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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말

: 이 말이 내게로 스며들었다, 살아갈 힘을 얻었다

리뷰 총점9.7 리뷰 8건 | 판매지수 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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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72g | 140*205*20mm
ISBN13 9791190413121
ISBN10 119041312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2018년 『토지』 읽기의 진수를 선보여 독자들 사이에서 은근한 입소문이 퍼진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의 저자 김연숙(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이 새로운 인문 에세이 『박경리의 말』을 들고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 직후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고전 읽기] 강의를 통해 학부 학생들과 함께 『토지』를 읽어온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스물다섯 살 때 처음 박경리와 『토지』를 만났다. 그 후 수십 년간 수많은 제자, 이웃, 친구와 이 책을 읽었고, 강의도 해왔다.

저자는 고전, 특히 문학이 우리 삶을 가치 있게 이끌어갈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많은 순간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고 적잖은 위기를 만나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토지』 속에 등장하는 600여 명 다채로운 인간 군상으로부터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그 힘을 얻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지』를 처음 만난 그날 이후 『토지』와 “박경리의 말”을 노트와 마음에 아로새겼다. 『토지』와 박경리의 말에서 발견한 인문학적 사유를 삶에 적용하고, 나아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에 구체적으로 활용해봄으로써 더 단단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Ⅰ 나에게 스며드는 말

힘겹다, 세상살이
하나이며 둘인, 세상 어디에도 없는 관계
캄캄절벽 앞에서
서러운 사람이 많아 위로가 되고
‘나’의 삶은 어디에서
‘행복을 정복’하는 법
사는 재미―그런 계란, 없습니다
어떤 미래의 현재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당당함
세상의 모든 슬픔
두 번째 긍정

Ⅱ 질문하는 젊은이를 위하여

마음이 너무 바빠서
사로잡히지 않을 자유
살아가는 시간, 살아지는 시간
희망은 위태롭다
철새처럼, 매일매일 연습
일의 기쁨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눈비 오고 바람 부는, 인생
세상없는 바보들이
‘모른다’라는 확실한 말
‘영광’의 책 읽기, 존재의 증명

Ⅲ 우리 곁에 있는 사람

밤도깨비 아버지
엄마의 ‘밥’
대구이모 안동이모
오토바이 소녀와 친구들
속초 횟집 아주머니
구의역 김군
‘쎈언니’ 문탁쌤
이름 없이 사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나오는 말―글 쓰는 나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토지』에 등장하는 양현을 비롯해 해맑은 아기들과 단순한 아이들, 순수한 청년들은 삶의 본질 한 가닥에 닿아 있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 젊은이들과는 달리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그 예민한 삶의 감각이 무뎌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고통도 슬픔도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겪어내는 투명함 대신에 필요나 불필요, 유불리 혹은 화폐 이익 여부를 요모조모 따져봅니다. 어쩌면 고통과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감각불능의 상태에 더 가까운 것도 같습니다. 큰 소리로 웃기, 눈물이 날 만큼 웃기, 하염없이 눈물 흘리기, 엉엉 소리 내어 울기… 그런 일이 언제 있었나 싶습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야말로 ‘흥챙이’가 되어 시큰둥한, 그렇고 그런 삶이 내 민낯이지 싶습니다.
--- p.20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는 서른아홉 나이에 심장마비, 마흔에는 암을 겪으며, 자신의 고통과 질병에 대해 깊이 성찰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을 하나의 범주로 묶을 때 그 공통성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고통’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고통인지, 어떤 강도로 경험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의 차이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한복이처럼 존재 자체가 무너져 내릴 고통인지, 혹은 배부른 자의 넋두리처럼 시답잖은 고통인지는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애초부터 고통의 무게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바깥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33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재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펴봤던 리베카 솔닛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흔히 재난이 닥쳐오면 인간은 이기적으로 돌변하고, 극단적 상황에선 야만적인 모습으로 퇴보할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위급할 때 자기생존이 제일 절실한 건 당연하지만, 재난을 겪는 동안 특히 재난 이후에 놀랍게도 그와는 다른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는 겁니다. 지진이나 태풍, 폭격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자기 범주를 뛰어넘는 이타심을 발동합니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만이 아니라 낯선 이웃과 알지 못하는 타인까지 도와주고자 스스로 나섭니다. 재난은 더없이 끔찍한 불행이며 그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에 놓이지만, 리베카 솔닛은 그 폐허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낯선 사람들끼리, 아니 이전이라면 그 어떤 관계 맺음도 거부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눠 주고 서로를 보살피는 가히 ‘혁명적 공동체’를 건설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재난은 지옥을 관통해 도달하는 낙원”이라 지칭하기도 합니다.
--- p.43~44

