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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권력자들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만들었는가

조민기 | 책비 | 2020년 06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7건 | 판매지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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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82g | 147*224*30mm
ISBN13 9791187400516
ISBN10 11874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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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왕을 능멸하고 국정을 농단한 희대의 간신부터
망국의 모든 치욕을 홀로 떠안은 충신까지…
조선왕조의 절정과 몰락을 장식한 권력자들을 만나다!


조선과 같은 전제왕조 국가에서는 절대권력을 쥔 자의 행보 하나하나로 누군가의 성공과 몰락, 삶과 죽음이 정해지고 백성의 평안과 고통이 결정됐다. 또한 전제왕조 국가에서 권력을 쥐지 못한다면 성군(聖君)도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임진왜란 발발부터 대한제국이 생겨나기까지 300여 년, 때로는 충신이자 왕의 동지로서, 때로는 간신이자 왕권을 위협하는 적으로서 수많은 권력자가 있었다.

『조선의 권력자들』은 임진왜란 이후 왕 못지않은, 때로는 왕보다도 막강한 권력으로 시대의 흥망성쇠를 만들어간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들은 어떻게 왕조차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의 권력을 손에 넣었을까? 무엇을 위해 그런 권력을 손에 넣었으며, 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렸던 걸까? 또한 어떻게 그 권력을 유지했으며, 이들의 최후는 어떠했는가? 『조선의 권력자들』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전쟁과 평화’ ‘사대부의 부활’ ‘세도정치의 시작’ ‘왕실의 재건’ ‘국가의 몰락’이라는 5가지 테마를 통해 책 속에 소개된 8명의 권력자들이 어떻게 권력을 쥐었고,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조선의 흥망성쇠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그 주인공들은 이이첨, 김자점, 송시열, 홍국영, 김조순,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김홍집이다.

이들 중에는 소위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비상한 두뇌와 냉혹한 결단력으로 잔인하게 정적들을 제거하며 권력의 정점에 선 입지전적 인물이 있는가 하면, 왕과 나라보다는 학문적 동지들과의 의리와 예(禮)만을 중시하느라 논쟁에 불을 지핀 자도 있고, 권력을 위해 가족 간에 암투를 벌이는 것은 물론 나라의 위기까지 초래한 안타까운 인물도 있으며, 미래를 잃고 망해가는 나라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백성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명예로운 사람도 있다. 알력 다툼과 암투,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두뇌 싸움과 피의 숙청 등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드라마보다도 극적이고 흥미로우며 하드보일드 소설만큼이나 냉혹하다.

역사는 거울이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진실이기도 하다. 『조선의 권력자들』에 등장하는 8명의 인물들을 단순히 역사 속 인물들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벌였던 일들, 그 결과로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백성들이 고통에 시달렸으며, 나아가 나라가 망해가게 된 과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의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권력이란 사람을 탐욕에 빠뜨리고 타락시키는 마물인 동시에 혼란을 잠재우고 기강을 바로 세우는 정의이기도 하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권력을 정의의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을 선별해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1장. 간신의 등장 - 전쟁과 평화 편
이이첨, 권력과 명예를 함께 얻고자 했던 간신
―토막상식 ① 인조정권과 서인 세력의 분열
김자점, 나라와 조정과 임금을 농락한 희대의 간신

2장. 산림 정승 - 사대부의 부활 편
송시열, 사대부의 나라를 재건한 산림 정승
―토막상식 ② 숙종의 후궁과 아들들

3장. 외척 - 세도정치의 시작 편
홍국영, 만인 위에 군림했던 오만한 충신의 최후
―토막상식 ③ 조선 왕실의 외척 가문
김조순, 안동 김씨의 시대를 열다

4장. 대원군과 왕비 - 왕실의 재건 편
흥선대원군, 집안을 다스리지 못한 권력의 화신
명성황후, 불행을 욕망의 동력으로 삼은 왕비
―토막상식 ④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혁명

5장. 권력과 책임 - 국가의 몰락 편
김홍집, 조선의 마지막 영의정이자 최초의 총리대신

『조선의 권력자들』 그 이전의 이야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시간이 흐르면서 광해군과 허균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특히 광해군이 재평가를 받게 된 것은 외교정책 때문이다.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광해군이 사대의 명분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해 대응하고자 했던 노력의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몰락한 훈구파의 자손으로 태어나 끝내 성공을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임에도 이이첨은 재평가되지 않았다. 그는 뛰어난 현실감각과 처세술로 권력을 장악했고, 더 큰 권력을 위해 임금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정적을 숙청하는 등 조정을 파탄으로 몰아갔다. 또한 광해군의 가장 큰 업적인 외교에 강력하게 반대했고, 정치적 동지였던 허균을 철저하게 배신했다. 섬기던 임금을 혼군(昏君)으로 이끈 장본인이자 간신으로 기록된 이이첨은 권력욕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거울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 「이이첨, 권력과 명예를 함께 얻고자 했던 간신」 중에서

