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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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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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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7403415
ISBN10 893740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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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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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나는 지금 나이의 내 모습을 아주 달리 상상했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기다리고 질문하며 불안해하고, 채워진 것보다는 동경하는 게 더 많다. 보리수꽃이 향기롭다. 나그네들, 꽃 따는 아낙들, 아이들, 연인들은 모두 한가지 법칙에 따르는 듯이 보이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아는 듯 하다. 오직 나만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단지 내가 아는 것은, 노는 아이들의 해명할 수 없는 열락도, 나그네의 느긋한 걸음도, 연인들의 몽롱한 도취도, 꽃 따는 아낙들의 배려 깊은 준비도 내 몫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것은, 내 안에서 부르는 삶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다. 내가 비록 그 의미와 목적지를 알 수 없어도,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더 나를 유쾌한 거리로부터 어둡고 모호한 곳으로 이끌지라도.
--- pp.77-78
나이테의 바르고 일그러진 모양새에는 모든 싸움과 고뇌, 행운과 번영의 역사가 그대로 씌어 있다. 빈곤했던 해, 풍족했던 해, 견뎌낸 폭풍우와 시련들……. 가장 단단하고 품격 높은 나무일수록 촘촘한 나이테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높은 산 끊임없는 위험 속에서야말로 가장 강인하고 옹골찬 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농가의 소년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인생의 진리다.
--- 본문 중에서
나무는 언제나 내게 가장 감명을 주는 설교자였다. 나는 나무가 크고작은 숲에서 종족을 이루고 사는 것을 숭배한다. 나무들이 홀로 서 있을 때 나는 그들을 더더욱 숭배한다. 그들은 마치 고독한 사람들과 같다. 그 어떤 시련 때문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아니라 마치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위대하기에 고독한 사람들 말이다.
--- 본문 중에서
꺾인 가지의 삐걱거림

꺾인 가지는 부러진 채,
벌써 여러 해를 걸려 있다.
건조하게 그는 바람에 자신의 노래를 삐걱거린다.
잎도 없고 껍질도 없이
벌거벗고 창백하게, 오랜 삶과
오랜 죽음에 지쳐.
그의 노래는 고통스럽고 완강하게 울린다.
반항적으로 울리고 은근히 두렵게 울린다.
또 한 번의 여름,
또 한 번의 겨울 동안.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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