‘한복’은 아비가 이러하더라도, 형이 저러하더라도, 묵묵히 숫돌 같은 세월을 보내며 자기 삶을 지켜나갔습니다. 그런 ‘한복’이가 내놓은 “나는 여기 살 기다”라는 저 말은, 그래서 자기 삶의 확신이자 자기 존엄의 증명에 다름 아닙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여기 산다고 말하는 인간, 그리고 어디든 찾아가서 여기 인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흑인 음악가. 그들이 보여주는 ‘존엄한 인간’의 모습에 지금의 옹색한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어떤 ‘나’이고 싶은가. ‘한복’의 말, “나는 여기 살 기다”라는 저 말을 나는 어디에서 외칠 수 있을까요.
--- p.54

사실, 이전까지는 나 자신이 중심이었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삼아, 가깝고 먼 것을 일렬로 나란히 세워두고 살펴봤으니까요. 그러나 노안이 왔다는 이유로, 세상과 나의 관계가 변했습니다. 내게 가깝고 멀다는 거리 감각이야 여전했지만, 더 이상 내 눈을 기준점으로 삼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내게 가까운 것이 흐릿해 보이고 어중간한 것들이 또렷해 보이는 상황이 마구잡이로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노화란, 나이 들어 세상과 다시 관계 맺으라는 신의 명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 듦이 자연의 섭리라면, 그것은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멀리 바라보라는 그런 도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싶습니다. 물론 그 이치가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자기 범주를 넘어서 자기 시야를 세계로 확장시키는 일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 p.59

나의 걱정과 결점 그리고 나의 만족과 자랑거리 따위의 일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은 그것들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러셀의 말대로 어느 정도의 자기도취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다만 나로부터 이웃에게로, 세상으로 시야를 돌려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이 더 중요함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산 보듯 강 보듯, 가자’는 『토지』의 저 말은, 바로 이런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 p.61~62

크로아티아 여행을 한 지 꼬박 삼 년이 지났습니다. 엄마는 그때의 재미를 깊이 간직한 채로, 다시 두어 번의 다른 수술을 견디어냈습니다. 또한 지금껏 크로아티아 어느 카페에서 먹었던 삶은 계란을 생생하게 떠올리시곤 합니다. 그 동네는 계란 하나 삶는데 오지게도 시간이 걸리드만, 그래도 그 계란이 참말로 맛있드라, 그런 계란은 없지 싶다. 그렇지요, 그런 계란은 없지요. 꼬박 열두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유럽 어느 구석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먹은 계란인데요. 그런 계란, 없습니다.
--- p.75

‘내일이 없는 고난’을 바라보는 이들의 막막함은 비단 역사와 문학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예사로운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들이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답답함도 ‘내일’과 관련될 때가 많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시간에 대한 그 인식은 어쩌면 인간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존재론적 고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79

결국 ‘현실’,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속에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는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과거가 있고, 사건을 현실화하는 데에서 미래가 있는 겁니다. 그것은 자연이 보여주는 순환의 상상력이자 진리의 상상력이기도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내일이 없는 고난” 때문에 막막하다는 사람에게 『토지』는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어서는 안 될 일”이라 했습니다.
--- p.83