김자점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영원한 간신으로 기록됐고,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새로운 조선을 꿈꾸었던 인조 또한 조선 역사상 최악의 군주로 평가받고 있다. 김자점은 결코 유능한 관리도, 뛰어난 정치가도 아니었다. 그는 탐욕스러운,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정치가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굳이 감추지 않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위해 달렸다. 그리고 그게 통했으니 오늘날의 정치와 놀랍도록 닮은 점이다. 불합리한 역사에서도 배울 것은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김자점의 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역모로 정적을 숙청해온 그 자신이 역모의 주모자가 되어 사지가 찢겨 죽었으며, 후손들은 수백 년간 신분을 숨긴 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제2, 제3의 김자점 또는 김자점을 꿈꾸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김자점은 역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훌륭한 반면교사이자 권선징악의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 「김자점, 나라와 조정과 임금을 농락한 희대의 간신」 중에서

노론이 정권을 잃은 데다가 죄인의 신분으로 맞은 죽음이었으나, 송시열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송시열은 학자로서 또 인간으로서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그의 제자는 900여 명에 달했다. 송시열을 추앙하는 이들과 그를 미워한 이들의 대립은 그대로 당쟁의 역사가 됐다. 그는 사대부나 정치인에게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성품이 순수하고 투명했고, 칭송만큼 비난도 많이 받았다. 한때의 친구이자 학문적 동지였던 이들이 후에 적이 됐다. 그러나 정치가가 아닌 학자와 어른으로 송시열을 만난 백성들은 하나같이 그를 존경했다. 강자에게는 더욱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웠으며 장단점을 두루 갖춘 송시열은 시대의 이슈메이커라 할 만하다.
--- 「송시열, 사대부의 나라를 재건한 산림 정승」 중에서

‘세도’란 세상을 참된 도의로 이끄는 성리학의 정치론으로, 송시열이 강조했던 개념이다. 전제왕조 국가에서 세상을 참된 도의로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군주다. 하지만 그렇게 총명하고 훌륭한 군주는 드물다. 그렇다면 신하 중에서 어질고 도덕이 뛰어난 사람이 그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세도’다. 순수한 의미로 그 개념을 강조한 송시열과 달리 권력의 수단으로 이를 해석하면 임금의 선택을 받은 신하 한 사람이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바로 그런 절대 권력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신하가 바로 홍국영이다. 임금의 신임을 받으며 외척 자리를 차지하고 집권 여당을 휘두르며 임금을 제외한 조정의 대소신료를 지배한 홍국영은 세상을 참된 도의로 이끄는 ‘세도(世道)’가 아니라 권세를 휘두르는 ‘세도(勢道)’의 초기 모델이자 사례가 됐다.
--- 「홍국영, 만인 위에 군림했던 오만한 충신의 최후」 중에서

김좌근을 수장으로 한 안동 김씨 가문은 1849년 헌종이 스물셋의 나이로 후사 없이 승하하자 강화도에 있던 이원범을 철종으로 즉위시킨 후 왕비를 배출하며 세도정치의 정점에 올랐다. 순조와 헌종, 철종까지 3대에 걸쳐 왕비를 배출한 이들의 세도정치는 중앙부터 지방까지 고루고루 엄청난 폐단을 낳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집권자이자 부정부패의 정점에 선 김좌근은 철종 즉위 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했으며, 왕실의 기강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나라는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면 안동 김씨 가문의 마지막은 어땠을까? 이들은 숙청으로 역사에서 사라지지도, 자손들의 무능으로 몰락하지도 않았다. 흥선대원군이라는 당대의 정치가를 만나 ‘명예롭게’ 물러났다. 흥선대원군은 풍양 조씨 가문과의 인맥을 통해 자신의 둘째 아들을 왕위에 올렸고 그 후 10년 동안 외척이 아닌 종친 위주의 정치를 펼쳤다. 흥선대원군 본인과 종친이 중심이 됐기에 왕실의 위엄이 바로 선 것 같았으나 정치가 아닌 권력과 욕망이 중심이 됐기에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 「김조순, 안동 김씨의 시대를 열다」 중에서

대원군의 재집권은 실패했으나 동학농민군은 일본군 축출을 위해 북진했다. 서울을 점령한 후 일본군을 축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진하던 중 충청도 공주 부근에서 벌어진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과 연합한 관군에게 몰살당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농민군은 흩어졌고 전라도 순창으로 몸을 피한 전봉준은 12월에 체포되어 이듬해 처형당했다. 이후 일본은 야욕을 드러내며 동학 잔당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조선 백성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약탈을 자행했으나 고종도, 대원군도 이를 막지 못했다. 권력을 향한 지배층의 집착과 무능이 조선의 망국을 앞당기고 있었다.
--- 「흥선대원군, 집안을 다스리지 못한 권력의 화신」 중에서

