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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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484g | 141*205*25mm |
ISBN13 | 9788967996420 |
ISBN10 | 896799642X |
발행일 | 2021년 1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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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484g | 141*205*25mm |
ISBN13 | 9788967996420 |
ISBN10 | 896799642X |
이몽룡과 겟 아웃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우주의 침입자 심 봉사와 이창 도깨비 감투와 X레이 눈의 사나이 |
얼마전 찬호께이 작가의 신작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인 잭과 콩나무, 푸른 수염 그리고 피리 부는 남자를 기초로 해서 거기에 사건을 만들고 자신만의 추리를 더해가는 독특한 형식의 장르 소설이었다. 분명 잭과 콩나무는 아는데 왜 그 아이가 살인을 저지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읽는 관점은 또 다르구나 하는 색다른 시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박해로 작가의 신전래특급도 그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춘향이와 이몽룡, 해와 달 그리고 흥부까지 전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총출동한다. 변사또가 춘향이를 향해서 수청을 들라고 강요하는 기본적인 전제조건까지 그대로 가져온다. 하지만 거기서 한번 비틀어 버린다. 분명 과거에 급제해서 당당하게 나타나야 할 이몽룡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설정이 생뚱맞다기보다는 유쾌함과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이야기만 비틀어 놓은 것이 아니다. 박해로 작가는 자신만의 도시인 섭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이 이야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전작들을 읽었다면 더욱 반가울 섭주의 배경 설정이 그러하다. 모든 호러는 섭주로 통한다는 식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섭주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곳이고 무서워하는 곳이자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그러기에 생활을 계속 되어야 하며 누군가는 나타나서 그 모든 것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강화도 꽃놀이 여행인 줄 알고 연인을 따라갔던 심청은 잘 알지도 못하는 문서에 간단히 이름을 쓴 행위가 채무 연대 보증인 줄도 몰랐다. (189p)
찬호께이의 책에서도 기본적인 골격은 하나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더해졌었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 속에 숨겨진 헨젤과 그레텔이라던가. 물론 그대로 적나라하게 다 드러내 놓고 보여주지는 않는다. 교묘하게 앙큼맞게 숨겨 놓은 이야기들이 존재했었다. 신전래특급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잡아 놓은 이야기는 존재하지만 그 속에는 익히 알고 있던 그래서 반가운 캐릭터들이 툭툭 드러나는 것이다. 가령 심청전의 심봉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집의 옆집에는 흥부가 산다. 심봉사와 흥부의 만남이라니 누구나 흥부와 놀부는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들의 만남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왜 우리는 이런 조합을 생각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왼쪽 집은 흥부 부부가 살아요. 제비가 그 집을 가끔 드나드는데 그걸로 사람들과 연락을 취한대요. 기예단 출신이거든요. 두번째 집은 혹부리영감이라는 분이 살아요. (164p)
이 이야기가 왠지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 동화들이 더 많을 것이며 나아가 찬호께이처럼 외국의 동화를 기반으로 우리만의 설정을 접해 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하이브리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한자를 바탕으로 한 작가 특유의 말장난도 눈길을 잡아끈다. 강지영 작가의 [신문물 검역소]를 참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그런 류의 박해로 월드가 펼쳐진다면 그것 또한 참 재미지겠다는 생각이다.
전래동화의 박해로 식 해석과 변주로 가득한 단편집이다. 기존의 상식을 가지고 이야기에 접근하면 낯익은 이야기의 낯선 변주를 마주하면서 어리둥절해진다. 한 편의 이야기 속에 원래 인물들 외에 다른 전래동화 속 인물이 같이 등장해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시 낯익은 이름 섭주를 만났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할 때만 해도 섭주가 등장할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 이제부터는 박해로 소설을 읽게 되면 섭주는 무조건 나온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전래동화에 호러, 판타지, SF 등을 섞고 패러디를 가미해 아주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이몽룡과 겟 아웃>이란 제목을 보고 주인공을 이몽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놀랍게도 변학도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허생전>의 허생을 조연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뒤섞고 비튼다. 변학도가 스스로 숫총각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우습지만 이 뒤틀린 이야기에서 숫총각은 숫처녀처럼 제물이 될 뿐이다. 가짜 암행어사와 진짜 암행어사가 등장하지만 기존과 다르게 흘러간다. 남원의 사또를 섭주 근처 초진포로 보내면서 생기는 기묘한 이야기는 괴이하고 서늘하지만 낯선 이름 때문에 익숙한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알던 성춘향과 이몽룡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읽으면서 소소한 웃음을 짓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우주의 침입자>는 SF 판타지를 전래동화 속에 녹여내었다. 이 이야기 속 조연은 장화 홍련 자매다. 햇님과 월녀의 부모는 천주교도였고, 장화 홍련의 아버지는 <귀경잡록>을 신봉하는 학자다. 둘은 모두 나라에서 금지하는 종교와 학문이다. 하늘에서 커다란 별똥별이 근처에서 떨어지는데 그 우주선에서 나온 외계인은 동물 등을 삼켜버린다. 처음에는 사슴이었고, 나중에는 호랑이까지. 그리고 오누이의 엄마까지 삼킨다. 재밌는 점은 삼킨 존재들의 이성이 아직 남아 있고, 그 모습이 삼킨 동물들의 외형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귀경잡록> 이야기를 살짝 넣어 작가의 다른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마지막 장면은 우주인 음모론과 닮았고, 우리가 아는 전래동화가 어떻게 순화되었는지 살짝 알려준다.