배움이 없어서, 가난해서, 변변한 친정 식구가 없어서, ‘난쟁이’ 같은 추물이어서 그렇게 사는 건 아닙니다. 볼품없이 늙은 아낙네, ‘막딸이’는 자신의 삶을 기꺼이 짊어지고 하루하루 살아갔습니다. 거대한 지붕을 사뿐히 얹고 있는 강철기둥처럼, 천 근 같은 삶의 무게를 얹은 채 살아갔습니다. 대단한 쾌거도, 놀라운 사건도 없이, 과시하는 바도 없이 ‘모름지기 짐이란 이렇게 지고 살아가야 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삶이었습니다. 그러하니 그녀에게는 눈부시게 화려한 겉모습과는 상관없는, 삶의 당당함이 아로새겨져 있었던 겁니다.
--- p.89

이와 같은 공감이 더 촘촘하게 우리들을 에워쌀 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참 좋은 세상이 될 겁니다. 그런 세상을 박경리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의 인연이 모두가 그와 같다면 그야말로 이 세상이 극락이지 극락이 어디 따로 있겠나.”
--- p.97

제가 끌려 들어간 곳이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딱히 뛰어난 것도 없다며, 스스로 어정쩡하다 여겨왔던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 쓰냐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사냐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 질문을 계속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 글쓰기였습니다. 그로 인해 나 자신과 이웃을, 나를 둘러싼 세계를 조금이나마 더듬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현’ 아니, 박경리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내부,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의 대결”을 멈추지 않는 것이 ‘글 쓰는 나’였던 겁니다.
--- p.28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토지』를 읽으며 차곡차곡 쌓은 “박경리의 말”
― 후마니타스 칼리지 최고의 인기 고전 『토지』에서 찾아낸 사유하는 말들


2018년 『토지』 읽기의 진수를 선보여 독자들 사이에서 은근한 입소문이 퍼진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의 저자 김연숙(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이 새로운 인문 에세이 『박경리의 말』을 들고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출범 직후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고전 읽기] 강의를 통해 학부 학생들과 함께 『토지』를 읽어온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스물다섯 살 때 처음 박경리와 『토지』를 만났다. 그 후 수십 년간 수많은 제자, 이웃, 친구와 이 책을 읽었고, 강의도 해왔다.

저자는 고전, 특히 문학이 우리 삶을 가치 있게 이끌어갈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많은 순간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고 적잖은 위기를 만나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토지』 속에 등장하는 600여 명 다채로운 인간 군상으로부터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그 힘을 얻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지』를 처음 만난 그날 이후 『토지』와 “박경리의 말”을 노트와 마음에 아로새겼다. 『토지』와 박경리의 말에서 발견한 인문학적 사유를 삶에 적용하고, 나아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에 구체적으로 활용해봄으로써 더 단단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

“『토지』의 말을, 그리고 박경리 선생의 말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선생의 책을 읽는 동안 제게로 스며든 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밑줄 그은 문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들을 다시 꺼내놓으니, 뛰어난 문장이나 아름다운 표현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온몸이 부서지는 아픔을 겨우 견디며 내뱉는 말, 실 한 오라기 같은 기쁨을 잡으려는 말, 칠흑 같은 어둠을 버티려 안간힘 쓰는 말, 그래서 애달프고 간절한, 그런 말들이었습니다. 대단치 않은 사람들의 예사로운 말도 많았습니다. 이들에게 끌리는 나의 마음이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 「들어가는 말」에서

2. 『박경리의 말』, ‘인간의 삶’을 마주한 ‘인간’에게 전하는 말
― 우리 문학의 진정한 거장, 박경리 선생이 내리는 죽비소리


『토지』는 한말에서 해방까지 60여 년 역사를 배경으로 민중의 고된 삶을 생생히 재현하는 고전이며, 박경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문호’라 할 만한 작가이다. 하지만 『토지』라는 장대한 소설은 어찌 보면 ‘낡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묻는다. 1969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50여 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옛 시절 이야기를, 왜 2020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같이 읽겠다며 달려드는 것일까. 하고많은 고전 중 왜 하필 『토지』를 선택하는 것일까. 게다가 강의를 듣고 나면 다들 “옛날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책이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경리 스스로 밝힌 바 있듯 『토지』는 ‘연민’으로 가득한 책이다. 힘겨운 세상살이를 이어가는 보통의 인생들에 대한 박경리의 깊은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토지에는 그저 선한 사람도 그저 악한 사람도 없다. 『박경리의 말』은 따라서, 단순히 그럴듯한 말, 선하고 좋은 말, 교훈적인 말을 가려 뽑아둔 그런 책이 아니다. 『토지』를 적어도 30년 이상 매번 다르게 혹은 다른 각도로 읽어온 한 연구자에게 와닿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손이 그 책을 붙잡게 만드는 힘의 바탕이 된 말과 이야기를 올올이 엮은 책인 것이다.

