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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의 문으로

상아의 문으로

리뷰 총점9.5 리뷰 21건 | 판매지수 834
베스트
소설/시/희곡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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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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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234g | 120*188*12mm
ISBN13 9788932039251
ISBN10 8932039259

이 상품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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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경계를 지우고 세계를 그리는 문장들] 구병모 장편소설. 꿈과 현실, 너와 나의 구분을 지우는 문장들, 그 사이에서 불현듯 나타나고 사라지는 의미와 생각들이 경계 지을 수 없는 이 세계와 우리의 매 순간을 색다르게 그린다.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읽는 이 문장 뿐, 어떤 해석도 예측도 없이 여기에 사로잡힌 채 그저 한걸음 딛는다. -소설M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버스 창에 머리를 기대고 전화기를 열어 검색창을 띄운다. 환각 증상, 환각 현상, 환각을 봅니다, 환청이 들립니다, 몸이 붕 떠요, 환시, 환촉, 환취, 환미 등을 입력하여 여러 가지 결과를 참고하고 오(誤)기억이나 위(僞)기억은 물론 뮌하우젠 증후군이며 백주몽(白晝夢) 항목도 검토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현병에 대한 설명과 치료 과정에 대한 명료한 안내 및 완곡하고도 간곡한 권유로 이루어진 문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끔 문학과 영화, 미술 등 예술가적 집착과 광기의 산물들에 관련되어 제시되는 설명도 있는데 화면에 나타난 영화나 명화는 어쩐지 진여가 처음 보는, 그보다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진여는 자신의 검색어를 잊거나 검색 결과가 나타난 웹 페이지를 해독할 수 없게 된다.
--- p.17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그것은 모두가 직접 거둔 호밀로 빵을 굽고 꺼져가는 호롱불 밑에서 베틀로 옷감을 짜던 시대로 귀환하여 최소한의 삶을 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그 같은 분위기는 위기감만으로는 자연스레 형성되거나 정착하지 않으며, 폭력 혁명에 준하는 행위를 동원하여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기꺼이 가난해지고 소박해지자는 집정자들의 강경한 메시지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라면 우리는 건강하고 창의적인 삶에 대한 기준을 지금부터 과감히 바꾸는 수밖에 없고, 일련의 현상을 상시 역설수면 상태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한편, 눈앞에 출몰하는 모든 비논리적인 사태들을 일상으로 수용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 p.29

생과 사를 한 문장 안에 담보한 보통의 인간으로, 살아 있지도 죽어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에 놓이자 진여는 오히려 정신이 명료해지고 이번에는 어떤 오류도 착각도 없이 녹색 선의 H 역에 내려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서 몸을 돌린다. 깨어 있거나 꿈을 꾸거나 꿈꾸지 않고 잠들었거나, 또는 그 어느 쪽도 아니면서 그 모든 것을 동시에 구현한 상태로, 죽어 없어진 모습으로 삶을 살기 위하여.
--- p.56

실제로 치명률이 높은 전염병이 돌 때도 노동자들은 자본가의 눈치를 보느니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기를 선택하는 환경에서, 고작 꿈을 이유로 휴가를 낸다면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칠 뿐이며, 한편 꿈 증상이 경미하여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정받은 이가 고의로 연휴에 붙여서 유급휴가를 내는 사례도 있으니 어느 쪽이든 부작용은 작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 행동이나 불안 요소를 제때 보고하지 않고 자기 관리에 실패한 직원은 과연 다음번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p.77

진여는 누구의 진로도 방해할 뜻이 없었고 누구의 발목도 잡고 싶지 않았으며 매 순간 눈앞에 존재하는 것을 성실하게 직시한 게 잘못인가 싶은데, 그걸 마주 바라봄 없이 혼자 들여다본들 무슨 소용이냐고, 마주침이나 조율과 교환을 동반하지 않은 일방적인 응시란 자기만족 아니냐고, 그토록 눈이 많은 자의 눈을 한 번이라도 마주해본 적 있느냐고?
--- p.140

