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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인간

풍선인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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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8g | 113*188*20mm
ISBN13 9791160073010
ISBN10 116007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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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부터 다른 원석
도서3팀 양찬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킬러로 전직했다.”

이 설정으로 단편 네 개, 책 한 권이 성립한다. 오락성에 방점을 둔 책이니 카피에 마음이 끌렸다면 멱살 잡힌 대로 빠른 전개에 끌려가자.

『13.67』 이후 찬호께이 안본 눈 삽니다(그 재미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요)를 한참 외치고 다녔다. 절묘한 반전과 트릭, 거기에 추리소설 쪽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중화권이라는 배경이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반하는 것은 불가항력. 이후 『기억나지 않음, 형사』와 『망내인』, 공저인 『스텝』까지 읽은 뒤 작가신작알림이 울릴 날만 오매불망 기다렸다.

찬호께이의 팬으로서 이번 책도 즐겁게 읽었지만, 만약 찬호께이가 처음이라면 다른 책을 먼저 권하고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책이다(어차피 한 권을 읽으면 전작을 독파하게 되어있다.). 『풍선인간』에 실린 단편들은 찬호께이가 작가 활동을 시작한 무렵 쓴 것이다. 앞서 국내에 소개된 책들은 볼륨이 상당하고, 추리소설이라는 틀을 지키며 사회적 문제도 제기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모습은 엿보기 어렵다.

일단 겉모습부터 작고 가볍다. 한국 출간작 중에서 유일하게 하드커버인데도 받아 드는 순간 전작들과의 온도차가 극명했다. 그나마도 속이 네 개의 단편으로 나눠져 있어서 이야기가 짤막하다. 주인공 역시 어떻게 킬러로서의 임무를 수행할지, 어떻게 직면한 위기를 벗어날 지에만 집중한다. 브레이크 없는 안티 히어로라 다소 잔혹한 묘사가 나와서, 이를 불편해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상술한 초능력이 있다는 전제 하의 내용인 걸 알고, 딱 잘라서 가공의 이야기로써 즐기자면 이야기의 템포는 발랄하고 호흡이 신선하다. 읽는 동안 나중에 나온 장편들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작가 고유의 색감이 나오는 것도 팬으로서는 기쁜 일. 무엇보다도 거친 원석(떡잎부터 다르긴 하다)을 거쳐 『13.67』이 나왔다니, 앞으로 어떤 책이 나올 지 기대된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많은 사람들이 킬러가 목표물을 죽이는 데는 순간이면 충분하다고 착각한다.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간단한 동작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살인 준비가 살인 그 자체보다 100배는 복잡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살인할 최적의 시기를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목표물의 경계심이 소홀해지는 때는 또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살인을 끝낸 뒤 성공적으로 자리를 뜰 수 있을지는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어떻게 증거를 남기지 않고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할 것인가? 목표물의 행동반경을 파악하는 데만도 한두 달은 걸린다.이것이 바로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이런 귀찮은 일」중에서

비록 몇몇 사소한 한계가 있지만(예를 들어 명령 입력이 끝나면 그 내용을 바꾸거나 새로운 명령으로 덮어씌울 수 없다) 상상을 뛰어넘는 초능력이었다. 이런 뛰어난 능력을 제대로 써먹지 않는다면 너무 아까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킬러로 전직했다. ---「이런 귀찮은 일」중에서

“내가 당신 고민을 해결했는데 감사인사는 못할망정 죽이겠다고?”
나는 가까스로 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나는 총구가 나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 정말 싫다. 혹시 실수로라도 발사되면 당장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 일은 고맙지만 내 신분을 알게 되었으니 살려둘 수는 없어.”
이 자식은 정말 예의가 없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눈물콧물 빼며 감동은 하지 않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 입장이니 서로 신분 누설은 하지 말자는 말 정도는 했을 것이다. 당연한 듯 은혜를 원수로 갚지는 않을 테지. 역시 내 착한 마음씨를 알아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이런 귀찮은 일」중에서

톈 사장의 팔다리는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거대한 오이처럼 부푼 손과 발이 마르고 왜소한 몸에 붙어 있었다. 거대한 오이 네 개가 하늘을 향해 치켜세워져 있고, 얼굴은 가슴 쪽으로 푹 수그러진 데다 복부가 땅에 닿은 상태였다. 그 모습은 마치 뒤집힌 탁자처럼 보였다. ---「십면매복」중에서

“아뇨. 단순히 죽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궈 부인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나는 어떤 특별한 상황을 만들고 싶어요. 그 애가 아주 드라마틱하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젠장, 또 귀찮은 일을 맡았군. 나는 왜 이런 식으로 요구사항이 많은 고객만 만나는 걸까? 킬러 일을 시작한 지 7년째인데, 그동안 늘 이런 고객뿐이었다. 간단명료하게 목표물을 죽여 달라고만 하면 서로 좋지 않나? ---「사랑에 목숨을 걸다」중에서

“샤오바오, 이건 만화가 아니라 현실이야.”
전전이 진지하게 동생을 설득했다.
“우리가 어떻게 살인사건 증거를 찾는다는 거니?”
“누나, 꼭 살인사건 증거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니야. 텔레비전에서 그 악당이 살인만 한 게 아니라 물건을 훔쳤다고 했잖아. 우리가 그 ‘창물’을 찾아내면 그게 바로 증거지.”
“창물이 아니라 장물이야…….”
---「마지막 파티」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나’는 3년 전 놀라운 초능력을 얻었다. ‘타깃’을 정하고 머릿속으로 그것이 풍선이라고 상상하면 대상의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모처럼 얻은 능력을 써먹지 않는다면 너무 아까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청부살인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고, 목표물의 죽음을 사고사나 병사로 위장하는 데 능해 고객들도 무척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평화로운 내 직업 생활에 방해물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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