언제 어느 세상을 살고 있을지라도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이고, 내가 내 삶을 살아간다는 그 소박한 사실은 세상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며 달라져도 변함없는 진실이기에, 『토지』의 말과 “박경리의 말”이 오늘날에도 이른바 “뼈를 때리는” 이야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되묻는 책이다.

“일제강점기의 『토지』 속 사람들이,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의 인간이 살아온 모습이자, 인간이 인간인 한 그렇게 살아가야 할 모습일 겁니다. 박경리 선생은 그 인간을, 그 삶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오래된 책을 두고, 거울에 나를 비춰보듯 그렇게 인간의 삶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인간이 인간인 한, 『토지』와 박경리 선생의 말은, 또 세상 모든 책들은, 그렇게 우리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를 깨우치고 우리를 이끌어나갈 겁니다.” - 「들어가는 말」에서

3. “박경리의 말”과 함께하는 러셀과 오웰, 신영복과 전태일의 말…
― 또 다른 세상의 책들로부터 길어 올린,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들


이제 저자는 『토지』가 품고 있는, 박경리 선생이 전해주는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길어 올린다. 그리하여 이 책을 만나는 모든 독자가 제 각자의 삶을 『토지』로부터 좀 더 투명하게 읽어내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저 『토지』와 “박경리의 말”만 담긴 것이 아니다. 『토지』와 “박경리의 말”을 음미하는 저자는, 그 수많은 사유의 강물을 따라 또 다른 지류를 향해 노를 저어간다.

그 물길에서 독자들은 예컨대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아서 프랭크와 빅터 프랭클, 리베카 솔닛과 버트런드 러셀과 조지 오웰, 그리고 음악가 돈 셜리까지 만나게 된다. 나아가 신영복 선생과 전태일, 구의역 김군과 “쎈언니 문탁쌤” 등 우리 곁에 있는 그 모든 소중한 존재의 속정 깊은 말 속으로 들어가, 더 넓고 깊은 생각의 강 속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출간하기 전 첫 번째 독자가 되어준 은유 씨는 다음과 같은 추천의 말을 미래의 독자들에게 건넨다.

저자는 박경리 선생이 생으로 벼리고 몸으로 가꿔온 언어의 숲에서 귀한 문장들을 추려 이야기를 풀어간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려워” 같은 말은 수시로 “설움이 왈칵 솟는” 약한 몸에 힘을 길러주는 보약 같고,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문학도 종결되는 것”이라는 말은 쓰는 이유를 일깨우는 종소리 같다. 또 박경리의 말이 카프카의 말, 조지 오웰의 말, 아서 프랭크의 말 등으로 연결되고 굽이쳐서 기어이 삶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은 읽는 기쁨을 안겨준다. - 은유(『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저자)

저자 김연숙은 「나오는 말」에서 스스로에게 “왜 쓰는가” 되묻는다. 그러고는 이렇게 답한다. “멈춰 서 있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글을 씁니다. 나와 세계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왜 쓰는가’를 질문하고, 그로부터 ‘나의 투쟁’을 이어가는 것, 그렇게 ‘글 쓰는 나’는 계속 살아가고, 계속 뻗어나가고 싶다고, 이 책 『박경리의 말』은 바로 그러한 저자의 마음가짐이 “박경리의 말”이라는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것이며, 아마도 그 말들은 독자들 개개의 또 다른 삶의 투쟁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박경리 선생은 『토지』를 마흔셋(1969)에 쓰기 시작해 예순여덟(1994)에 끝냈다. 집필기간이 햇수로 무려 26년. 당시 마지막 16권(솔출판사 판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 가던 날을 기억한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책의 완간을 함께하자니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 큰 기분이 들었다. 그로부터 또 26년이 흐른 지금 나는 『박경리의 말』을 만났다.

