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불전의 원어인 주요 ‘인도어’로는 산스크리트어Sanskrit(梵語), 팔리어[P?li], 간다라어[G?ndh?r?], 그리고 나중에 다룰 불교 혼성 범어[Buddhist Hybrid Sanskrit]를 들 수 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이 네 종류의 말이 인도 불교의 원어다. …… 역사적으로도 주류를 이루는 언어는 산스크리트어다. 산스크리트Sanskrit는 ‘완성된 (말), 세련된 (말)’을 뜻하는 ‘sa?sk?ta’라는 말의 현대어 표기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의 규범적인 언어이고 학술 언어의 역할을 해왔다. 유럽 역사에서 라틴어가 해온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면 된다. ---p.22
(불교총서를 뜻하는 삼장三藏, 일체경, 대장경大藏經의) 인도 불교에 원래 있었던 표현은 ‘트리피타카tripi?aka’다. ‘tri’는 세 가지, ‘pi?aka’는 보물이나 꽃 등을 담는 바구니라는 의미다. 여기서 세 가지란 경經·율律·논論으로, 순서에 따라 불타의 가르침을 기록한 ‘수트라s?tra’, 불타가 규정한 출가 교단의 운영 규칙을 정한 ‘비나야vinaya’, 수트라의 내용을 후세 사람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발전시킨 논서를 의미하는 ‘샤스트라??stra’를 말한다. ---p.33
‘역’에 대해서는 후한시대 자전字典으로 유명한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 권3(상)에 “역譯이란 사이四夷의 말을 전역傳譯하는 것이다”라는 정의가 있다. 이것은 사방의 오랑캐 말을 중화의 말로 바꾼다는 정도의 의미다. ---p.45
서역西域 구자국龜玆國(쿠차, 현재 신장 위구르 자치구 쿠처庫車의 동쪽) 출신으로 5세기 초 무렵에 활약한 구마라집鳩摩羅什(쿠마라지바)과 7세기 중엽 당 태종시대에 인도 순례에서 돌아와 질적·양적으로 방대한 번역 작업을 수행한 한인 승려 현장의 이름을 드는데 이견을 내세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마라집과 현장이야말로 불전 한역사에 우뚝 선 2대 거두이고 각각 구역과 신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p.46
《서유기》의 삼장법사 모델이 현장임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원래 ‘삼장’이란 세 종류의 불교 성전 ‘경經(s?tra)’, ‘율律(vinaya)’, ‘논論(??stra/abhidharma)’에 모두 정통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종종 뛰어난 학승에 대한 존칭으로도 사용된다. ---p.74
다수 인원이 경전 강의에 참여하는 유형의 대표적인 것은 구마라집의 역장이었다. 그 구체적인 예는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수십 명, 때로는 수백 명 혹은 1천 명 이상의 승려나 재가 신자가 모인 일종의 법회法會(불교 의례)였다. 번역에 종사한 사람들로는 그 역장의 중심인물과 ‘필수筆受’로 불리는 사람, ‘전역傳譯’으로 불리는 사람 등이 있었다. 그들의 번역 작업을 다수의 청중이 열석列席하여 지켜보는 형태로 번역과 동시에 해당 경전의 해설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강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p.93
전문가 집단에 의한 후대의 역장은 경전 강의와는 관계가 없고 원칙적으로 청중도 존재하지 않았다. 역경원譯經院, 번경원?經院, 전법원傳法院 등으로 불리는 번역 작업을 위한 전문 시설에 번역 종사자만이 모여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면서 연계 작업의 형태로 번역했다. 역할은 ‘역주’, ‘필수’, ‘도어度語(또는 전어傳語)’, ‘윤문潤文’, ‘증의證義’ 등으로 나누어지고 …… ---p.94
구마라집은 “몸소 손에 오랑캐의 책(범어의 텍스트)을 들고 구두로 후진의 말(한어)을 사용해 설명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그는 통역을 개입시키지 않고 한역 문장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 그에 의하면, 번역이란 “다른 사람이 씹어 토해낸 음식 같은 것”이며 원전과 번역 사이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p.141
범문을 중국어로 바꾸면 그 아름다운 문장의 멋[文藻]은 사라지고 대략적인 뜻은 파악해도 완전히 문체는 어긋나고 만다. 마치 밥을 씹어 남에게 주면 맛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구토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과 같다. ---p.142