왕비 시해 소식에 백성들은 분노했고, 격렬한 반일 감정이 순식간에 전국을 강타했으며,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살아서 백성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왕비는 죽음으로써 항일의 상징이 됐다. 그녀의 죽음을 통해 백성들은 자각했고, 조선은 스스로 자주 국가로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화려한 듯 불행했고 안락한 듯 고통스러웠던 명성황후의 삶은 모순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고종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왕비로서 의 존재감이 없었던 10년이 대원군에게는 황금기였다. 고종의 사랑을 받으며 정치 감각을 빛냈던 10년 동안에는 폭도로 변한 군인들 과 테러를 저지른 개화파에게 죽을 고비를 겪었다. 그 후 고종21년 (1884년) 갑신정변부터 고종31년(1894년) 을미사변까지 10년간의 명성황후는 백성과 신하들을 외면한 채 사치스럽게 살았고, 끝내 왕비로서의 존엄을 지키지 못한 채 비참한 죽음을 맞았으나 황후로서 숭고함을 얻었다. 조선의 마지막도 비슷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역동적인 개화기를 지나 국권을 빼앗기는 치욕을 겪었으나 결국 자주국가로서 우뚝 섰다. 그런 의미에서 자랑하고픈 고귀함과 감추고 싶은 민낯이 공존하는 명성황후는 조선의 마지막을 닮은 왕비다.
--- 「명성황후, 불행을 욕망의 동력으로 삼은 왕비」 중에서

“나는 조선의 총리대신이다. 다른 나라 군대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하느니 차라리 조선 백성의 손에 죽는 것이 떳떳하다. 그것이 천명이다.”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의 손에 난자당해 시해된 을미사변 당일 끝내 자살하지 못했던 김홍집은 아관파천이 있던 날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맞았다. 15년 후, 대한제국 순종황제는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하고 통치권을 일본에 양여했다.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1910년,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매천 황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런 절명시(絶命詩)를 남겼다. “나라의 녹을 받은 적이 없으니 내게 꼭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하지만 조선이 선비를 기른 지 500년이 됐는데도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목숨을 끊는 이가 없다면 가슴 아픈 일이다.” 선비 황현은 나라의 녹을 받은 적이 없어 죽어야 할 의리는 없었으나 나라가 망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선의 총리대신 김홍집은 조정과 임금을 지키지 못하자 백성의 심판을 받았다. 망국의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던 인물 중 김홍집보다 떳떳한 죽음을 맞은 사람은 없었다.
--- 「김홍집, 조선의 마지막 영의정이자 최초의 총리대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사람을 매혹하고 타락시키는 마물이자
혼돈을 바로잡고 기강을 바로 세우는 정의, 권력
500년 조선 왕조의 역사 속 권력자들은 어떠했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 사람들을 매혹해 타락시키고, 더 큰 권력을 위해 죄 없는 수백만 명의 목숨이 스러져간 전쟁을 일으킨 예는 너무도 많다. 권력은 ‘마물’이다. 반대로, 성군(聖君)이라 불리는 왕이 권력을 쥔 시대에는 평화 속에서 만백성이 태평성세를 누리기도 했다. 권력은 ‘정의’다.

조선 왕조 500년, 수많은 왕과 대신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권력을 쥐었고, 자신만의 정의에 따라 권력을 휘둘렀으며,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온갖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당한 방식으로 권력을 쥐고, 올바른 방향으로 권력을 사용했으며, 명예롭게 최후를 맞이한 이들도 있다.

300여 년에 걸친 조선 중기와 말기, 나라의 큰 혼란이었던 임진왜란 이후 권력자들은 과연 어떠했을까? 이들에게 권력은 자신의 탐욕과 안위를 위한 무기였을까, 혼란을 바로잡고 나라를 태평성세로 이끌기 위한 정의의 도구였을까?

“권력을 쥔 자가 시대를 이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권력자들은
어떻게 시대를 만들어갔는가?”


『조선의 권력자들』은 전작 『조선의 2인자들』 이후, 임진왜란이라는 큰 혼란을 겪은 후부터 일제강점기라는 오욕의 역사로 접어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300여 년간의 시대를 만들어간 대표적인 권력자로는 이이첨, 김자점, 송시열, 홍국영, 김조순,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김홍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출신 성분과 성별만큼이나 권력을 쥔 방식도, 그 권력을 사용하고 유지한 방식과 최후도 다양했다. 권력자로서의 이들은 역사의 흐름과 맞물려 시대를 만들어갔다.