저자인 인문학자 김연숙은 박경리 선생이 생으로 벼리고 몸으로 가꿔온 언어의 숲에서 귀한 문장들을 추려 이야기를 풀어간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려워” 같은 말은 수시로 “설움이 왈칵 솟는” 약한 몸에 힘을 길러주는 보약 같고,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문학도 종결되는 것”이라는 말은 쓰는 이유를 일깨우는 종소리 같다. 또 박경리의 말이 카프카의 말, 조지 오웰의 말, 아서 프랭크의 말 등으로 연결되고 굽이쳐서 기어이 삶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은 읽는 기쁨을 안겨준다.

고백하자면 이십 대였던 나는 『토지』를 연애소설처럼 읽었다. 서희와 길상을 중심으로 이상현, 봉순이가 나오는 분량을 기다리며 책장을 넘겼다. 사랑의 일도 사람의 그것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쓸쓸하고 허망하던지. 그 연애 서사 저변에 흐르는 장대한 삶의 진실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박경리의 말』을 읽고 나니 『토지』를 다시 읽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구한말에서 1945년 해방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주막 늙은이와 보부상까지 거의 600여 명이 나오는 품 넓은 작품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다. 그럴 때라야 “언제나 불행이 깔려 있는 삶”을 용케도 살아내는 이들을 내세워 ‘박경리의 말’이 들려주는 ‘인간의 말’에 조금이라도 가닿을 수 있으리라. 이 책은 『토지』라는 순례의 길을 한번 떠나보라고, 무수한 타인의 삶에 자신을 비춰보라고 속삭인다.
-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저자)

회원리뷰 (8건) 리뷰 총점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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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박경리 말, [토지]의 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march | 2020.06.30 | 추천33 | 댓글46 리뷰제목
   읽으리라 큰 다짐을 하고 구입을 했던 <토지>는 10년동안 책장 한 켠에 자리잡고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맘이 들어서였을까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토지를 2017년 6월에 시작해서 10월까지 읽었다. 이후, 2018년에 저자의 <나, 참 쓸모있는 인간>을 만났다.  <토지>를 읽었다는 뿌듯함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던 때에;
리뷰제목

 

 읽으리라 큰 다짐을 하고 구입을 했던 <토지>는 10년동안 책장 한 켠에 자리잡고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맘이 들어서였을까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토지를 2017년 6월에 시작해서 10월까지 읽었다. 이후, 2018년에 저자의 <나, 참 쓸모있는 인간>을 만났다.  <토지>를 읽었다는 뿌듯함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던 때에 만난 이 책은 다시금 <토지> 속으로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저자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고전 읽기:박경리 <토지>읽기' 를 2012년부터 현재까지 강의해오고 있다.  전작 <나, 참 쓸모있는 인간>에는 <토지> 안팎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897년 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600여명이 만들어가는 <토지>에서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 있을까?  그리고, <박경리의 말> 로 다시 한번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토지> 속 인물들의 대사로써 박경리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함께 그 느낌을 나누고자 했다. 독자와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은 어떤 문장들일까? 오랜만에 만난 그들의 이야기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내사 머어를 믿는 사람은 아니다마는 사는 재미는 사람의 맘 속에 있다 그 말이지. 두 활개 치고 훨훨 댕기는 기이 나는 젤 좋더라." - 1권 126쪽  

 

 목수 윤보의 말이다. 기술은 좋았지만 내킬때만 일했고, 혈혈단신이고 소작농이 아닌지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으며 정말 자유로운 인물이었다. 자유로웠기에 무책임하고 방종한 인물이었을까? 아니었다. 대한제국 군대해산으로 벌어진 항일 투쟁에 참여하고 의병 활동도 했으며, 동학당도 열심이었다. 최참판댁 재산을 가로챈 조준구에게도 당당히 맞서는 그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자유롭게 살지만, 인간의 도리는 하고 사는 사람. 마음이 가는대로 행하는 것으로 사는 재미를 아는 사람.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만 사는 재미라는 것이 우리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한번 더 되새겨 보았다.

