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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00g | 138*210*30mm
ISBN13 9791188862016
ISBN10 118886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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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증평에서 출발해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들렀다가 다시 나와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 참석하러 대구행 케이티엑스를 탄다. 날씨가 귀때기가 떨어져나갈 듯 쌩하다. 열차 안에서 프리츠 게징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를 읽었다. 삶과 읽기와 글쓰기는 하나! 버지니아 울프의 “누구를 위해 쓰는지 아는 것은 바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안다는 뜻”,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열매를 빨리 맺으려고 재촉하지 않고, 봄날의 악천후 속에서도 여름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는 나무처럼 성숙해야 합니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글쓰기는 삶을 새롭게 빚는 일. 글쓰기에는 규칙이 있다. 재능, 상상력, 영감도 빠질 수 없는 요소지만 지켜야 할 글쓰기 규칙들이 있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기술과 규칙에 대한 설명보다 “페터 한트케는 연필로 글을 썼고, 마르틴 발저는 볼펜으로 글을 썼다” 같은 문장에 마음이 더 움직인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요, 하는 사람에게 건네주어도 좋겠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장에서 자그맣고 단아한 오정희 선생을 뵙고, 날 저문 뒤 복집에서 송재학, 장옥관, 엄원태, 김선굉 등 대구 시인들을 만나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며 웃었다.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프리츠 게징-이미옥 옮김-흐름출판-2016년 12월(장석주의 1월 11일 수요일 책일기 전문)


눈을 떴을 때는 새벽 4시였다. 창밖으로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제주 바다, 그것도 새벽에 잠긴 바다가 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커다란 침대에 혼자 누워 제주 바다를 바라보는 새벽이 내 삶에 있구나. 뭉클했다. 뭉클한 순간도 잠시, 화장실로 달려가 한차례 토했다. 어젯밤 한라산 소주를 붙들고 “한라산이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서울에 가져갈래!”라고 소리치며 줄기차게 들이켜던 생각이 났다. 부끄러워 숨고 싶은 기분. 몇 시간 더 자고 아침7시에 깼더니 창밖으로 더 기이한 풍경이 보였다. 엄지만하게 보이는 여자 셋이 바람 부는 들판에(나무가 휘청일 정도의 광풍) 서서 춤을 추고 있었다. 셋이 둥그렇게 모여 마주보고는 양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춤을, 정말 열심히, 추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헛것을 보는 거라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외계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외계인을 영접하려는 사람들로도 보였다. 분명히 여자 셋이었다. 춤을 추는 세 여자라니. 무슨 까닭일까, 미친 걸까, 궁금해하다 다시 잠들었다. 9시에 깨어보니 그들은 없었다. 저녁 비행기로 먼저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가는 길. 인사를 하는데 김정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가서 장석주에게 꼭 전해! 횡재한 거라고!”(선생님 말씀을 더 잘 전하기 위해 저는 여기, 이렇게, 남겨놓습니다!)
공항에 세 시간 일찍 도착해 김선재 시인이 준 신간 소설을 읽었다. 얇고 가볍고 단단한 책, 『어디에도 어디서도』. 시끄러운 공항에서 헤드폰을 끼고 집중해서 읽었다. 시와 소설의 경계에서 태어나는 말들이 더듬더듬 흘러나오는 책. 가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나와 별개로, 공항 안을 떠돌고 있었다.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어디서도-김선재-문학실험실-2017년 2월(박연준의 2월 20일 월요일 책일기 전문)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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