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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 문학동네시인선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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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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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8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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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5465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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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문학동네시인선 102권. 김언 시집. 2003년 첫 시집 <숨 쉬는 무덤>을 필두로 2005년에 <거인>, 2009년에 <소설을 쓰자>, 2013년에 <모두가 움직인다>, 그리고 2018년 2월에 <한 문장>을 펴냈으니,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은 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하였으니 2018년 올해로 시력 활동 20년을 맞은 김언 시인. 3부로 나뉜 이번 시집에는 총 49편의 시가 담겼다. 시 한 편 한 편이 짧은 단편소설처럼 선명한 서사를 자랑하기도 하고, 시 구절구절이 정확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이어짐으로 인과관계의 설득력에 충분한 힘을 얹고 있기도 하다.

김언 시인은 쓰고자 하는 작심에서 언제나 손을 탈탈 터는 사람이다. 그는 일단 쓰는 사람이고 쓰면서 제 문장을 좇으며 그 문장에서 절로 태어난 사람들과 함께 ´살이´를 하고 끝끝내 그 운명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시에 등장하듯 ´예민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는 의리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임을 진다는 것, 그러니까 그의 시에 ´그냥´은 없다는 것.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시인의 말

1부
칼맛과 살맛
갑오징어와 을오징어
짐과 집
소식
물고기와 불고기
문신
격군
예민한 사람
아픈 사람
혼자 있는 사람과 아무도 없는 사람
혼이 담긴 담배
마음이
홀로
신혼여행
영광된 하늘
환상의 나라
생각하는 사람
직립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어떻게 알까?
입과 손아귀
저수지다운 사건
장화 신고 묘지 가기
장화 신고 묘지 가기 2

2부
장소
동반자
진술서
증언
제보자
약속해야 한다면 이렇게
사과 폭탄
행복한 망언 가게
식물과 선물

나를 찾는 사람들
내가 등장하지 않는 소설
마르케스가, 마르케스를, 마르케스에게
왕은 죽어서도……
검은색 륙색 가방
부산
한창때
진짜 시인
정가
성깔 있는 개

3부
피살자
변사체
시체의 친구
문장 감식반
먼지 행성의 주민들을 위한 무관심한 노트
전쟁과 평화


해설 | 문장-사유-주체─"쓰다"와 "발생하다"의 변증법 | 조재룡(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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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맛을 아는 자와 살맛을 아는 자가 만나서 싸웠다.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 나서 칼맛을 아는 자가 말했다. 내 살을 남김없이 바쳐도 아깝지 않은 맛이야. 인정! 그러자 살맛을 안다는 자가 대꾸했다. 내 칼이 제대로 임자를 만났군. 그 맛에 푹 빠져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야. 그는 살에 담긴 칼을 빼지 않고 돌아갔다. 살과 칼은 서로를 맞물고 놓지 않았다. 마치 천생연분인 것처럼 각자의 집을 허물고 한집에 붙어살았다. 칼집이 아니면 살집인 그 집에서.
---「칼맛과 살맛」중에서