<심 봉사와 이창>은 <심청전>과 영화 <이창>을 엮었다. 주연으로 심 봉사를 내세워 영화 <이창> 속 주인공 역할을 맡겼다. 대신 눈이 아닌 봉사의 예민한 눈을 내세웠다. 여기에 또 끼어든 전래동화는 <흥부전>과 <혹부리 영감>이다. 조선 말기 이양선이 나타나고, 이 배를 탄 인물들이 사라진다. 검은 배와 하얀 배로 나누어지는데 이 정체가 나중에 밝혀진다. 심청이 사라진 후 한강변에 기이하게 죽은 여자 시체가 나타난다. 피가 빨리고 내장이 사라진 채로 발견된다. 피만 생각하면 흡혈귀인데 내장까지 사라져 누군지 궁금하다. 이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는 인물이 귀 밝은 심 봉사다. 옆집에 사는 흥부와 혹부리 영감의 소근거리는 이야기를 듣고 청이와 친한 다모에게 말한다. 실제 해결은 심 봉사가 그 존재와 마주한 후다. 낯익은 호러의 해결방식이다.
<도깨비 감투와 X레이 눈의 사나이>는 도깨비 감투의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었다. 몸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X레이처럼 사물의 속을 보는 것이다. 이런 기능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데 작가는 땅속에 있는 물건들을 도굴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리고 여기에 오래 전 이 마을에서 벌어진 민란을 엮고, 이 감투의 숨겨진 기능을 하나 더 묶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감투를 쓴 채 사람들을 보면서 해골만 보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섬뜩하면서도 재밌는 장면이다. “내 다리 내놔!”와 “금 도끼가 니 도끼냐?” 같은 낯익은 대사를 넣어 재미난 패러디를 보여준다. 최근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비튼 소설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작품도 그런 종류 중 하나다. 전래동화의 새로운 변주 가능성을 재밌게 잘 보여준 단편집이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전래 동화. 권선징악의 상징과도 같아서 아이들에겐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야말로 교과서 같은 이야기들의 결정체. 그러나 그속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잔혹하고 부당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만나 본 『新 전래특급』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래동화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흥미를 자아낸다.
총 4개의 작품이 나오는데 기존의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먼저 「이몽룡과 겟 아웃」은 춘향이가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는 것이나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나타나 변사또를 벌한다는 것은 같지만 사실은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아니라 사이비 교주라는 완전한 변주곡을 선보인다.
게다가 진짜 암행어사의 등장과 그 과정에서 좌천되었던 변사또가 이몽룡을 행방을 쫓아 그를 잡아들이는 것은 물론 춘향이까지 차지하겠다는 놀라운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연 어딘가 모르게 변사또가 주인공 같은 느낌도 든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우주의 침입자」는 정말 제목만 전래동화일 뿐 내용면에서는 가장 파격적일 수도 있는데 이들 오누이이 가족이 산속에 살게 된 과정, 어머니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를 구해주는 사람이 장화 홍련 자매라든가, 여기에 이 자매의 집안에 얽힌 이야기까지 놀랍도록 상상초월의 흐름을 보인다. 그런데 재미난 포인트는 깨알같이 원작(?)의 호랑이는 등장시킨다는 사실.
「심 봉사와 이창」은 마치 미스터리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뭔가 순종적인 심청의 모습보다는 당찬 모습이 그려지는데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듯하나 한양에 온 이후 행적이 묘연해져버리며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몰입하게 만든다.
「도깨비 감투와 X레이 눈의 사나이」는 환상소설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데 원작에서 큰 역할을 하는 개암 열매는 역시나 등장하고 감투도 등장하지만 세부적인 이야기에서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전혀 다른 역할로 등장하기도 하고 주변 상황이 변하기도 하고 또 주요 골격은 그대로지만 전혀 다른 스토리의 전개를 보이기도 하면서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