첫째, 임진왜란 직후 한동안은 ‘간신’이라 평가받는 이들이 득세했다.
몰락한 훈구파의 자손으로 태어나 목숨을 걸고 선왕의 영정을 지켜낸 일을 계기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된 이이첨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광해군의 불안한 심리를 활용했다. 없는 역모도 만들어내 잔인하게 정적들을 제거했고, 자신이 섬기는 임금을 혼군(昏君)으로 이끌었다. 반정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공신의 반열에 올라 권력을 쥔 김자점은 남들이 꺼리는 청나라와의 외교를 이용해 입지를 다졌고, 역모를 꾸며 정적을 제거해갔다. 멋대로 국정을 농단하고 조정을 농락하며 왕실의 외척이 되기도 했으나 명군(明君) 효종의 즉위와 함께 궁지에 몰렸고, 결국 역모죄에 연루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의 가문은 몰락했고, 자손들은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만 했다.

둘째, 이후로는 ‘사대부 정신’의 부활을 통한 당파의 분쟁이 격화됐다.
송시열은 사대부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추종을 받으며 네 명의 임금으로부터 총 167번이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중 130번을 거절했고, 부름에 응해 관직에 올랐을 때도 민생이나 개혁이 아닌 사대부의 의리와 예, 마음가짐에 집중했다. 그 결과, 그 자신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음에도 송시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인해 당파가 갈려 숱한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민생과 실리에서 눈을 돌린 그였지만 여성과 평민에게만큼은 똑같은 가르침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백성들에게는 따뜻한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

셋째, 외척으로 대표되는 세도정치의 시대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홍국영과 정조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만나 의기투합하였고, 홍국영은 충성을 다해 정조를 보필하였다. 정조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범접 불가한 권력을 누린 그는 먼 친척인 홍봉한이 ‘외척’의 지위를 이용하다가 처참하게 몰락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도 자신에게 외척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다가 왕의 신뢰를 잃어 서른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만 했고, 유배지에서 서른셋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최초의 세도정치가’라 할 수 있는 홍국영은 ‘권력형 갑질’의 끝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김조순은 몰락해가던 집안의 자손으로, 21세의 젊은 나이로 과거에 급제한 후 정조의 눈에 들었다. 이후 세자의 스승이 되었고, 딸이 왕비로 간택되면서 외척으로서의 세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겨났다. 그러나 김조순이 단순히 왕의 장인이라는 자리에 기대어 권력을 누린 것만은 아니다. 그는 청렴하고 투명한 관리이기도 했고, 어린 왕의 정치적 스승 역할을 맡기도 했으며, 자신의 권력이 너무 커질 때면 적당히 물러남으로써 ‘튀어나온 못’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후 김조순의 막내아들 김좌근이 가문의 수장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안동 김씨 시대’가 열리는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이었다.

넷째, 세도정치로 흔들리던 왕실이 재건되었으나 ‘집안싸움’으로 나라가 흔들렸다.
고종의 아버지이기도 한 흥선대원군은 똑똑한 종친에게 역모죄를 씌워 제거하는 안동 김씨 가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파락호처럼 굴었고, 여기저기 잔칫집을 찾아다니며 얻어먹는 일도 잦아 ‘상갓집 개’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익히 봐온 드라마의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진 과장된 이미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머리가 비상하고 정치 감각이 탁월했던 인물로, 적당히 굽힐 줄도 알았으나 그에 못지않게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왕의 자리에 앉힌 아들을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수차례 역모를 꾸몄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폭탄 테러와 암살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았으며, 일본군과 손잡고 며느리인 명성황후를 잔인하게 시해하기도 했다. 왕비이자 흥선대원군의 며느리였던 명성황후는 기나긴 조선 역사에서 가장 큰 권력을 누린 여성이었다. 어린 나이에 왕비가 됐으나 왕이자 남편인 고종은 궁녀에게 빠져 몇 년간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긴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 후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는 그리 명석하지 못한 데다 소심하기까지 해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에게 휘둘리던 고종의 정치적 파트너가 되어 실질적인 권력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수많은 암투를 벌여야 했고,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며 자신에 대한 백성들의 잔인한 시선을 알게 된 후로는 오로지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권력을 휘둘렀다. 살아 있는 동안 백성들에게 지탄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을미사변의 희생자로서 일본군의 손에 잔인하게 시해당한 후에야 항일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었다.