이에 처음에는 구성원들이 증상자에게 각별히 신경 써주고 편의를 봐주는 듯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과 파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간주하는 일상 영역에서의 배려에 한하며, 간혹 드물게 중요한 평가 고사에 입실하지 못한 증상자에게는 사정이 딱하지만 재시험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 p.1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현실과 비현실, 이곳과 저곳, 이것과 저것, 끝내는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는 지경에 대해 이토록 집요한 소설을 나는 보지 못했다.
이장욱(소설가)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요약할 수 없는 글, 그러니까 메시지를 섬멸한, 어긋난, 바로 엊그제의 일, 눈 깜짝할 사이, 어쩌면 1년에 관한 글.
조재룡(문학평론가)

꿈과 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도시
현실을 가격하는 꿈 증상의 시작


이 증상이 시작된 뒤로는 매 순간이 직전 순간에 대한 분석과 다음 순간에 대한 예기(豫期)의 도구가 되며 그 행위는 종결되지 않을 것이다. 들여다본 거울 안에는 뒤편의 수건걸이에 비뚜로 걸린 붉은 수건이 영원히 교차되지 않는 건널목의 신호처럼 비칠 뿐 진여 자신의 상은 찾아볼 수 없으며, 이제 그런 모습에……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데 익숙해진 진여는 수도꼭지를 돌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양손에 물을 받아 역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나 통상 얼굴이 붙어 있으리라고 여겨지는 자리를 향해 물을 던지듯이 하여 씻는데 이 같은 동작과 얼굴에 닿는 찬물의 감각이 진여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p. 10)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할 때에 차가운 물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보통 ‘나’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상아의 문으로』에서는 이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거울 안에서 ‘진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얼굴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 습관적으로 물을 끼얹는다. 얼굴이 있을 거라 짐작되는 곳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각만이 ‘내’가 있다,라는 것을 감지하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는 이처럼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상황을 “증상”이라고 부른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된 이 ‘증상’은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잠에서 깬 것도 아닌 상태를 만들면서, 꿈이 “무시로 현실의 급소를 가격”(p. 199)하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공간이 됐다기보다는, 그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p. 29) 공간으로서의 도시에서 하나하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거나, 일관된 논리를 생성하는 일 따위는 들어설 수 없다. 고정되지 않는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이러한 사태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주에 속해 있었을지 모른다고 받아들임으로써”(p. 32) 서로의 모습이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부터 의심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계속해서 읽게 되는 것 역시 하나의 고정된 목표점이나 지향점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기보다는, 거울에조차 비치지 않고 실체도 불분명한 ‘진여’의 눈앞의 사태, 액체처럼 모든 것의 경계를 지우며 순간에 충실한 문장들일 것이다.

일상과 질서가 파괴된 세상 속
비연속적으로 단절된 순간을 만들어내는 문장


볼품없어 보이는 반복이야말로 의외로 유일한 진실일 때가 있지요. 의미는 인식의 기착지가 될지는 몰라도 종착지는 되지 않습니다. 때로 의미가 두드러져 보이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것이 허상임을 알 때 인식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미에 있지 않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그 무엇에 집착하고 무엇인지 모를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191)

