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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유서

밤의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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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10g | 123*188*20mm
ISBN13 9788925579900
ISBN10 892557990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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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류에 속한 한 사람일 뿐이었다. 바로 그러한 존재로서 오늘 밤 동안 글을 써 보려 한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부여한 마감은 이십사 시간이다.
--- p.14

미래지향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필히 우유부단한 태도를 동반한다. 결단을 내리지 못해 주저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는 의미다. 중요한 기회나 가능성을 눈앞에서 놓치기 싫어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 해도 좋겠다. 때문에 우리는 항상 좌우를 둘러본다.
--- p.37

동화라고 해서 모두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는 없다. 그 이면에는 어둑한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가끔은 바닥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어두운 심연이 자리하고 있을 때도 있다.
--- p.69

문득 내가 철새 떼와 정반대의 입장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내 삶은 비대칭적이며 완벽하지도 않다. 저 철새들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갈 때가 되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 p.98

하지만 그곳에서는 나의 몸과 영혼을 의지할 수 있는 어떠한 영원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친 영혼을 달랠 수 있을 만한 그 어떤 것도. 단지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탄생하고 죽음으로써 만들어 내는 광활한 우주의 불꽃 축제, 그리고 새로운 별들이 생성될 때 만들어 내는 우주의 먼지, 우주진뿐이었다.
--- p.104

이처럼 실패한 우주에 대해 상상하는 건 일리 있는 일이다. 그런 우주는 순식간에 소멸하거나 거대한 불모지로 남게 될 것이다. 우주는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빅뱅이 원자, 별, 또는 코끼리의 존재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며,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고뇌에 가득 찬 채 오두막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 p.113

금은 수십억 년 전에 있었던 초신성 폭발의 결과로 생긴 물질이다. 우리의 반지는 거대한 별이 폭발하고 소멸한 다음 생겨난 잔류물인 것이다. 우리는 그 옛날, 별이 파괴되며 남은 것으로 서로에게 속한다는 약속을 했다.
--- p.118

죽음을 선고받은 알버트가 방명록을 쓰면서 넘나들었던 간극의 정체, 진짜 나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정체도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자연과학적 이해, 혹은 객관적 이해를 넘어 ‘나’를 포함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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