둘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혼자 있다는 건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 아무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없어진다는 것. 정말로 혼자 있다면 그 누구를 지우기 전에 관계부터 지워야 한다.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가 문제였으니. 관계부터 지우자. 너라는 대상이 아니라 너라는 관계. 그라는 한 사람이 아니라 그라는 관계를 통째로 지우기 위해 나는 혼자 있다. 너도 혼자 있다. 둘 다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서로 만날 일은 없다. 혼자 있기 때문에.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계를 삭제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은 그래서 없다. 아무도 없는 마을. 아무도 없는 마을에서 혼자 있는 사람과 혼자 있는 사람이 걸어다닌다. 도무지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끼리 걸어다니고 돌아다니고 쉬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도 관계. 내 곁에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쉬고 있다는 생각도 일종의 관계. 그래서 생각을 지운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 나를 지워야 하는 것. 그것이 혼자 있기의 정수. 혼자 있기의 진실. 혼자 있기의 불가능한 실현을 돕기 위하여 죽음이 있고 자살이 있고 때로는 타살도 필요하다. 그렇게도 혼자 있고 싶어했으니 누군가라도 도와줘야 한다. 혼자 있도록 영원히 그리고 완전무결하게 혼자 있는 상태를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죽음. 누가 관여했건 무엇이 원인이 되었건 어떤 사건이 발단이 되었건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아무도 없는 죽음이 혼자 있는 나를 돕는다. 결정적으로 돕는다. 혼자 있는지도 모르는 나를 실현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는 혼자 있다. 누구도 없는 곳에서 너도 혼자 있다. 둘은 만나봐야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각자를 생각하지도 못한다. 각자의 생각조차 씨가 마른 곳에서 아무도 없는 몸이 태어난다. 혼자 있는 생각이 만개한다.
---「혼자 있는 사람과 아무도 없는 사람」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문학동네시인선 102 김언 시집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 출간되었다. 2003년 첫 시집 『숨 쉬는 무덤』을 필두로 2005년에 『거인』, 2009년에 『소설을 쓰자』, 2013년에 『모두가 움직인다』, 그리고 2018년 2월에 『한 문장』을 펴냈으니 이는 그의 여섯번째 시집 되시겠다.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하였으니 올해로 시력 활동 20년을 맞은 김언 시인.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 시인 자신뿐 아니라 그의 시를 꾸준히 따라 읽어온 독자들을 위한 일종의 20주년 기념 특별 선물이 되어주겠구나 ‘생각’하게 된 건 물론 이 시집의 탁월한 ‘좋음’에 기인한 바 크렷다. 이때의 이 좋음은 어떤 ‘맛’으로 표출이 될 우리들의 오감이 죄다 건드려졌다는 풀이이기도 하렷다. 시를 읽으며 우리들의 눈이 다시 뜨이고 우리들의 귀가 다시 열리고 우리들의 코가 다시 뚫리고 우리들의 입이 다시 벌어지는 경험은 어찌 보면 보편적인 시 감상의 열일일 터, 여기 김언의 시를 읽으며 보태지는 또하나의 특수한 ‘감’이라 하면 읽는 이를 쓰는 이로 아름답게 포섭하는 ‘손’의 촉이 아닐까 한다. 김언처럼 쓰고 싶다는 욕망의 발로는 김언처럼 자유롭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일 수 있으니 말이다.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을 통과하기에 앞서 반드시 ‘시인의 말’을 먼저 읽어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리려 한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일어났다. 일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라는 대목이 이 시집을 읽어나가는 일에 있어 분명 힌트가 되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제 안에 있으나 저는 모르는 기억을 좇아 자연발생적으로 터지고 있는 시들. 공교히 터질 수밖에 없는 시들. 왜냐고 시냐고 물으면 입을 다무는 시들. 물음표 던지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그냥 봐주자 하면 입을 털기 바쁜 시들. 이게 뭔가 싶은 시들. 이게 뭘까 싶은 시들. 그런데 시인 따라 안으로 더 안으로 깊어지게 되는 시들. 그 패턴에 중독이 되게도 만드는 시들.

3부로 나뉜 이번 시집에는 총 49편의 시가 담겼다. 시 한 편 한 편이 짧은 단편소설처럼 선명한 서사를 자랑하기도 하고, 시 구절구절이 정확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이어짐으로 인과관계의 설득력에 충분한 힘을 얹고 있기도 하다. 예서 무릎을 치게 되는 구절, 그러니까 “살과 칼은 서로를 맞물고 놓지 않았다”(「칼맛과 살맛」)라는 문장에서 예의 고개를 끄덕거리게도 되는 바, 이내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으로 밑줄을 그어보니 뭐랄까, 김언의 ‘시집’ 곳곳을 열 수 있는 열쇠꾸러미를 받아든 안도가 된다. ‘살과 칼’이라는 대비, ‘서로’라는 대비, ‘맞물고’라는 마주함, ‘놓지 않았다’라는 마주함. 이렇듯 ‘대비’라는 ‘마주함’은 이 시집 곳곳에서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를 보다 넓고 깊게 퍼뜨리는 역할은 역시나 시인의 상상력이다. 눈치볼 것이 없고 꺼릴 것이 없으며 하여간에 내키는 대로다. 그렇게 자유로다. 말이 안 되는 건 그러니까 안 쓴다. 말이 안 되는 건 하여간에 시도 안 되는 거니까.

김언 시인은 쓰고자 하는 작심에서 언제나 손을 탈탈 터는 사람이다. 그는 일단 쓰는 사람이고 쓰면서 제 문장을 좇으며 그 문장에서 절로 태어난 사람들과 함께 ‘살이’를 하고 끝끝내 그 운명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시에 등장하듯 ‘예민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는 의리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임을 진다는 것, 그러니까 그의 시에 ‘그냥’은 없다는 것.

김언은 그 ‘그냥’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는 사람이다. 결코 노려볼 줄은 모르는 사람이다. 노려보는 눈은 째진 일자이지만 바라보는 눈은 둥근 원이다. 부드러운 가능성, 그 무한한 시의 놀이. 김언 시인의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을 우리가 어찌 알겠느냐 하면 모르겠고, 다만 우리도 이렇게는 항변할 수 있을 듯하다. 너의 마음만 알다가도 모를까요, 내 마음 역시 나도 알다가도 모르겠는데요. 그렇다 하면 이 시집, 평생 옆구리에 낄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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