“규정되지 않는 미래”와 “고착되지 않은 과거”(p. 33) 사이에 수많은 가능성들이 열리기 마련이고, 이 가능성을 품은 채 ‘진여’는 예측할 수 없는 현재를 살아낸다. 어디로 출근하는지 알 수 없지만 늘 그렇듯 출근을 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타던 대로 열차에 오른다. 분명 어제는 학교 선생님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학생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놀랄 것은 없다. 과거에 일어난 사태는 오늘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일관된 질서를 생성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능한 이야기일 뿐, 일상도 질서도 파괴된 등장인물 ‘진여’에게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우리는 끝내 ‘진여’라는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읽는 일이, 진여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의 실체를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일이 바로 뒤 문장에 의해 해체되고, 그다음 문장에 의해 무력화된다. 소설은 계속해서 확실하게 말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지우며 파편화된 순간의 사태에 몰두한다. 믿어왔던 것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어제와 오늘, ‘너’와 ‘나’를 구분할 수 없도록 집요하게 몰아가는 구병모의 문장들을 그저 묵묵히 따라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우리가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책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이 책 밖의 질서가 갖춰진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상식인 것은 아닐까. 거울 속에 비치지 않는 존재 ‘진여’를 좇아가는 일은 의미를 찾겠다는 일반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앞선 인용했던 문장을 다시 한번 옮겨 적어본다.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요약할 수 없는 글, 그러니까 메시지를 섬멸한, [……] 문장들이다”(조재룡 문학평론가). 지금 읽고 있는 문장만이 그다음 문장을 불러오는 출구 없는 미궁을 헤치며 페이지를 넘길 때 비로소 구병모 작가가 열어 보이는 새로운 독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원리뷰 (21건) 리뷰 총점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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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상아의 문으로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21.12.12 | 추천10 | 댓글6 리뷰제목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가능하면 구입해 읽는다. 이번에 구병모 작가의 신작이 나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두껍지 않아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고, 나는 뜨~~~~아 했다. 이게 뭔가, 나는 책을 읽는 것인가 아니면 글자를 읽는 것인가, 글을 읽기는 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문장은 간결하고 짧아야 한다고;
리뷰제목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가능하면 구입해 읽는다. 이번에 구병모 작가의 신작이 나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두껍지 않아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고, 나는 뜨~~~~아 했다. 이게 뭔가, 나는 책을 읽는 것인가 아니면 글자를 읽는 것인가, 글을 읽기는 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문장은 간결하고 짧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 책은 문장이 밀가루처럼 늘어진다. 문장 안에서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것 같고, 책을 읽지만 뭘 읽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소개하는 예스 사이트에는 책 제목에 대해 언급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등장하는 상아로 만든 문 그리고 뿔로 만든 문. 여기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고 한다. 상아의 문으로 들어간 꿈은 거짓된 꿈, 뿔로 만든 문으로 들어간 꿈은 진실. 두 개의 문 중 책은 상아의 문으로 향해 간다고 했으니 이 책의 내용은 결국 거짓이라는 걸까? 내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내가 꿈을 꾸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의 줄거리를 알 수 없었고, 문장을 읽었지만 문장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만약 문장을,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이 책의 의도라면 의도대로 된 거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어서 나오자 마자 구매했고 읽었는데... 이 난해함을 어떻게 할까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더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바라봐야 할까? ‘이야기가 아니다. 요약할 수 없는 글. 쓸 수도 없고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허공에 떠올라라고 책 뒤편에 평론가가 말했다. 맞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글자들이 허공에 떠올라 뭘 읽었는지 알 수 없는 책.

 

꿈이 지속된다는 것은 잠이 이어진다는 것이고 잠이 이어진다는 것은 죽음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죽음이라니. 죽음은 종말인데, 종말에 종말이 오지 않는 아이러니. (181)

우선 당신이 누구도 아니며 아무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그걸 넘어서 누구라든지 아무라든지 그 자체에 의미를 두지 마세요. (190)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6
구매 상아의 문으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t*********0 | 2022.01.21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구병모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책으로 고른 게 하필 상아의 문으로, 라니. 여러 의미에서 낭패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누워 잠자고 있고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꿈으로 꾸고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 우리가 깨어나 있으면서 생시에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지를 어떤 이가 물어올 경우, 어느 쪽인지를 입증할 증거가 뭐가 있겠느냐는 말일세.';
리뷰제목

구병모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책으로 고른 게 하필 상아의 문으로, 라니. 여러 의미에서 낭패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누워 잠자고 있고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꿈으로 꾸고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 우리가 깨어나 있으면서 생시에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지를 어떤 이가 물어올 경우, 어느 쪽인지를 입증할 증거가 뭐가 있겠느냐는 말일세.'

책의 서문에 인용된 플라톤의 말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책의 주인공인 진여(그런데 과연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는 꿈과 현실의 모호해지는 경계 사이에 서 있다. 지금 겪고 있는 일이 현실의 일인지 꿈 속의 일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 그 속에서 진여 자신의 정체성 또한 모호해지는데,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학생이 되어 학교에 가고, 그 학교에서는 체육 선생이 되기도 한다. 진여는 꿈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다방으로 노력하지만 늘 허사다.

이 혼돈 속에서 진여는 매일 이렇게 생각하며 눈 뜨지 않았을까.

