이후, 남한은 자국 영토 내에서 북한 국기를 어떤 형태로든 내거는 것을 금지했다.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컵 예선전이 중국으로 옮겨 열린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북한이 자국 영토 내에서 남한의 국가를 연주하거나 국기를 게양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4년에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한은 거리에 북한 국기를 내거는 것을 금지한 법을 계속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선수촌에는 북한 국기가 게양되었으나, 그뿐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집 58조에 “모든 경기장과 그 인근에 경기에 참가한 NOC[참가한 국가]의 깃발과 함께 OCA 깃발이 자유로이 걸려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소용없었다.

북한은 이렇게 국기를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다면, 350명의 ‘미녀응원단’도 대중 앞에 내보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자국의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발된 이 젊은 여성들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모두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답다는 점, 그리고 김정은 정권에 광적으로 헌신한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 이 응원단이 가져올 국기의 크기에 대해 남한이 문제를 제기하자, 북한 외교관들은 회담장에서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그리고 응원단 파견이 취소되었다.
---「제6장_에덴의 동쪽: 중앙아시아부터 동아시아 국기에 담긴 역사적 전환점」중에서

이 깃발(해적 깃발)은 18세기 초반에 해적 세계에 널리 퍼졌고, 대중의 상상력까지 사로잡았다. 해적들은 새로운 유행이 된 검은 바탕 위에 고전적인 이미지를 그려 넣은 다음, 마음이 내키는 대로 끔찍한 이미지들을 추가했다. 모래시계를 넣은 것은 자신들이 접근하는 배 위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시간이 다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혹시 상대방이 자신들의 뜻을 똑똑히 알아차리지 못할까 봐 전신 해골을 다 그려 넣은 깃발도 있었다. 단검 같은 무기가 그려진 깃발은 희생자들에게 곧 어떤 죽음을 맞을지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해적들은 ‘해적의 암호’를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사람이 문맹이던 시절에 이 암호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교차시킨 뼈와 두개골은 다른 배들에게 상대가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만약 해적들이 이 깃발과 더불어 아무 그림이 없는 검은 깃발도 내걸었다면, 그것은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경우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뜻이었다. 만약 상대가 저항하거나 도망치려고 시도하면,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는 뜻으로 빨간색 기가 올라갔다.
---「제9장. 좋은 깃발, 나쁜 깃발, 못생긴 깃발: 해적기부터 무지개 깃발까지, 정체성의 정치학」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전 세계 20여 개국 베스트셀러 『지리의 힘』 저자 팀 마셜의 신작
깃발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계사, 그리고 현재의 세계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국제 이슈와 외교 문제를 주로 다루었던 팀 마셜. 지정학을 바탕으로 세계사를 풀어내 미국, 영국, 독일, 한국 등 20여 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지리의 힘』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가 이번 책의 주제로 ‘깃발’을 선택했다.

깃발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꿈과 희망을 상징했다. 의사당과 궁전, 주택과 전시장 앞까지 수많은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우리는 흔들리는 깃발 앞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치고, 국가(國歌)를 목 놓아 부른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를 기리기 위해 망자의 관을 국기로 덮어주기도 하고, 불만과 항의의 표시로 깃발을 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한국의 ‘태극기 시위대’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 ‘다윗의 별’이 그려진 이스라엘기, 더불어 일장기까지 들고 나온다. 가히 ‘깃발의 세계’라고 할 만하다.

대체 이 작은 천 조각에 무엇이 담겨 있기에 이토록 온갖 사람들이 울고 웃고, 포화 속으로 목숨을 던지고, 남을 위협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가? 이 책은 ‘깃발’을 키워드로 삼아 인류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 정치적 갈등과 분쟁, 나아가 오늘날 국제관계의 흐름까지 톺아본다. 책에 등장하는 오대륙 110여 개의 깃발에는 ‘우리’의 꿈과 희망, 좌절과 분노, 충성, 광기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각각의 깃발에 등장하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은 깃발에 숨겨진 역사가 현재를 만들었음을 증명한다.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단 하나의 강력한 상징
색깔과 디테일한 문양들에 담겨 있는 갈등과 분쟁과 평화와 혁명의 이야기들


