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속의 신학
예수의 자기천명(自己闡明) I AM [WHO I AM]에 관한 신학적 상상
복음서를 연구하는 이들은 신약전서 첫 세 복음서를, 공관복음서(共觀福音書)라고 하고, 요한복음서를 제4복음서(第四福音書)라고 하여, 요한복음서가 지닌 차별성을 강조한다. 예수의 행적에 대한 관점이 첫 세 복음서는 비슷한 데 반해, 요한복음서는 독특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신약의 첫 세 복음서 안에 예수의 행적이 다 같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요한복음에도 물론 같은 기록이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가 요한복음서 안에서는 관점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우리의 스토리텔러가 이미 언급하고 있지만, 요한복음서에 나타난 우리 주님의 화법을 맨 처음 히브리어로 들었던 청중은,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소개하실 때, 당신이 하나님임을 연상케 하는 하나님의 이름 양식(樣式)을 예수가 과감하게 사용하신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스토리텔러는 요한복음서를 이야기로 푸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예수의 이런 화법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우리 독자들이 스토리텔링에서도 신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출애굽기 3장 14절을 보면, 우리말 번역에서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묻는 모세에게,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당신의 이름을 말씀하신다(출 3:14a). 이것은 그리스어 칠십인역 ‘에고 에이미 호 온’(“I am THE BEING”)을 번역한 것이다. 히브리어 ‘에흐예 아셰르 에흐예’의 형식을 살려 번역하면, 현대 영어 번역에서 보듯이, 이 말은 “I AM WHO I AM”이다. “내가 바로 나”라는 말이다. 곧이어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백성에게 당신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도 일러주신다. “‘에흐예’(I AM)가 널 보냈다고 말하라”고(출 3:14b). ‘에흐예’는, 문법적 형식을 살려 번역하면, 현대 영어 번역에서 보듯이 “I AM”이다.
히브리어로 말하는 언중(言衆)치고, 누군들 일상 언어생활에서 ‘에흐예’(I am, “나는 ~이다”)라는 말을 안 쓰겠는가? 그러나 요한복음서 기자는 여러 곳에서 예수가 자신의 정체(正體)를 드러내실 때마다, 청중이 예수에게서 하나님의 이름 “I AM WHO I AM”을, 혹은 하나님의 이름 I AM을 연상하게 되는 표현을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기를 너희가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 하였노라 너희가 만일 ‘내가 그’(I Am Who I Am, TEV)인 줄 믿지 아니하면 너희 죄 가운데서 죽으리라”(개정, 요 8:24).
“너희가 인자를 든 후에 ‘내가 그’(I Am Who I Am, TEV)인 줄을 알고”(개정, 요 8:28).
“너희로 하여금 ‘내가 곧 나’(I Am Who I Am, TEV)임을 믿게 하려는 것이다.” (개정, 요 13:19).
‘내가 곧 나’(I Am Who I Am)라고 하는, 하나님 이름의 완전 형태 말고도, “‘에흐예’(I AM)가 널 보냈다고 말하라”고(출 3:14b) 말씀하신 것에서 보듯이, 단축형 ‘에흐예’(I AM)도 하나님의 이름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 화자(話者)인 예수가 어떤 억양으로 ‘에흐예’(I AM)를 말하셨을지 자못 궁금하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I am the bread of life,” TEV) (표준, 요 6:35)
“나는 세상의 빛이다” (“I am the light of the world,” TEV) (표준 요 8:12)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 (“Before Avraham came into being, ‘I AM’.” CJB, NAB, NKJ; ‘I Am’, NLT, TEV) (개정, 요 8:58)
“나는 양이 드나드는 문이다” (“I am the gate for the sheep,” TEV) (새번역, 요 10:7)
“나는 선한 목자다” (“I am the good shepherd,” TEV) (새번역, 요 10:11)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I am the resurrection and the life,” TEV) (개정, 요 11:25)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I am the way, the truth, and the life,” TEV) (개정, 요 14:6)
“나는 참포도나무요” (“I am the true vine,” TEV) (개정, 요 15:1).
번역들은 “I am”이라고 했지만, 듣는 이들에 따라서는 “I am”이 하나님의 이름 “I AM”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 민영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역임/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총무 역임/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컨설턴트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