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엄청나게 큰 우주에서, 무수히 많은 은하계 중 하나에 불과한 ‘우리 은하계’에서, 하고많은 붙박이별 중 그저 그런 존재에 불과한 태양 주위를 돌며 곁불을 얻어 쬐는 여덟 개의 떠돌이별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구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지구는 우주의 별만큼 많은 생명체의 어머니이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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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를 자꾸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해열제는 항생제와 다릅니다. 항생제는 남용하면 내성균이 생기고,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해열제는 그런 일이 없어요. 해열제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장기적으로 쓸 때입니다. (…) 둘째, 한꺼번에 과량을 복용하면 위험합니다. (…) 하지만 어린이가 열이 나서 정해진 용법에 맞게, 정해진 용량을, 며칠 정도 쓰는 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약을 언제, 어떻게 쓰는 것이 나쁘다’고 해야지, 무조건 ‘약을 쓰는 것은 나쁘다’는 것은 흑백논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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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아이보다 덜 아픈 이유는 어렸을 적에 여러 번 아팠기 때문입니다. 약, 보약, 건강식품, 홍삼, 녹용, 심지어 체온을 올린다는 방법까지 면역력을 키운다고 주장합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더 건강해지는 겁니다. 골고루 먹고, 열심히 뛰어놀고, 푹 자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자주 감기에 걸린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면역에 관한 한, ‘나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건 모두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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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는 행위는 영양섭취란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에게는 음식의 맛과 색깔을 보고, 질감을 느끼고, 조리 과정에서 재료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음식재료를 생산한 분들과 음식을 장만한 부모님의 노고를 느끼고, 식탁 예절을 지키고, 적당한 선에서 그만 먹는 절제를 배우는 과정이 모두 삶의 공부입니다. 뭐든 다양해야 하고,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삶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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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봄에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가을에 피는 꽃도 있고, 심지어 겨울에 피는 꽃도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잘생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 못난 사람도 있고, 공부 잘하는 사람, 운동 잘하는 사람, 딱히 잘하는 게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키 큰 사람이 있으면 작은 사람도 있고, 뚱뚱한 사람, 얼굴에 점이 있는 사람, 머리가 곱슬곱슬한 사람도 있고요. 그러나 모든 사람은 고귀하며 반드시 사회에 쓸모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울고 웃고 기대어 사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키가 작다고 고민하는 아이에게 부모나 의사가 성장호르몬을 권하는 대신, 이런 말을 들려주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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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병이 낫지 않느냐, 나만 유난히 심하다’, 등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한 방에 해결해준다는 비방을 찾아다니지 마세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면서 약간의 부지런함과 정성을 투자하면 대부분의 병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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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환상적인 것을 찾지 마세요. 환상적인 것들이 뭘까요? 예를 들면 자연치유, 해독, 면역강화, 명의 같은 겁니다. 우리는 너무 자연과 멀어져 있고, 온갖 독성물질에 둘러싸여 몸속에도 독이 쌓이고 있으며, 자꾸 시들시들 아픈 것이 면역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 저런 단어들을 써서 그런 심리를 역이용하는 겁니다. 저런 말을 들으면 일단 피하세요. (…) 둘째, 너무 완벽하게 키우려고 하지 마세요. 과학이 인간에 대해 밝혀낸 것 중 가장 확실한 것은 ‘모든 인간은 다르다’는 것과 ‘우리는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겁니다.
철학과 과학은 육아에 있어 두 개의 큰 축입니다. 하지만 전 지구가 환경적 위기에 처한 지금, 사회적으로 건강의 가치가 너무나 쉽게 자본의 논리에 밀려 무시당하는 지금, 우리 아이만 쳐다봐서는 아이의 건강을 올바로 지켜 내기 어렵습니다. 환경과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데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건강을 지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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