다섯째, 끝내 몰락해가는 국가에서 책임을 다하고자 한 대신이 있었다.
김홍집은 개화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박규수의 제자로, 특히 뛰어난 외교 능력을 바탕으로 조선의 마지막을 장식한, 조선 최후의 영의정이자 최초의 총리대신이다. 이미 외세에 의해 나라는 풍비박산이 나고 굴욕적인 강제 조약들을 맺어야만 했던 시기, 이 모든 결정을 책임지고 ‘매국노’라는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개 대신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명확했고, 결국 모든 책임을 떠안은 채 백성들의 손에 최후를 맞아야만 했다.

“부끄러우면서도 고귀했던
조선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한 가지!
권력은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나 신문 등 언론의 정치면을 보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국민들의 불만은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에도 권력을 쥔 후로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조선 왕조, 그중에서 임진왜란 이후의 300여 년만을 살펴보아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은 치열했고, 그 권력을 악용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은 때로는 서로를 이용하고 때로는 등 뒤에 칼을 꽂으며 암투를 벌여왔다. 비록 권력을 손에 넣는 방식에서는 지금과 여러모로 차이가 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아귀다툼을 현대의 정치판에 그대로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전작 『조선의 2인자들』에서 ‘조선’이라는 역사 속을 치열하게 살다 간 ‘2인자들’을 예리한 눈으로 분석한 저자 조민기는 이번 책에서는 ‘권력’이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대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권력의 속성과 이를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본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점을 깨닫게 된다. 권력이란 사람을 타락시키는 마물일 뿐만 아니라 혼돈의 해독제로도 쓰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런 권력을 어떤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지 분별해낼 수 있는 안목이 그것이다.

회원리뷰 (7건) 리뷰 총점10.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조선의 권력자들, 좋은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 2021.04.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조선시대에 있던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 놓은 책으로,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어서 금방 읽힌 책이며, 다시 또 보고 있습니다.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현재의 우리 시대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서 이런 저런 배울 점도 상당히 많습니다.역사에 흥미는 있지만 어느 책부터 보는 것을 시작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이 책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리뷰제목
조선시대에 있던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 놓은 책으로,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어서 금방 읽힌 책이며, 다시 또 보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현재의 우리 시대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서 이런 저런 배울 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역사에 흥미는 있지만 어느 책부터 보는 것을 시작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이 책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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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권력자들 - 조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김*호 | 2020.12.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조선임금 잔혹사'와 '조선의 2인자들'로 만났던 '조민기'작가님의 신작 '조선의 권력자들'입니다.'조선의 권력자들'은 '조선의 2인자들'의 후속편이기도 한데요.'조선의 2인자들'이 '태조 이성계'부터 '선조시대'의 '송익필'까지를 다뤘다면.'조선의 권력자들'은 '광해군'시대의 '이이첨'부터 조선의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대신인 '김홍집'까지 다루고 있습니다.그러고보면 참 '조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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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임금 잔혹사'와 '조선의 2인자들'로 만났던 '조민기'작가님의 신작 '조선의 권력자들'입니다.

'조선의 권력자들'은 '조선의 2인자들'의 후속편이기도 한데요.

'조선의 2인자들'이 '태조 이성계'부터 '선조시대'의 '송익필'까지를 다뤘다면.

'조선의 권력자들'은 '광해군'시대의 '이이첨'부터 조선의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대신인 '김홍집'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참 '조선시대'는 지금이랑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에야 '권력'을 잃어도 '은퇴'하여 살면 그만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권력'을 잃으면 바로 '죽음'이고..

혼자만 죽는게 아닌, '가문'자체가 '멸문'당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노비'가 되어버리니..

이래서 '정치싸움'을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선의 권력자들'에서 처음 소개되는 사람은

'광해군'시대의 '이이첨'인데요..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피난 가는 '선조'에게 '세조'의 '어진'을 구한 공로로 신임을 얻고

'선조'사후, '권력쟁탈'에서 '광해군'을 지원하여 이기고

'광해군'의 '외척'이 되며 승승장구합니다.


그런데 '신하'란 '왕'을 바르고 인도하는게 맞는법인데..

'권력유지'를 위해 수많은 '모략'을 꾸미고

수많은 '피'를 흘리는데 말입니다..

결국 '반정'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모든것이 사라지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인조반정'은 조선시대 가장 무능한 '왕'과

조선시대 가장 사악한 '간신'을 만들어내는데요

그가 바로 '김자점'입니다.


드라마 '꽃들의 전쟁'에서도 나왔었는데 말입니다.

'인조'의 총애를 받는 '후궁 조씨'와 손을 잡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결국 '효종'의 즉위와 함께 몰락하고 맙니다.


그런데, '조선의 권력자들'이라고 무조건 '간신'만 있는건 아닙니다.

'효종'은 즉위하자말자, '인조정권'을 외면하고

'산당'세력을 불러들이는데요..


그중 한명이 바로 '송시열'입니다.

