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날로 커지던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자본시장과 투자자, 대기업과 경영자들은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언론과 전문가, 정치인들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의 지속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업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 p.31 「자본주의의 룰을 바꾸려는 투자자들」중에서
혹자는 아직까지도 기후변화, 사회적 인식 등 외부 요인의 변화가 심각해지니 어쩔 수 없이, 혹은 압력에 못 이겨 ESG 투자가 활성화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외부 요인이 자산보유자와 자산운용자의 태도 변화를 촉발했다는 건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시기건 항상 외부 요인의 변화는 있었다. 급격한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과 대응하는 개인을 살아남았던 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까지 저항했던 이들은 대부분 멸망하거나 퇴보의 길을 걸었다.
--- p.50 「ESG 투자란 무엇인가」중에서
‘너에게도, 나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현명하다거나 똑똑하다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착하다’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사회 제도의 차원이라면 사실 개인적인 선의는 그리 순순히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그 선의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그들의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인지가 더 중요하다.
--- p.96 「ESG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들」중에서
따라서 기업의 목적보다 ‘기업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누가 뭐라고 지시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움직인다면 그 이유는 명백하다. 기업의 목적이 이해관계자들의 인센티브와 합치하기에, 누가 간섭하지 않더라도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목적이 무엇이건, 제도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목적이 이해관계자들의 인센티브에 합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 p.140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그리고 ESG」중에서
특정 이해관계자가 일회성으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았거나 큰 기여를 한 상황이라면, 주주가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주주에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주식회사에서 주주는 기업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잔여재산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다. 자신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계약에 순응하라고 강요한다면, 주주는 그런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기업을 이루고 있는 계약들이 결국에는 모두 깨질 수도 있다.
--- p.171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그리고 ESG」중에서
ESG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중요한 ESG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산업마다 중요한 ESG 이슈는 분명 다르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이 전력 산업에서는 중요한 이슈지만, 금융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정 기업이 모든 ESG 이슈를 잘 해결하겠다고 덤벼든다면 ESG 등급은 잘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비해 실제 수익성 제고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 p.232 「실제 투자 프로세스 살펴보기」중에서
이처럼 생산방식과 에너지원의 변화 과정에서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 마련과 첨단 기술 확보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 변화는 지금까지의 어떤 변화보다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약간의 예외도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피할 방법이 없다. 변화에 성공해서 미래로 도약하는 기업이 되느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느냐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 p.272 「세계와 기업이 움직이고 있다」중에서
사회 영역에서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는 이유는 그 기업에 대한 소비자, 직원, 납품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지, 사회 구성원 전체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지, 사회 문제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없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규제라는 관점이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며, 잘 조율된 시스템으로 이어질 때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곧 기업 실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 p.289 「세계와 기업이 움직이고 있다」중에서
ESG 투자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단계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는 주주 자본주의 단계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연금 사회주의가 우려되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기관투자자와 기업들은 주주 및 다른 이해관계자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ESG 활동을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p.304 「세계와 기업이 움직이고 있다」중에서
전략이란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독특한 행동들을 잘 결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만들어내고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남다른’ ESG 활동들을 엮어낼수록 더 많은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들이 서로를 모방하게 되고 결국엔 모든 기업의 ESG 활동이 유사해진다. 모방과 제로섬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지면, ESG 활동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 p.329 「경영자를 위한 조언」중에서
머지않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하다가 ESG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100여 년 동안 혁신적 기술과 마케팅 역량으로 뛰어난 성과를 자랑했던 코닥이 디지털 기술에 의한 파괴적 혁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던 것을 기억하라. 파괴적 혁신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까지 포기하고 새로운 창업을 하는 각오로 남보다 먼저 혁신을 실행해야 한다.
--- p.339 「경영자를 위한 조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