 

 누구나 알고 있고, 알아야 하는 상식이나 사회적 잣대는 우리의 공통감각을 형성해주는 힘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를 고정시키는 거푸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이렇다는 기준은 우리 삶을 이끄는 지침이기도 하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를 옭아매는 끈이 될 수도 있습니다.- p 74

 

"가는 시간의 슬픔보다 멈춰진 무의미한 시간이야말로 그것은 삶이 아닌 것이다." 18권 24쪽

 

 행동하지 않는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임명빈이란 지식인이 있었다. 저자는 그에 대해서 나름의 고민은 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해결하려고 찾아나서지도 않은채 멈추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우리 모두에게 박경리 선생이 했던 말이 아닐까라고 했다. 일본어를 같이 배우고 있는 86세의 할아버지와 새 교재를 사기 위해 서점에를 갔었다. 일본어 능력시험 책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한 말씀 하셨다. " 이제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자격증 시험을 친다고해도 뭘 할 수도 없으니, 시간도 없고 ······". 현재를 열정적으로 살고 계시는 분도 나이에 발목 잡히고,뭔가를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아차싶었다.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이라면 무의미하게 멈춰서 있지는 말아야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책은 그에게 구원이었고 숨 쉴 통로였으며 외롭지 않았다. 동굴 속과도 같이 차단된 세계 속에서 유일한 벗이었다." 16권 99쪽

 

 송영광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백정의 손자라는 꼬리표때문에 결국 학업도 중단하고 유랑극단 연주자가 되었다. 정말 명민한 그가 그런 삶을 사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었다. 학창시절의 책과 시 습작 노트를 우연히 발견한 그가 책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했던 말이었다. 저자는 아무런 효용가치도 없었던 책 읽기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인간임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같은 맥락으로 2차 세계대전중에 책을 읽었던 병사들이 책은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끼게해주었으며, 살아있는 인간임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였다는 증언을 들려주었다.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책을 읽는 그 순간,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소설을 왜 읽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소설 읽기를 멀리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백마디의 말보다 소설 속 한 구절이 마음을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된 이후, 등장인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이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등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저자의 이 책을 읽는 동안 새삼 '문학의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경리 선생이 전해주는 인간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 지금 여기의 삶을 길어 올리고자 합니다- 책날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토지>.  지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시대적 배경이지만 소설 속 사람들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숨쉬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은 변했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 지켜할 덕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토지>는, 박경리 작가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이 책을 통해 <토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껴보면 어떨까? 저자는 자기 삶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한복'을 이야기하며 영화 '그린 북'을 ,"사시장철 갠 날만 이따믄 그기이 어디 극락이겄나"라는 말과 함께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리베카 솔닛의 '어둠 속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는 재미를 더했다.

 

"쓰는 행위 이상의 절실한 무엇과의 대결 상태, 문학은 하나의 방패였었는지 모른다. 싸움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래도 좋은가. 이래도 좋은가. 수없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면서 낫질도 도끼질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내부,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의 대결은, 그러나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날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0권 55쪽

 

 청백리 이부사댁의 후손이며 독립투사 '이동진'의 아들 '이상현'의 글쓰는 마음을 통해, 박경리 작가의 글쓰기를 보고, 저자는 앞으로 어떤 글쓰기를 해나갈지를 생각했다. 왜 쓰냐고, 왜 사냐는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라고 하는 저자,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ps  권, 쪽수는 마로니에북스 판본.

      나는 나남출판사 책을 가지고 있는데 찾아보니 페이지가 조금씩 차이가 났다.

