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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네 말
이시영 | 창비 | 2014년 04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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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78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3735
ISBN10 893642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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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디 가서 ‘선생님’ 소리를 듣고 나면 슬퍼서 자신만의 ‘어디로’ 떠나는 모양입니다. 저는 선생님이신, 하지만 그 어디로 떠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닌 시인의 뒤를 따라가봅니다. 거기에는 “겨울이면 뜨거운 김을 뿜어내고 여름이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쉼 없이 솟구치던 그 샘”(「찬샘」)이 있습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샘물에 얼굴을 비춰보는 그. 자신의 삶도,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도 비록 십이월을 향해 가는 “지금은 모든 결빙(結氷)의 시절”(「십이월」)이라 하더라도, 그 찬샘에서는 끊임없이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집 『호야네 말』은 그렇게 결빙의 현실을 데우기 위해 과거라는 샘에서 온기를 훔쳐오고 있습니다. 조촐하고 겸손하며 선한 눈매를 가진 대지의 아들이 부르는 아주 오래된 노래가 샘물의 반영 속에서 뭉클하게 떠다닙니다. 샘물 앞에서 우리는 굳이 자신의 전부를 비춰볼 필요가 없습니다. 물과 빛이, 사람과 사물이, 그리고 개인과 역사가 전부를 드러내지 않고 윤곽이 지워진 채로 대지의 이 순수한 눈 속에서 혼융되어 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삶의 아름다움이 끝 갈 줄 모르고 깊어진다는 걸 체감하면 됩니다. 이시영 시인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매순간이 결정적인 순간들임을 예리한 카메라의 시선이 아닌 눈가가 따뜻하게 젖은 사람의 마음으로 찍고 있습니다.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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