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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499이동
한재범 | 창비 | 2024년 03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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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06g | 125*200*10mm
ISBN13 9788936424992
ISBN10 8936424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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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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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앞에 종이 상자가 있다 어제는 종이 상자가 필요했는데 종이 상자는 이만원 이상 무료 배송이었다 어제 종이 상자를 주문했는데 종이 상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손 앞에 종이 상자가 있다
--- 「□」 전문

나는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이 자연스럽다 자연을 입은 듯 익숙하다 나는 풍경처럼 흔들린다 짝다리 짚으며 어서 오세요 한다 풍경화처럼 보기 편한 그림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옷이다 이 옷은 겨울옷도 되고 여름옷도 된다 계절은 순환되고 유니폼은 반복된다 매일 입는 이것은 이제 나 같다 유니폼 바깥의 나는 나 같지 않다

나는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이 내게 어울린다 나는 겨울에도 있고 여름에도 있다 유니폼 안에서 자유롭다 울타리 안에서 양을 모는 목양견 같은 그림이다
--- 「유니폼」 중에서

다섯평 풀 옵션 원룸엔 스위치가 별로 없다 옆집 사람은 작은 소음에도 벽을 두드렸다 고장난 기계를 두드리듯 신경질적으로 두드린다고 기계가 고쳐지는 것은 아닌데

두드릴수록 벽은
벽이 되지
다른 게 되지는 않는다

피아노는 바로 오지 않는다 크고 정교한 기계는 그렇다 스위치 비슷한 게 많이 달려 있지만 스위치는 없다 그는 피아노를 다룰 줄 모른다 그래서 중고 피아노를 샀고

그는 자신을 다룰 줄 알았다 가슴을 두드리며 사장의 말을 떠올렸다 그렇게 쉽게 고장나지는 않아요 중고 피아노는 그래야 했다 누군가 이미 쓴 것이지만

누군지 알 수 없다 비가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옆집 사람처럼 그는 계속 두드린다 그가 아직 그에게 오고 있다 그 전에도 누군가 살았던 그의 집으로 그의 벽을 두드리고

두드릴수록
고장난 기계는

고장난 기계가
될 뿐인데
--- 「기호와 기후」 중에서

자연사박물관 앞에 서 있다
자연사박물관에는 자연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75세 이상은 무료라는 말이 있다
같은 건물에 편의점도 있는데
거기는 24시간이라서
나는 자연사박물관 밖이다
자연사박물관 밖에는 자연이 있고
자연사박물관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이 무료 입장일인가
그럴 것이다
--- 「박물과 나」 전문

나는 사월의 사과나무 한그루다 사월은 아직 사과가 열리지 않는 계절 사월에 사과는 시작되지 않는다 사과의 제철은 언제일까 사과나무조차 사실 알 수 없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월이다 사과나무는 사과를 먹지 않아도 사과를 만든다 사월이 좋아 사월은 거짓말로 시작돼서 사과 없이 끝나고 사월의 사과나무는 사과의 맛을 모르고

나로부터 사과 한알이 떨어진다 덜 익은 껍질을 속옷처럼 입고 거리와 부딪친다 사월이 주워 담지 못한 한마디 끝없이 구른다 사월이 끝나도 나는 끝나지 않듯이
--- 「사월이 좋아」 중에서

요즘 인생이 재미없어
식물의 생을 살아보기로 했다
오래된 친구와 함께
매일 주차장에 가서 빈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로
사람의 생각보다 주차장에는
사람의 자리가 많고
흔한 화단도 있다
그 옆에서 나와 친구는 햇볕을 쬐고
가끔 담배를 피운다
식물을 죽이는 식물의 기분으로
이제는 나빠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이미 식물이 되어버렸으니
애쓰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주차장에 사람이 없지만
우릴 보는 불빛은 있고
약속도 없이 우리는 만난다
--- 「딴짓을 하자」 중에서

빛이 눈을 껌뻑인다
무서운 빛이다

트루먼은 알고 있겠지
트루먼만이 우리를 볼 수 있으니까
저수지를 바라보는 트루먼이
점차 우리를 바라보게 될 때
암전
총소리
개의 신음
무대 위에 트루먼
트루먼을 관통한 트루먼
사라진 어둠을 끌어안은 채
쓰러지는 것

(…)

극장을 빠져나와 우린
밝은 무대 위를 걷는다
--- 「저수지의 목록」 중에서

외출복을 입고 침대에 눕는다 외출복을 입고 천장을 보다 외출복을 입고 잠에 든다 외출복을 입은 동안 외출복을 입지 않은 내가 밖으로 나가고

밖에서 나는 나의 역할을 맡는다 그 이외의 것을 누구도 시켜주지 않는다 금세 숲에 도달한다 지나치는 길 몸에 닿는 잎사귀들에 몸이 간지럽다

날개가 돋아나면 이런 기분이겠지 몸을 긁지 않으며 생각한다 몸은 꿈틀거리고 가끔 뒤집힌다 나를 아무리 뒤집어도 나의 등은 나의 등일 뿐인데

이 꿈이 지루하다
--- 「직물과 작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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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출현은 새로운 의구심의 출현을 뜻한다. 그동안의 언어와 인식에 낯선 시선을 들여오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한재범 시인의 행보는 눈에 띈다. 그의 시에서 의구심이 두드러진 부분은 무엇보다 자아에 대한 진술이다. 그는 시인, 화자, 자아가 중첩되거나 일치되는 시들에서 엿볼 수 있는 이 세 항의 결합을 의심한다. 특히 화자와 자아가 정교하게 거리를 두게 한다. 이를 통해 화자는 자아를 숨기지 않고 노출시키며 자아의 절대적 위상을 끌어내린다. “나는 꽤 자연스럽다” “나는 꽤 깃발 같다”(「레디믹스트콘크리트」), “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를 보았다”(「코끼리 코에 달린 코끼리」), “밖에서 나는 나의 역할을 맡는다”(「직물과 작물」)와 같은 발화에서 화자는 자아와 무관한 어투로 자아를 드러내고 구경한다. 자아를 상대화하고 자아 주변에서 분출되던 그동안의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난다. 이를 ‘삼인칭 자아’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삼인칭 자아는 일인칭 자아의 위압에 대한 의구심이며 새로운 반응이다. 그것은 주체가 아니라 대상화된 존재일 뿐이다. 그리하여 이제 세계 내에서 삼인칭이 되어버린 “나는 흔한 풍경이다”(「너무 많은 나무」). 우리의 자아의 현주소가 여기 있다.
- 이수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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