 

yes 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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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긍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Arete | 2020.08.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전작 '나, 참 쓸모있는 인간 ' 에서 보여준 토지의 매력이 이 책에서도 연결된다. 박경리선생의 말이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져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왜 글을 쓰는가하는 근본 물음을 자신에게 던진다. 조지 오웰의 예를 들면서.그건 읽는 나에게 어떻게 사는가하고 묻는 거와 같다.'자신의 능력을 긍정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욕망하는 것이 첫 번째 긍정이라면 두번째 긍;
리뷰제목
전작 '나, 참 쓸모있는 인간 ' 에서 보여준 토지의 매력이 이 책에서도 연결된다.
박경리선생의 말이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져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왜 글을 쓰는가하는 근본 물음을 자신에게 던진다. 조지 오웰의 예를 들면서.
그건 읽는 나에게 어떻게 사는가하고 묻는 거와 같다.

'자신의 능력을 긍정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욕망하는 것이 첫 번째 긍정이라면
두번째 긍정은 그렇게 자신이 긍정하여 선택한 삶으로 야기되는 어떠한 결과도 긍정하는 것이다.'
그런 삶은 어느 누구도, 어떤 상황도 그를 불행하게 히지 못한다.

저자는 박경리를 카프카와 고병권으로 연결시킨다. 카프카는 조바심과 초조함을 큰 죄악이라고 했다.
해결을 원하는 조바심이 해결책이 아닌 어떤 것을 해결책으로 만들어 문제를 회피한다는 것이다.
철학한다는것은,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며, 지름길을 믿지않는다는 것이다(고병권)
철학은 삶의 정신적 우회다. 철학은 한마디로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철학은 공부, 삶의 태도로 바꿔도 된다며 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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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를 통해 만나는 책과 삶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olphia | 2020.08.0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박경리에서 다른 작가들로, 거기서 다시 우리로"저자는 박경리 선생이 생으로 벼리고 몸으로 가꿔온 언어의 숲에서귀한 문장들을 추려 이야기를 풀어간다.""또 박경리의 말이 카프카의 말, 조지 오웰의 말,아서 프랭크의 말 등으로 연결되고 굽이쳐서기어이 삶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은 읽는 기쁨을 안겨준다."표지에 써 있던 저 말들처럼, 이 책은 '박경리'라는 한 사람의 글과 말들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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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에서 다른 작가들로, 거기서 다시 우리로


"저자는 박경리 선생이 생으로 벼리고 몸으로 가꿔온 언어의 숲에서

귀한 문장들을 추려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박경리의 말이 카프카의 말, 조지 오웰의 말,

아서 프랭크의 말 등으로 연결되고 굽이쳐서

기어이 삶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은 읽는 기쁨을 안겨준다."


표지에 써 있던 저 말들처럼, 이 책은 '박경리'라는 한 사람의 글과 말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한다. '박경리의 말'이 저자 자신을 거치고 저자가 읽은 다른 작가들의 문학 세계와 생각들을 지나 다시 독자의 삶으로 파고든다. 그 연결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단순히 박경리 선생의 어록을 모아둔 책이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과거의 여러 문인들과 오늘날의 우리를 연결하는 책이라 좋았다. 한 명의 작가를 소재로 이렇듯 넓게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했다.



고통, 아픔, 질병, 재난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토지』, 17권 359쪽)

"우리 인간을 하나의 범주로 묶을 때 그 공통성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고통'입니다." (아서 프랭크, 『아픈 몸을 살다』, 봄날의책, 2017, 192~193쪽.)

"아서 프랭크는 질병의 가치는 나를 확인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심각한 병일수록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가, 삶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본책, 36쪽.)

"흔히 재난이 닥쳐오면 인간은 이기적으로 돌변하고, 극단적 상황에선 야만적인 모습으로 퇴보할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위급할 때 자기생존이 제일 절실한 건 당연하지만, 재난을 겪는 동안 특히 재난 이후에 놀랍게도 그와는 다른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는 겁니다." (본책, 43쪽.)


☞ 고통, 아픔, 질병. 요즘만큼 이 세 가지를 많이 생각하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질병. 질병 중에서도 특히 전염병. 신종 전염병인 코로나19로 전국, 아니 전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다. 단지 질병에 걸려 아프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오는 생존 문제까지 걱정해야 되는 시기다. 이런 때에 저 문장들을 보니 새삼스레 느껴졌다.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 방식을 발견하고, 서로를 돕고 연결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아의 발견과 세상을 보는 눈


"나는 어떤 '나'이고 싶은가." (본책, 54쪽.)

