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어린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2014년 장편동화 『초대장 주는 아이』로 제12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 : 원유미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동화 「우리는 한편이야」의 그림을 그렸으며, 그린 책으로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쓸 만한 아이』, 『사람이 아름답다』, 『동생 잃어버린 날』, 『우리는 한편이야』,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역사 거울, 형제자매를 비추다』, 『너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써!』, 『초대장 주는 아이』 등이 있다.
길가의 집들은 문이 열린 채 어두컴컴하고 휑한 속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 속은 온갖 잡동사니로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잔뜩 구겨져서 버려진 종이상자, 먼지가 가득 쌓인 채 나뒹구는 의자, 크고 작은 나무토막, 빈 음료수 통, 곰팡이가 까맣게 뒤덮인 벽……. 어디선가 쾨쾨한 냄새가 풍겨왔다. 조각조각 깨진 유리창은 괴물의 이빨처럼 뾰족뾰족했다. 쩍쩍 갈라진 시멘트 바닥 틈새에서 무성하게 자라난 이름 모를 풀들이 아이들을 순식간에 옭아맬 것 같았다.---p.15
쭈글쭈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 한 분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움찔 놀라는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할머니의 앞니 빠진 잇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가 빠져 텅 비어 버린 자리가 마치 동굴 입구처럼 캄캄했다. 나도 모르게 뒤로 한 발 물러섰다. 할머니의 번뜩거리는 눈빛과 야릇한 웃음이 아주 기분 나빴다. 빨리 달아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힘이 센 사람이 양 옆에서 내 다리를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도무지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p.25
나는 학교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곳에 휴대폰을 버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담임 선생님이 물건을 잘 간수하라며 휴대폰을 다시 건네주었다. 휴대폰을 받아들 때 등이 서늘해지며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p.59
“그런데 말이지, 이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뭐든지 솔직하게 말하게 되거든. 물론 머리를 흩트리면 원래대로 돌아온단다.” 언니는 씨익 웃으며 망설이는 나를 떠보듯 물었다. “어때, 그래도 좋아?”
가을이 깊어 갈 무렵 사람들이 다 떠나 텅 비어 버린 재개발 지구에 사는 미령이가 전학을 온다. 미령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세 명의 아이들이 있는 모둠에 자리를 배정받지만, 재개발 지구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아무도 미령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며칠 후, 미령이는 한 모둠의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 하나씩 들려주기!’를 제안하며 자기 집에 오라는 초대장을 내민다. 초대에 응한 세 아이들은 유령이 나올 것만 같은 재개발 지구의 분위기와 다르게 아늑한 미령이의 집에서 마음을 놓고 자기들이 겪었던 신기한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는다. 혼자서만 마음을 끓이던 이야기를 꺼내 놓은 후 아이들은 세 사건이 기묘하게 관계가 있으며 모든 것이 미령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포에 휩싸인 아이들은 그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미령이의 외침을 뿌리치고 도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