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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불심

: 어머니, 당신이 부처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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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35*210*20mm
ISBN13 9791155802182
ISBN10 115580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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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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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게도 스님들은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어느 한 이야기도 따뜻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식의 은사 스님 앞에서 삼배를 올리며 모쪼록 큰스님을 만들어달라고 했던 어머니, 딸 셋을 출가시키고 나중에 수행자 딸들과 함께 한 철 안거를 난 뒤 세연을 다한 어머니, 출가한 아들이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걸망을 들려주며 어서 이곳을 떠나 더 정진하라고 재촉했던 어머니도 계셨다.

총명했던 자식이 열다섯 어린 나이에 출가해버리자 너무 절망한 나머지 지아비마저 집을 나가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온갖 고생을 했던 어머니가 세월이 흐른 뒤 출가한 자식에게 던진 한 마디는, “니 혼자 부처 되면 뭐 하노?”였다.
---「여는 글」중에서

부모님은 3년이 다 되어가도록 한 번도 청류암에 오지 않았다. 스님은 호남 제일의 율사이자 도인으로 소문난 노스님(묵담 스님)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집에 가고 싶다는 소리를 입 밖에 한 번도 내지 못하다가, 어느 날 그만 옆에 행자에게 집에 가고 싶고 엄마도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어찌어찌 그 말이 묵담 스님 귀에 들어갔고 곧 노스님 앞에 불려 갔다. 묵담 스님은 3년 전 입고 왔던 저고리를 가져오게 해서 입어보라 하더니, 그새 키가 자라 훤히 드러난 팔뚝을 만지면서 말씀하셨다.

“여기 이만큼 드러난 팔뚝이 보이지? 이건 네가 여기 와서 밥 먹고 큰 살이 아니겠느냐. 집에 가려거든 여기 와서 자란 팔을 베어놓고 가거라.”

그 후로는 두 번 다시 집에 간다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어쨌든 건강하게 잘 있어라 (법전 스님)」중에서

법문을 할 때마다 쩌렁쩌렁 큰 소리로 ‘지금 그대들의 본래 면목은 안녕한가’ 묻는 월암 스님에게 이 시대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어머니는 여자가 아니에요. 항상 자리이타가 몸에 배어 있는 대승보살이어야 합니다. 명예나 돈, 출세 등의 허상을 강요하는 자식 교육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인간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착하게 사는 게 염불이지 (월암 스님)」중에서

그렇게 죽음의 경계에서 벗어나 수계를 하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을 찾았다. 수행자로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안심시켜드리고 싶었다. 해 저문 저녁나절 불쑥 나타난 아들을 보고 부친은 가만히 서 계셨다. 어머니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수행자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방으로 모셨다. 그리고 집에 있던 자식들을 불러 절하게 했다.

“우리 큰아들이 출가해서 스님이 되셨으니 앞으로 수행자로 잘 예우해서 모셔야지요.”

온 가족이 삼배를 올리는 것으로 끝이었다. 어머니는 왜 출가를 했느냐, 힘들지 않느냐, 돌아오라는 소리를 일절 하지 않았다.
---「이곳도 문 닫으면 무문관입니다 (동은 스님)」중에서

동안거에 들어가 새해를 맞을 때면 어머니께 크고 실한 곶감과 한과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해 송광사에서 동안거를 보내던 때였다. 택배를 받은 어머니가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휴대폰에 찍힌 문자는 이러했다.

“꼭감과한과을잘받았습니다건강하셔요”

오후 정진에 들어가 좌복에 앉아 있는데 띄어쓰기도 없고 철자법도 맞지 않은 이 문자가 화두 대신 들어왔다. 어머니는 왜 곶감을 ‘꼭감’이라고 썼을까. 그러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없는 욕실로 들어가서 흐느껴 울고 말았다. 한 소녀가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꼭감잘받았습니다 (원제 스님)」중에서

아들을 믿고 잔소리 한번 없이 유학비를 보냈던 어머니에게 졸업장을 들고 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어머니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장부를 갖고 나오셨다.

“이 장부에 내가 10년 동안 너한테 쓴 돈을 모두 적어놓았다. 졸업을 했으니 이제 네가 평생을 두고 갚아라.”

장부를 열어보니 그동안 아들에게 보낸 적지 않은 돈이 만 원 단위로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
아들이 출가할 결심을 밝히자 이번에도 어머니는 예전의 장부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눈물을 쏟았다.

“너한테 바라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출가해서 스님이 되는 거였는데, 출가를 하겠다니 내 소원이 이뤄졌구나. 이제 이 빚은 다 갚았다. 잘 가거라.”
---「다음 생에 행자실에서 만나요 (준한 스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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