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인증을 받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지역에 위치한다. 한반도는 선캄브리아시대부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걸친 긴 지질시대 암석이 분포하고, 아시아 대륙과 연결된 반도이다. 특히 한탄강 유역은 신생대 때 현무암질 용암을 대규모로 분출한 화산활동이 있었던 곳이다. 그 시기 한탄강 유역의 북쪽에서 지구 내부 100km의 깊은 곳에서 생겨난 마그마가 분출했다. ‘680m고지’와 ‘오리산’이라는 두 분화구에서 크게 세 차례 걸쳐서 분출한 많은 양의 용암이 한탄강 유역을 넓게 덮었다. 그로 인해 한탄강 유역의 원래 지형은 완전히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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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는 신생대 제4기에 들어와 평강, 백령도, 울릉도, 독도, 제주도, 길주-명천 지구대, 백두산 등에서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항공 사진과 지형도를 보면, 한탄강 유역을 넓게 덮고 있는 현무암은 북한 평강 지역의 680m고지와 오리산(453m)에서 용암이 분출하여 흘러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지역에서는 약 54만~12만 년전에 크게 세 번의 화산활동이 있었다. 그곳에서 분출한 용암은 점성이 매우 낮은 현무암질 용암이며, 분출량이 매우 많았다.
이 용암의 일부는 북쪽으로 흘렀으며, 대부분은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옛 한탄강을 메우며 약 100km 이상을 흘러내렸다. 이 책에서는 680m고지와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을 ‘한탄강 용암’이라고, 그 용암이 식으면서 굳은 암석을 ‘한탄강 현무암’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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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과 북쪽으로는 한탄강의 물줄기가 눈에 들어오고, 한탄강 양벽에서 한탄강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수직 절벽을 볼 수 있다. 한탄강 현무암의 하부에는 약 19억 년 전 선캄브리아시대 변성암인 편암 및 편마암과 3억 9000만 년에서 3억 400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미산층 이 분포한다. 이곳 하늘다리 아래를
흐르는 한탄강은 선캄브리아시대 지층과 고생대 지층 사이의 지질 경계를 따라 흐르고 있다.
이같이 하늘다리의 중간에 서서, 동쪽의 은장산과 서쪽의 종자산, 그리고 북쪽과 남쪽으로는 한탄강 현무암이 만든 한탄강 계곡을 볼 때, 우리는 한 장소에서 약 18억~19억 년 전, 3억 9000~3억 4000만 년 전, 약 8000만 년 전, 그리고 50만 년 전 등, 긴 지질시대 여행을 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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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은 지구 내부에서 녹은 물질이 밖으로 나오는 자연현상이다. 화산은 마그마가 분출하는 양상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한다. 그중 하나는 한탄강 용암을 분출한 화산처럼, 큰 폭발이 없이 마그마가 분화구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화산이다. 이런 화산을 ‘분출형噴出形’이라 한다. 다른 하나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많은 양의 가스와 화산재를 뿜어내는 것으로, 이런 화산을 ‘폭발형爆發形’이라 한다. 폭발형 화산의 대표적인 예로는 서기 79년 이탈리아 폼페이 도시를 화산재로 두껍게 뒤덮어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수비오화산이 있다. 지장산은 약 8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연천-철원분지 내에서 활동한 화산 때문에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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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바위’는 모양이 특이하여 오랫동안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고 하여 선봉바위, 풀무 모양이며 그곳에서 풀무질을 했다 하여 풀무산, 모양이 스님이 앉아 있다고 하여 좌살바위, 한국전쟁 당시에 많은 사람이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하여 자살바위 등 여러 이름이 붙었다. 그중 청산면 일원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은 ‘좌상바위’이다. 좌상은 궁평리 마을 좌측에 있는 커다란 형상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좌상바위는 청산면 일대를 오랫동안 수호해온 장승과 함께 궁평리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청산면 궁평리 삼거리에서 앞쪽에 있는 한탄강 궁신교 쪽을 바라보면 왼쪽에 좌상바위가 우뚝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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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평야에는 10세기 초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도읍지가 있었으며, 현재는 DMZ 안에 옛 태봉국 성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주변의 산악지대에는 한국전쟁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남아 있어,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 되고 있다.
또한 철원평야는 강원도 쌀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쌀 수확량이 많은 곡창지대이다. 이곳의 논과 밭은 주로 용암대지 위에 쌓인 충적층으로 토양은 점토질 비율이 높고, 유기물이 풍부한 비옥한 땅이다. 겨울에는 기온이 아주 낮아 해충이 서식하기 어렵고, 벼가 익을 무렵에는 기온의 일교차가 커서 품질이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황금색 들녘, 넓게 펼쳐진 철원평야를 내려다보면서 궁예는 어떤 태봉국의 미래를 설계했을까? 우리도 이곳 소이산에 올라 평강-철원평야를 바라보면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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