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내들이 ‘남편이 하루 종일 나에게 관심도 없다가 밤에 잠자리를 원해서 너무 싫다’라고 말한다. 아내는 남편과의 성관계가 싫은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사랑을 갈망한다. 하루 종일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밤이 되어서야 한숨 돌리는 아내라면, 밤에만 들이대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아내는 남편의 잠자리 요구를 거절하고, 거절당한 남편은 자존심이 상한다. 아내는 남편의 이기적이고 무관심한 모습에 실망하여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하고, 남편은 자존심이 상해 아내에게 등을 돌린다. 그렇게 ‘섹스리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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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 애착의 특성상 관계가 가까워지면 오히려 더 불안해한다. 인간관계에 책임이 커지면 극도로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고 느끼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올수록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이런 회피형 유형과 살면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도망가는 배우자의 뒤통수를 보고 쫓아가는 모양새로 살게 된다. 회피하는 배우자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진 배우자는 더욱더 상대에게 집착하고, 스트레스 상황에 지나치게 반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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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는가?” 어쩌면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어려서, 아이가 사춘기라서, 아이가 곧 결혼할 예정이라서, 경제력이 없어서, 남편이 내 명의로 사업을 해서, 빚밖에 없어서, 주변 사람의 시선이나 편견 때문에,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이 지옥이라면 주저앉지 말고 벗어나야 마땅하다. 자기 자신의 형편과 처지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혼에 따른 후폭풍을 감수하고 이겨낼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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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분할의 비율은 부부가 합의해서 정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이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 혼인 파탄의 원인과 책임 정도, 혼인 기간 및 생활정도, 학력·직업·연령 등 신분 사항, 자녀 양육 관계, 위자료 등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 수준, 축적된 자산의 형성 경위 등을 기준으로 기여도를 확인하며,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았던 전업주부도 가사노동, 내조, 자녀 양육 등으로 부부 공동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음을 인정받아 재산 분할을 받을 수 있다. 법원에서는 재산의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보다는 그 재산의 형성 경위와 기여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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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들까? 〈동아일보〉가 만든 인터랙티브 사이트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년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baby.donga.com)’에서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월 소득 기준 299만 원 이하 가구의 자녀 1인당 양육비용(대학 졸업까지)은 1억 7,534만 원, 300~399만 원 가구는 3억 3,469만 원, 400~499만 원 가구는 4억 5,918만 원이 든다고 한다. 월 소득이 300만 원대인 가정이라면, 초등학생에게 1,000만 원, 중학생에게 2,000만 원, 고등학생에게 2,700만 원을 1년에 쓰는 것이다. 월급쟁이가 10년 동안 번 소득을 아이 한 명 키우는 데에 모두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아이가 둘이면, 양육비를 위해 20년 동안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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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혼하실 건가요? 이혼을 할지 말지, 그것부터 결정하셔야 합니다.”
민애 씨는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어떻게 일궈 온 가정인데 젊은 비서 때문에 가정을 깨기는 싫었다. 하지만 이미 깨진 접시나 다름없는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시집살이할 때도, 아이들이 아파 고생할 때도 회사일 핑계로 무관심하던 그였다. 민애 씨는 지난 세월 고생한 자신이 불쌍하기도 하고, 남편이 원망스러워 북받쳐 울었다. (…) 상담실에 찾아온 사람들 중에 이렇게 이혼에 대한 고민과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지 않고 변호사의 말만 믿고 이혼 소송을 하는 사람이 많다. 홀로서기 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도 이혼은 어려운 과정이고 결혼생활에 대한 여러 후회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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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다고 새 인생이 저절로 펼쳐지지 않는다. 이혼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립의 문제이다. 이혼 여부보다 독립 여부가 더 중요하다. 서류만 정리한 채 배우자한테 의지하고 살거나, 다른 사람에게 또 의지하려면 이혼을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반대로 서류정리를 하든 안 하든,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차곡차곡 준비해서 나 스스로 온전하게 홀로 설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독립이고 진짜 내 인생을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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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받을 만하지 않은가?’,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을까?’, ‘남편이 나를 비난한 것처럼,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인간인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럴 땐 내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생각의 뿌리를 타고 들어가 보자. 유년시절의 기억,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나, 홀로 남겨진 슬픔을 온전히 떠올리고 그 안에 머물러 본다. 그런 감정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내 상처와 두려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잊고 있던 기억과 상처를 떠올리면 지금의 나를 보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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