"지금껏 바라보던, 세상 모든 것들과 다시금 거리를 조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약간의 거리가 있는 것. 그리고 내게 가까운 것, 내게 먼 것. 이들과 내가 관계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달라져야 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나 자신이 중심이었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삼아, 가깝고 먼 것을 일렬로 나란히 세워두고 살펴봤으니까요. 그러나 노안이 왔다는 이유로, 세상과 나의 관계가 변했습니다. 내게 가깝고 멀다는 거리 감각이야 여전했지만, 더 이상 내 눈을 기준점으로 삼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내게 가까운 것이 흐릿해 보이고 어중간한 것들이 또렷해 보이는 상황이 마구잡이로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노화란, 나이 들어 세상과 다시 관계 맺으라는 신의 명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책, 58~59쪽.)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건, 눈앞만 바라보지 않는, 자기 집착을 벗어난, 멀리 보는 자의 조망입니다." (본책, 63쪽)


☞ 인간 사회는 노화를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이 문장을 보고 나니, 노화가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안에 대한 새로운 정의.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음을 시작한다. 새로운 관계 맺음은 언제나 어렵고 불편하다. 나이를 먹고 신체가 그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나와 내 몸, 그리고 내 몸과 세계의 새로운 관계 맺음. 



자아 수련, 공부


"카프카에 덧붙여 고병권은 이렇게 말합니다. "(...) 철학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것이다. 철학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의 정식적 우회다. 삶을 다시 씹어보는 것, 말 그대로 반추하는 것이다.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펴보는 것, 맹목이 아니라 통찰, 그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한마디로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고병권, 『철학자와 하녀』, 메디치, 2014, 28~30쪽.) 여기서 '철학'이라는 말은 '공부'로,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로 바꿔 읽어도 괜찮다 싶습니다. 무릇 공부한다는 것은 자기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것을 찬찬히 곱씹어가며 생각하는 일입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거나 무조건 봉합할 방도를 구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본책, 113쪽.) 

"'무조건 열심히'라는 말은 일단 접어두고,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는 저 말은 어떤가요. 박정태 선수는 시합의 승리도, 타율도, 타점 기록도 자신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궁극적 목표는 오로지 '매일의 연습량 자체'였다고 합니다." (본책, 147쪽.)

"안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이 어려워." (『토지』, 156쪽.)

"아버지가, 사람들이 끌려가고 식민지가 점점 더 옥죄어오는 상황입니다. 혼자 안온하게 공부한다는 괴로움도 있을 터이고, 더구나 그 공부가 아버지의 적이자 조선의 압제자인 일본에서 행해질 거라 하니 더 싫었을 겁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말합니다. 어렵지만 '하는 것'을 택하라고. 어쩌면 '환국'이 생각했던 공부는, 책을 보고 지식을 익히고 취직을 하는 등등의 범주에 속하는 그런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서희'가, 박경리 선생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공부는 그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 자신의 공부로부터 앎을 구하고 그 앎으로부터 조선과 자기 삶을 이끌 실천을 행하는 것이 될는지요." (본책, 162쪽.)



독서와 글쓰기


"그(문유석)는, 독서란 재미와 기쁨을 찾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 상상력과 재미, 그것이 인간 세계를 만든 근원이라는 거지요." (본책, 68~69쪽.)



취향의 확장

읽다 보니 기록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이 보여서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다 읽은 뒤에도 다시 정리하고 남겨 두고 싶어서 옮겨 적다 보니, 리뷰의 분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졌다.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덤으로 읽고 싶어지는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선물을 한 바구니 받은 느낌이다. 박경리 작가의 책들은 물론, 이 책에 인용된 저작들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읽어 나가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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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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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고 박경리 선생님 저작 연구에 대한 대가에 의해 고인의 문학 세계가 복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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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아들 | 2020.08.07
구매 평점4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토지]와 박경리선생을 생각하며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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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 2020.07.22
구매 평점5점
토지의 얼굴, 분의 보석같은 말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과 감동으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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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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