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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가까운 말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시선-386이동
박소란 | 창비 | 2015년 03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14건 | 판매지수 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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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90g | 128*188*6mm
ISBN13 9788936423865
ISBN10 89364238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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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살로 죄와 병을 감내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써나가는 시인이 여기 있다. 왜 박소란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도시를 떠나지 못한 혼령처럼 서”서([아현동 블루스]) “아무도 벼릴 수 없고, 어쩌면 누구도 벼리려 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절단”([칼 이야기]) 낼까. 현란한 시대에도 예술은 스러져가는 세상 만물과 자신을 위무하는 것이라고 시들은 일관되게 말하는 듯하다. 이런 깨달음은 자신의 생체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오래전 울음의 방에서 혼자 울며 “말수가 적어 겉돌기만 하던”([울음의 방]) 스무살에, “방 한 귀퉁이 중고 산소호흡기를 들여놓고/새벽마다 동네 장의사 명함만 만지작거”리던 시절에 이미 “체념만이 오랜 밥이고 약이었음을”([체념을 위하여]) 이해한 것이다. 그리하여 “조악한 통증을 둘러업은 채”([약국은 벌써 문을 닫았고]) 문을 닫은 약국 앞에 서 있어도 자신의 이마를 짚어주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며, 삶으로부터 체념하라고 애원하며 그녀는 살아왔다. “잃어버린 애인만을 나는 사랑”([용산을 추억함])하였고 “노래는 구원이 아니”라는([노래는 아무것도]) 처량 맞은 가락을 뽑아내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대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무명배우의 죽음에 “걷고 또 걸어 마침내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행복하였다”는([무명배우의 죽음에 부쳐]) 조사를 남길 뿐이다. 노래의 무용성을 알면서도 곡을 해야 하는 가객의 운명은 불우하다. 그러나 세상 곳곳을 떠돌며 아무도 보지 않는 통점을 풀어낼 때 노래는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구원의 가능성을 품은 태초의 언어가 될 것이다.
김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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