당시 대학자이자, 무려 4명의 왕을 섬긴 '충신'이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사화'와 '반정'으로 몰락했던 '사대부'를 부활시킨 사람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학자'라서 그런지 쓸데없는 '분쟁'들도 많이 일으키기도 한..

결국 '당쟁'의 희생양이 되어서 그 역시 제명에 못 죽는데요.


그리고 '세도정치'의 시작이라 할수 있는 '홍국영'과

'안동김씨'의 세도의 시작인 '김조순'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이야기가 등장을 하는데요.


모두들 권력자로서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세와 영향력을 누리지만

끝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도 비슷한듯 싶습니다.

'인생무상'이라고, '권력'은 잃는 순간 그대로 끝이니까 말입니다.


이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안 놓을려고 하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던..


이 사람들이 그 '권력'을 '백성'들을 위해 사용했다면

'조선'이 더 발전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정치인'들 하는 것 보면..ㅠㅠ


전작인 '조선의 2인자들'도 그랬지만

'조선의 권력자들'도 몰랐던 이야기도 알수 있었고 

재미있었던 시간이였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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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권력자들_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만들었는가 - 조민기 / 책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l*****2 | 2020.07.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한 줄 평 : 조선시대 권력자들의 민낯을 밝히다.대표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조선의 권력자들이란?조민기 작가의 4년 전 책, 조선의 2인자들을 읽고 바로 읽으니 더 좋았다. 뭔가 1부와 2부를 읽는 느낌이랄까?단지 조금 다른 것은 '조선의 2인자들'은 권력의 중앙에서는 조금 벗어난 2인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조선의 권력자들'은 당대 최고의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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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조선시대 권력자들의 민낯을 밝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조선의 권력자들이란?

조민기 작가의 4년 전 책, 조선의 2인자들을 읽고 바로 읽으니 더 좋았다. 뭔가 1부와 2부를 읽는 느낌이랄까?

단지 조금 다른 것은 '조선의 2인자들'은 권력의 중앙에서는 조금 벗어난 2인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조선의 권력자들'은 당대 최고의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조선의 권력자들'이 좀 더 흥미진진하기는 하다. 두 책 모두 풀어가는 방법이 재미있고 사건들의 설명과 저자의 개인적인 주석이 참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읽는 동안 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도 재미있다.

조민기

저자 : 조민기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다. 영화사를 거쳐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던 중 회사 홍보기사로 작성한 ‘광고쟁이의 상상력으로 고전 읽기’ 시리즈가 호응을 얻으며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세계일보〉에 칼럼 ‘꽃미남 중독’을 인기리에 연재하였다.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절대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이던 중 권력이 잉태되어 탄생하는 과정의 놀라운 기록들을 발견하였다. 절대자와 권력자의 자취를 따라가 실록의 행간에서 찾아낸 흥미진진한 성공과 실패의 기록에 매료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조선의 2인자들(2016, 2020)』을 발간하였고, 4년 만에 후속작인 『조선의 권력자들』을 내놓게 되었다.

그 외 저서로는 『조선 임금 잔혹사』와 『외조 : 성공한 여성을 만든 남자의 비결』, 영화소설 『봄』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역사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치와 의미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인문 역사 강연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예스24 제공]

목차

1장. 간신의 등장 - 전쟁과 평화 편

이이첨, 권력과 명예를 함께 얻고자 했던 간신

2월 24일, 이이첨과 정인홍은 유배에서 풀려나 조정으로 복귀해 각각 병조정랑과 대사헌에 임명됐다. 사법권 병권의 실무를 맡은 이들은 곧바로 영의정 유영경을 탄핵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실세 중의 실세였던 유영경은 유배당하는 신세가 됐다. 오직 선조의 총애에 기대어 노골적으로 영창대군을 지지했던 대신의 최후였다. 23p

》 이와 같이 전날까지는 실세에서 다음날 나락으로 떨어진 일들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존재했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것이냐로부터 출발한다. 유영경은 선조 왕으로 있을 당시에는 최고의 실세였지만 선조가 승하(1608년) 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광해군이 왕이 되자 광해군이 아닌 영창대군을 지지했던 유영경은 역적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유배를 가 있던 이이첨과 정인홍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권력을 잡고 나면 자신을 위해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권력이 변화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우선 반대편 진영을 헐뜯지 말아야 한다. 그가 언제 실세가 될지 모르고 또는 내가 언젠가 그 사람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아니면 그가 나의 능력을 필요할 수도 있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첫 번째 기술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너무 한 쪽 편에만 서지 않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 양쪽 편에 오갈 수 있다면 때로는 박쥐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조선의 2인자들'속 하륜의 본보기로 삼으면 좋을만하다.