“원래 ‘보리수’란 ‘깨달음의 나무’를 의미하는 범어 ‘보디 브리크샤bodhi-v?k?a’ 또는 ‘보디 드루마bodhi-druma’에 대응하는 번역어로 구마라집이 살았던 시대에 처음으로 확립되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보리’는 음역이다”. ---p.146
‘如是我聞’은 범어 ‘에밤 마야 슈루탐eva? may? ?rutam(이와 같이 나에게 들렸노라)’를 어순 그대로 직역한 것이고 한어로서 매우 부자연스러운 어순이다. ---p.148
현장에게는 ‘오종불번五種不?’으로 불리는 번역이론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오종불번’이란 의역해서는 안 되는 다섯 가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바꾸어 말하면, 의역하지 않고 음역에 그치는 편이 좋은 다섯 가지 장르를 열거한 것이다. ---p.152
당唐나라 지승智昇의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730)은 당시 실제 존재했던 경전의 수를 1,067부로 파악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위경의 수도 약 400부 정도 들고 있다. …… 위경이란 범어 등의 외국어에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어로 작성한 경전인데도 마치 번역된 것과 같은 체제를 갖춘 경전이다. ---p.173
경록 등에서 편집을 의미하는 원어는 ‘찬撰’, ‘찬출撰出’, ‘찬술撰述’, ‘찬집撰集’, ‘초抄’, ‘초집抄集’, ‘초촬抄撮’, ‘촬략撮略’, ‘정리整理’ 등이다. ‘찬撰’이란 고전 한어에서 저작이나 저술, 편집을 가리키는 매우 일반적인 말이다. ‘초抄’라는 말은 일부를 뽑아 쓰는 발췌를 의미한다. ‘촬撮’은 한데 합친다는 의미를 나타내며, ‘출出’은 한어로 문장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p.213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어로는 연기緣起, 세계世界, 윤회輪廻, 번뇌煩惱, 나한羅漢, 사고팔고四苦八苦, 언어도단言語道斷, 금륜제金輪際, 억겁億劫, 멸상滅相, 나락奈落, 아귀餓鬼, 토각兎角 등이 머리에 떠오른다. …… ‘세계’도 마찬가지다. ---p.242
‘거사居士’는 원래 학문과 교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관직에 나가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지만, 불교어로는 범어 ‘그리하 파티g?ha-pati’(집주인, 주인)의 역어로 사용되고, 나아가 의미가 바뀌어 우바새優婆塞(우파사카up?saka, 청신사淸信士), 즉 남성 재가 신자의 뜻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p.244
‘업業’도 같은 유형이다. ‘카르마karma’의 번역어인 ‘業’은 ‘행위’를 의미한다. 보다 엄밀하게는 행위를 일으켜 결과가 나타나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함의하여 ‘카르마’라는 말을 사용한다. ---p.245
‘발鉢’이 범어 ‘파트라p?tra’(그릇의 의미)를 ‘발다라鉢多羅’로 음사音寫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겠지만, ‘鉢’은 이른바 유교 경전이나 노장의 서책에도 보이지 않는 신자다. ‘鉢’은 음을 가리키고, 그 의미를 한어로 번역하면 ‘盂우’가 되는데 의역과 음역을 합해 ‘발우鉢盂’로 칭하는 경우도 많다. ---p.247
‘탑塔’이란 산스크리트 어형의 ‘스투파stupa’ 또는 여기에 대응하는 프라크리트어Prakrit의 ‘투파th?pa’에서 첫째 음절을 음사한 문자로 생각된다. 현응은 같은 책 다른 곳에서 ‘탑’을 설명하여 “탑파塔婆, 혹은 의미를 번역하면 사당[廟]이다”라고 했다. ---p.249
‘불佛’은 불교 전래 이전부터 존재했고 원래 보일 듯 말 듯 흐릿한 모양을 뜻하는 글자지만, 불전에서는 그런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오로지 음사어音寫語로만 사용한다. ---p.254
석존의 이름은 범어로 표기하면 싯다르타Siddh?rtha, 속어 표기로는 싯닷타Siddhattha이고 둘 다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라는 의미인데, 한역에서는 그것을 ‘실달悉達’이라든지 ‘실달 다悉達多’로 음역한다. ‘실달悉達’은 ‘전부 도달하다, 모든 것에 도달하다’는 의미를 가지며 ‘Siddh?rtha’라는 인도어의 의미와 부합한다. ---p.260
‘나가n?ga’를 ‘용龍’으로 번역한 경우다. 인도에서 ‘나가’는 실제 존재하는 생물로 뱀(코브라)을 말하고 여기에 더해 신화적 존재라는 의미도 있지만, 불전에서는 이것을 ‘용’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p.291
‘성’이란 총명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일반적인 호칭이고 뛰어난 지혜가 있는 사람이나 선견지명 또는 예지 능력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p.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