나는 누굴까. 내가 나를 나라고 지칭해도 되는 건가.

무기를 통해 알게 된, 자신은 한낱 꿈 속 바이러스에 불과하고 실재하지 않고 자신이 누군지를 말할 수조차 없다는, 그러니까 결국 어디에서든 '아무'도 되지 못한다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진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고 우선 부정하려 들지만 사실은 바로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은 '아무' 존재도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만 자신을 둘러싼 모든 피로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역설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구병모 작가의 상아의 문으로는 적어도 독자의 입장에선 굉장히 불친절한 책이다. 한 문장의 호흡이 굉장히 길고 그런 문장들이 쉴 틈 없이 밀려든다. 그것을 느리게 읽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문장을 끝맺는 온점에 도착하면 그때까지 읽어내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그 문장의 첫 머리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이 얇은 책을 그런 식으로 아주 느리고 불편하게 읽었다. 그런데 문장뿐 아니라 문단 또한 길어서 책은 전반적으로 여백이랄 게 거의 없다. 책을 넘길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숨 막히는 문장과 문단...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읽는 나까지 덩달아 헤맬 때가 많았다. 어쩌면 작가가 이런 부분을 노리고 구성을 이렇게 꽉꽉(이라는 표현이 정말 알맞음) 채운 게 아닐지?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간 정갈한 서사와 캐릭터에 입맛을 들여왔던 나는,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마지막 한 페이지를 넘겼을 때 느꼈던 "유레카!"의 감각을 쉽게 잊을 순 없을 듯하다. 이 작가의 또다른 책을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듯.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포토리뷰 우린 실존하는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밀**재 | 2021.12.3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좋은 꿈 꾸세요'라는 말이 더 이상 인사말이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잔다는 행위는 희소성을 얻고, 불면은 당연함을 획득했다. 잠들지 못하는 사회에서, 꿈은 설 자리를 잃어 현실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다가도 갑자기 전원을 꺼버린 듯 주저앉아 꿈속을 헤매고 실존을 잃어버리는 병. '꿈증상' 이란 새로운 질병은 바이러스처럼 사회에 퍼져 나갔다. 꿈이 현실에 침;
리뷰제목
'좋은 꿈 꾸세요'라는 말이 더 이상 인사말이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잔다는 행위는 희소성을 얻고, 불면은 당연함을 획득했다.

잠들지 못하는 사회에서, 꿈은 설 자리를 잃어 현실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다가도 갑자기 전원을 꺼버린 듯 주저앉아 꿈속을 헤매고 실존을 잃어버리는 병. '꿈증상' 이란 새로운 질병은 바이러스처럼 사회에 퍼져 나갔다.

꿈이 현실에 침투하는 비상식적 혼돈의 세계는 비현실적인듯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소름 끼치게 닮아있다.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의 작은 책상에 앉아 누구의 꿈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걸까.

그렇게 하루 종일 나를 잃어버렸다가, 늦은 밤에 잠을 포로 삼아 나를 조우해야만, 의미 없는 핸드폰이라도 진짜 내 시간을 소비했다는 위안을 수면제 삼아야만 겨우 잠이 들 수 있다.

그리곤 이른 새벽에 반은 잠든 몸을 진한 커피로 일으켜 세워 인위적인 각성 상태로 살아간다. 우리야말로 꿈속을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문장은 몽환적을 넘어 환각적이고 혼란과 혼돈 그 자체였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디자인한 문장들'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분리될 듯 길게 이어졌다. 어지럽고 흐릿한 문장들은 독자들을 꿈속으로 끌고 들어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린 실존하고 있는가.
부재와 실재를 구분할 수 있는가.
우리는 충분히 각성 상태로 살아가는가.
구병모 작가는 그렇게 묻는 듯했다.

'각성하지 않은 삶은 실존을 빼앗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24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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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미쳤다... 믿고보는 구병모님이죠 바로 구매
7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7
e*********e | 2021.11.24
구매 평점5점
한 줄만으로 압도하는 작가님 특유의 문체를 사랑합니다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k********7 | 2021.11.29
구매 평점5점
사랑해요 구병모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R****3 |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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