허균

허균은 동인 명문가 출신으로 그의 부친인 허엽은 동인의 중진이었고, 이복매형 우성전은 유성룡과 함께 남인의 수장이었으며, 율곡 이이를 탄핵했던 허성이 그의 친형이었다. 또한 열일곱에 초시에 합격하고 스물한 살에 생원시에 합격한 허규는 선조 27년(1594년) 정시 문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급제해 승문원에서 관직 생활을 시작한 수재로 인맥과 능력이 출중했다.

이처럼 남부러울 것 없던 허균이 어째서 이이첨의 행동대장이 되기를 자처한 것일까?

허균은 학문과 재주가 빼어났지만, 서얼이나 천민과도 교류하고 부임지에 기생을 대동하는 등 거침없는 행동으로 자주 탄핵을 받았고, 구설ㄹ수와 비난을 달고 살았다. 광해군2년(1610년)에는 시험 감독관이 됐는데, 이때 그의 조카와 조카사위가 동시에 급제하자 탄핵을 받아 유배됐다. 그러나 유배지에서도 반성하기는커녕 신분과 상관없이 여러 사람과 어울렸고, 이때 계축옥사와 관련된 서자들과 깊은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 시기 허균이 소일거리 삼아 집필한 것이 바로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계축옥사가 일어나 자신과 친분 깊던 서자들이 줄줄이 역모죄로 처형당하자 허균은 '만약 나 또한 서자였다면 억울하게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다. 억울하게 당하지 않으려면 권력이 필요했다. 권력이 있으면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 수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제거할 수도 있지 않은가. 35p

》 허균의 홍딜동전에서는 권력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권력과 글이 없는 이상향이 나온다. 허균은 그런 이상향을 원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을 쫓아 권력으로 들어간 사람이기도 했다. 분명 허균도 처음에 자신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마치 홍길동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며 즐겁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선 능력이 출중하니 주위에서 인정을 받고 비록 구설수와 비난을 받더라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며 지낸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하지만 그가 나이가 들고 세상이 변하고 처형의 손길이 자신에게도 다가오자 그런 자유로움을 다 던져버리고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결론은 현실 속 권력에 달라붙는 것이었다. 홍길동전에서는 이상향을 사람들을 이끌고 간 것으로 끝나지만 현실 속에서 허균은 다른 사람을 이끌기는커녕 자신도 권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언행일치, 그것이 쉬운 말일까? 생각하는 대로 말한 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물론 한두 번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해서 평생에 걸쳐 그것을 지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지금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도 확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일기에나 쓰고 말자.

파병 문제부터 강홍립의 처벌 문제까지 광해군과 이이첨은 처음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광해군은 폐모에 찬성한 이이첨이 사대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냉ㅈ어하게 바라보았다. 이에 광해군의 심임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이이첨은 재빨리 소북과 손을 잡았다. 그토록 강경하게 지켜온 정치 노선을 하루아침에 바꾼 것이다. 42p

》 어제 '존 리 대표'의 강의에서 주식은 한 번 사면 30년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나 주식을 30년이 안되어서 팔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상황이 바뀌었을 때라고 했다. 오늘 '집사부일체'에 나온 모습을 다시 봤고, 자신이 SK텔레콤을 10년이 지나 팔았는데 그 이유는 이제는 휴대폰이 너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처럼 한 번 노선을 잡았으면 오래가야 한다. 그래야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온다. 너무 자주 노선을 바꾸면 이룬 것이 시간만 갈 뿐이다. 하지만 그 노선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상황이 바뀌었을 때이다. 책 속에서도 이이첨은 광해군과 대립이 생기자 재빨리 소북과 손을 잡았다.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광해군만을 의지하고 있으면 자신에게 화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직감이 있다면 빨리 차선책을 찾고 그것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것이 인생에서 살아남는 기술이다. 물론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이이첨의 목도 떨어졌다.

김자점, 나라와 조정과 임금을 농락한 희대의 간신

인조14년(1636년) 1월 30일, 인조는 신하를 의미하는 푸른색 융복을 입고 남한산성을 나왔다. 청나라의 요구대로 삼전도까지 두발로 걸어간 이조는 홍타이지 앞에서 세 번 절을 올리고 아홉 번 머리를 찧는 삼배구도구례의 예를 올리며 항복했다. 굴욕적인 항복의식을 마친 인조는 한양으로 돌아왔고, 인질이 되기를 자처한 소현세자는 청나라 진영에 구금됐다. 2월 5일, 소현세자 부부와 봉림대군 그리고 조선인 포로 수십만 명이 조선을 떠나 심양으로 향했다. 이를 병자호란이라 한다. 70p

》 3번의 절과 아홉 번 머리 찧음. 예를 중시하는 조선 사회에서는 정말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청은 조선이 막아내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나라였다. 100만대군을 이끌고 오는 청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굴욕적인 항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도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굴욕적이라고 가슴만 아파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이라도 할 것을 찾을 것인가?

