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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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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18g | 130*200*20mm
ISBN13 9788954694278
ISBN10 895469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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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부르지만 디저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근처 백화점 안의 스타벅스로 향했다. 주말이면 몇 배는 더 북적이는 백화점 스타벅스에 굳이 간 이유가 있다. 가장 가까웠고 무엇보다 엄마가 만보기 앱으로 포인트를 모아 바꾼 커피 쿠폰을 쓰기 위해서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백원이 모인다. 그걸 모으고 모아 딸과 커피를 마시는 게 엄마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엄마의 티라미수」중에서

누군가에게는 그저 멕시코 요리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엄마가 먼저 먹어보자고 한 첫번째 요리다. 취향이 없던 엄마에게 취향이란 게 생긴 것이다. (…)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일이다. 확률은 50퍼센트, 내 취향과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시도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데서 딱 내 취향의 즐거움을 만나기도 한다. 약간의 용기를 낸 덕분에 베트남에서 인생 과일 두리안을 만나고, 일흔 넘어 요가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처럼. ‘시도’는 즐거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이자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일흔 넘은 엄마에게 취향이란 게 생겼다」중에서

인터넷을 떠돌다 유명 만둣집에 대한 정보가 나오면 핸드폰 사진첩의 만두 폴더에 저장해둔다. 낯선 곳에 여행을 가면 유명하다는 만두 맛집을 찾아본다. 거리를 걷다가도 만두를 품은 채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찜솥을 보면 아빠가 생각난다. ‘과연 이 만두는 만두왕의 입맛에 맞을까?’ 상상하며 진시황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찾아 나선 서복이 된 기분을 느낀다. 불로초 원정대처럼 만두왕의 입에 맞는 만두를 찾아 팔도 대장정을 이어가야 한다.
---「우리집 만두왕의 비밀」중에서

분명 같은 음식인데도 더울 때는 그 맛이 안 난다. 싸늘한 공기가 더해져야 한다. 진한 멸치 육수와 김치맛을 잔뜩 머금은 푹 퍼진 국수를 한입 넣으면 어린 시절의 겨울맛이 난다. 넉넉하지 않았으면서도 까탈스러웠던 그날들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가난한 엄마, 아빠의 팽팽한 얼굴, 먹기 싫어서 심통이 잔뜩 난 어린 내 얼굴이 털레기 국수 한 그릇에 담겨 있다.
---「털레기 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중에서

딸을 향한 화해의 마음이 담겼던 ‘금값 딸기’는 한동안 냉장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먹지 않았으니 가족 중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갔을 테다. 빨간 딸기즙과 하얀 설탕 자국이 남은 접시가 개수대에 있는 걸 보니,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아빠가 설탕의 힘을 빌려 드신 모양이다. 냉장고 속 딸기가 푸석하고 꺼칠해진 걸 발견한 엄마가 시든 부분을 칼로 잘라내고, 훤히 드러난 상처는 설탕으로 덮어 아빠에게 드렸겠지. 얼마 전까지 불같이 싸우던 부부는 그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딸기를 주고받는다. 이게 바로 오십 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부부의 ‘바이브’란 걸까? 그 모습이 또 웃기고 귀여워서 피식 웃고 말았다.
---「금값 딸기를 거절했다」중에서

언니가 시킨 대로 바싹 익힌 돈가스를 나이프로 작게 잘라 포크로 찍어 한입 넣었다. 고소하고 바삭하게 씹히면서도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맛의 신세계를 느꼈다. 접시에 코를 박고 한참을 먹다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작은언니가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이후 난 수없이 많은 돈가스를 먹었다. 친구가 싸온 도시락 반찬으로, 첫 데이트의 메뉴로, 값싸고 든든한 술안주로, 사회인이 된 후 짧은 점심시간에 메뉴 고민하기 싫어 남들이 가자는 데로 우르르 몰려가 먹던 음식으로…… 내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언니의 바람대로 돈가스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나이프로 능숙하게 잘라 먹는 세련된(?) 동생이 된 것이다.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는 그날엔, 돈가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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