9.11 테러가 발생한 날, 불길이 잡히고 자욱한 흙먼지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폐허 위에 미국 소방관 세 명이 기어 올라가 성조기를 꽂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사진사도 없었다. 그저 그 엄청난 죽음과 파괴의 현장에서 ‘뭔가 좋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벌인 행동이었다고 한다. 폐허 위에 나부끼는 성조기를 본 미국인들의 마음속에는 분명 슬픔, 용기, 희망, 저항, 인내와 노력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일어났을 것이다. 깃발은 곧 해당 공동체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깃발은 한 집단의 역사, 지리, 국민, 가치관 등 모든 것의 상징이다. 상징의 해석은 각자 다를 수는 있어도, 각 깃발들이 담고 있는 바는 유사하다.

한 공간에서 같은 깃발을 바라보더라도 ‘우리’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같은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 올림픽 금메달 자리에 달린 깃발을 자국민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겠지만, 그 외의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저 작은 천 조각일 뿐이다. 이 책은 깃발의 이름과 유래에서부터 장식적인 디테일까지 꼼꼼히 짚으면서 그 상징에 스며 있는 역사와 민족과 정치적 갈등과 분쟁과 평화와 혁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디작은 천 조각 안에는 전 세계 역사적 장면들이 응축되어 있다. 저자의 유쾌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사의 맥락들이 머릿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IS의 검은 깃발부터 해적기, 유니언잭, 성조기, 적십자기, 태극기까지…
110여 개 깃발 아래 벌어지는 치열한 ‘상징 전쟁’


왜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기네 국기가 삽입된 월드컵 축구공에 분노했을까? 스위스 깃발과 적십자기가 유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IS가 수백 개의 검은 깃발을 옥상에서 날린 까닭은 무엇일까? 왜 항복할 때 백기를 흔들까?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토록 충성심과 애정을 느끼는 이 상징들은 어디서 기원했을까? 이 책은 이 깃발이라는 상징 전쟁이 유발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1장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성조기부터 개즈던 깃발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 남부연방기에 실린 부적절한 정치적 이미지 등 북아메리카 대륙의 깃발들을 살핀다. 2장에서는 영국의 해가 지지 않던 시절을 상징하는 유니언잭의 영향력과 오늘날 브렉시트 사태가 불러온 영국과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의 동상이몽, 국기에 유니언잭이 들어가 있는 나라들의 고민 등을 살핀다. 3장에서는 ‘유럽 통합’이라는 목표를 위해 애쓰고 있는 유럽연합 깃발과 유럽평의회 깃발, 삼색기의 대표주자 프랑스 국기, 악의 상징 독일 나치당 깃발, 통일 독일의 깃발과 북유럽 5개국의 유사성 등을 들여다본다.

4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란, 리비아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들의 깃발들을 살핀다. 이곳 국기들에 자주 등장하는 이슬람의 상징과 주장은 몹시 강렬한 반면, 국민국가는 비교적 힘이 없는 편이다. 5장에서는 IS 등의 테러 집단 깃발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파타 등 이슬람의 정치 조직들의 깃발들을 들여다본다. 6장에서는 소련 붕괴로 생겨난 ‘스탄’ 국가들부터 인도, 네팔, 중국, 남북한, 일본 등 여러 사상, 민족, 종교, 정체성이 담긴 아시아 국기들을 살핀다. 7장에서는 빨간색, 황금색, 초록색,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아프리카의 국기들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국기는 식민주의라는 족쇄를 벗어던지고 자신감을 강화하며 21세기를 맞고 있는 대륙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8장에서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라틴아메리카로 온다. 멕시코, 파나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깃발들을 들여다본다. 라틴아메리카의 혁명가들은 현재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식민지 개척자들과의 문화적 연결고리를 그대로 보존했다. 이 대륙의 많은 국기에는 19세기에 나라를 건설한 사람들의 이상이 반영되어 있다. 9장에서는 바다의 악당이자 동시에 로큰롤의 상징인 해적기부터 중립이라는 이상을 찾아 끊임없이 변화 중인 적십자기, 레이싱 경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체크무늬 깃발, LGBT 퀴어들의 상징 무지개 깃발까지 그 아래 모인 이들의 정체성을 대변하려 노력하는 깃발들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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