이는 현재 우리가 중국와 일본 그리고 미국의 관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제 중국은 예전의 힘없던 중국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미국과 대치되는 2인자가 되었다. 바뀐 것은 이제 우리는 사대를 중국에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병자호란의 이야기와 같이 이 두 나라 중 어디와도 겨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느 한 쪽에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밀어붙인다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그 상황에서 어떤 것을 할 것인가? 그저 사대를 강하게 하고 한 쪽 편을 배척하고 있을 것인가?

이는 비단 한 국가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개인에 삶에서도 이런 경우는 무수히 많다. 살아가다 보면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이때 치욕으로만 느끼고 이만 갈면서 당하고 있을 것인가? 도저히 싸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힘을 길러야 한다.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 사람과도 그렇고 그 반대편의 사람과도 그렇다.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도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 조상은 대대로 서울에 살아 글과 벼슬로 가업을 삼았다. 그러다가 우리 방조 김자점이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하게 되매 내게 11조 되시는 어른이 처자를 끌고 서울을 도망해 일시 고향에 망명하시더니 그곳도 서울에 가까워 안전하지 못하므로 해주 부중에서 서쪽으로 80리 백운방 텃골 방봉산 양가봉 밑에 숨을 자리를 구하시게 됐다. (중략) 그때 우리 집이 멸문지화를 피하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으니, 그것은 양반의 행색을 감추고 상놈 행세를 하는 것이었다.

- 〈백범일지〉 中 82p

》 이건 처음 알았다. 그래서 적어봤다.

2장. 산림 정승 - 사대부의 부활 편

송시열, 사대부의 나라를 재건한 산림 정승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거론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송시열이다. 무려 3천 번이 넘게 거론됐다. 그는 여든세 살까지 장수하면서 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네 명의 임금을 섬겼고, 격렬한 논쟁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송시열의 이름이 그토록 많이 거론된 이유는 그가 열렬한 팬덤을 거느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송시열은 사대부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이돌로서 조정으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임금으로부터 총 167번의 부름을 받았는데 그중 무려 130번을 거절했다. 90p

》 이 글만 봐도 그가 얼마나 강직했는지가 보인다. 임금을 부름을 130번 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책에서는 송시열의 추종자들은 그를 태산처럼 떠받들었다고 적혀있다. 그는 분명 대학자였었나 보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효종은 즉위 후 송시열을 파격적으로 단번에 종3품 장령에 제수됐지만, 김자점이 영의정의 자리에 있다는 것에 실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다. 93p

》 나는 송시열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를 수락했으면 죽임을 당하거나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송시열 같은 대학자가 김자점의 아래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무슨 큰일이 났었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위의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위의 상사를 잘못 만나면 아무 일도 못하는 바보로 바뀔 수도 있다. 도저히 윗사람 때문에 자신이 일을 펼칠 수 없다면 그곳을 벗어나 다른 곳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송시열은 유배지에서 가르침을 청하며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신분의 차별 없이 받아들였다. 함경도와 거제도 같은 오지의 ㅣ백성들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정성을 다해 공자와 맹자, 주자의 가르침과 예학, 나아가 인간의 도리를 알려주는 송시열에게 감동했다. 이들의 눈에 비친 송시열은 예법을 짜지는 꼬장꼬장한 학자가 아니라 백성을 마치 손자 보듯 바라보는 다정하고 자상한 할아버지였다. 유배지에서조차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으며 독서와 저술에 힘쓰는 모습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송시열은 여성을 하대하는 것이 당연했던 유교 사회에서 딸과 며느리에게도 차별 없이 가르침을 펼쳤다. 이는 정치가 송시열이 아닌 인간 송시열의 모습이었다. 125p

》 정치에서는 수많은 적을 만들고 자신의 뜻과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던 송시열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송시열이 다양성에 대해 좀 더 인정을 했다면 좀 더 멋진 대학자로 기록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론이 정권을 잃은 데다가 죄인의 신분으로 맞은 죽음이었으나, 송시열의 장례식에는 많ㅇ느 사람이 모였다. 송시열은 학자로서 또 인간으로서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그의 제자는 900여 명에 달했다. 133p

책을 읽고서

이전 '조선의 2인자들'과 구성이나 묘사 방식들은 정말 비슷하다. 달라진 것은 인물 선정이다. 이렇게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으면서도 '조선의 권력자들'이 더 재미있다. 그 이유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파란만장하기 때문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두 책 모두 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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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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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유*을 | 2021.04.19
구매 평점5점
너무 재미있어서 잘 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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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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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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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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