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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보다

가만히 손을 보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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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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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26g | 135*195*20mm
ISBN13 9791189982287
ISBN10 118998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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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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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만남 때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주름이 잡힌 엷은 남빛 셔츠를 입은 등, 유독 목덜미 쪽에서만 꼬불거리는 머리카락, 왼쪽 귀 바로 뒤에 보이는 갈색 점. 내 눈동자가 깜빡거릴 때마다 그때까지 미처 몰랐던 미야자와 몸의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재빨리 그 정보를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해갔다.
--- p.8

살아 있는 동안에 푹푹 쌓인 잡동사니와도 같은 기억을 품고 있다가 비눗방울이 터지듯이 그 기억들이 하나둘 사라져버릴 때, 과연 난 누구의 이름을 부를까?
--- p.47

그러다 문득 생각을 해본다. 부드럽고 촉촉하고 흐물흐물한 것으로 가득 찬 것은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남자가 아닐까 하고.
--- p.102

요즘 그는 내 아파트에서 요리도 하고,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자기 맘대로 청소까지 한다. 내 영역으로 척척 침입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이런 남자를 지금껏 만나본 적이 없었다.
--- p.105-106

갑자기 선배가 내 손을 잡았다. 우리 둘이 걸을 때면 언제나 이렇게 손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의 손길이 애인의 손을 잡고 있다기보다는 어린아이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손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 p.126

나는 아무와도 마음을 깊이 통하고 싶지 않다. 타인에게 나 자신을 이해받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에 대해서 쉽사리 잘 아는 척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와 마음을 서로 통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는 것이다.
--- p.235

우리는 진실을 말로 하지 않은 채 본심을 고백하는 척하면서 앞에 있는 상대와 헤어지려 하고 있다. 어른은 어디까지 바보란 말인가.
--- p.278-279

“풀도 베지 말고, 잡초도 그대로 놔두자.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이 뭐든 간에 그냥 그 땅에 피어나게 내버려두자. 너무 풀이 많이 자라서 방해가 된다고 해도,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자고.”
--- p.328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의지할 데 없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 있을 것이다. 슌타로 씨도, 지금 내 앞에 있는 가이토도.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의지할 데 없는 밤이 또 오지 않던가. 그래도…….
--- p.33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미스미표 소설이다. 아니면, ‘평범한 이들의 관계에 대한 비범한 해부도’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겠다. 대담하고 강렬한 도입부를 지나면, 독자는 사랑 혹은 욕망이라는 그물에 걸려든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사랑을 향해 자신을 던진 여자, 사랑을 지키려는 남자,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여자, 자기조차 사랑할 수 없는 남자. 이들 네 남녀를 통해 독자는 특별한 일이 어떤 식으로 일상화되는지, ‘일상’은 관계에 어떤 타격을 가하는지, 상처는 존재와 삶을 얼마나 초라하고 스산하게 만드는지, 파탄의 잿더미 위에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냉정한 시선과 감각적인 문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이해시키는 탁월한 심리묘사와 미스미 특유의 흡인력에 이끌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후 찾아드는 쓸쓸한 통증 때문에 오래오래 가슴이 아린다.
- 정유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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