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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탐험대

흉가탐험대

: 양심이 깨어나는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93이동
리뷰 총점9.6 리뷰 36건 | 판매지수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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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24g | 140*205*12mm
ISBN13 9788954447881
ISBN10 895444788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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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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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일이 우리 학교 아이에게 일어났다는 것을 신기해할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별일 아닌 듯 받아들이면서도, 그리고 해초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걱정하면서도 뒤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저희끼리 개인톡으로 그날 밤 일을 숙덕거렸다. 그 일 때문에 해초가 가출한 거라고 그날 밤 일을 꺼내 들었다. 해초가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올 건지 내기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큰 목소리로 말할 때는 안타까워했다. 내 아이 일 같다면서 슬퍼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낮추고 하는 말은 달랐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고 내리던 그 일이, 다들 흔하디흔한 일이라고 여겼던 그 일이 해초를 죽게 했다.
--- p.38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날 밤 기억을 더듬었다.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와서 문 옆 옷걸이에 걸려 있던 수건을 썼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수건이 보였다면 당연히 빗물을 닦았을 거다.
해초는 물을 가지러 주방에 갔다가 누군가 주방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때 누군가 잠깐 밖으로 나와서 뭔가를 좀 도와달라고 했단다. 해초는 그 사람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캠프와 관련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된 거다.
“머리 감았었니?”
나는 얼른 대답할 수 없었다. 머리를 감았다고 거짓말을 하자니 찜찜했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를 감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럼 왜 머리가 젖어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그날 밤 있었던 일을 털어놓을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럼 왜 그때 가만있었니? 그때 네가 소리라도 질러 주었으면,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으면 해초는 괜찮았을 텐데.’
나는 원망을 한 몸에 받게 될 거다. 해초의 죽음이 모두 내 탓이 될 수도 있다. 겁이 덜컥 났다.
“저도 머리가 아팠거든요. 그래서 머리를 감았어요.”
나는 거짓말하는 쪽을 택했다.
--- p.79~80

엄마는 경찰 앞에 서자마자 얼굴부터 찡그렸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해초 부모님 입장을 생각하셔서 조금만 이해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여태 그래 왔잖아요? 부르면 달려와서 협조했잖아요. 며칠 뒤면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그것도 중3이에요. 중3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아세요? 물론 해초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안타깝지만 다른 아이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가만 놔두어도 충격을 받아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든데 자꾸 이런 식으로 들쑤시면 곤란하다는 뜻이에요.”
엄마 말에 경찰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중3 중요한 시기죠. 저희 딸도 이제 중3이 되거든요. 그래서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말입니다. 살아 있는 아이들은 힘들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지나간 시간은 잊게 되죠. 물론 가끔은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도 있고, 그 점에 대해서는 저희가 조심하고 있고 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수 학생과 함께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웃고 떠들고 밥을 먹었던 해초는 영원히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합니다.”
--- p.114~115

“영혼은 정말 존재하는 건가요?”
나는 돌아가는 닥터쌩에게 물었다.
“너는 아직도 그걸 의심하고 있는 거니? 대답할 가치도 없어서 노코멘트다. 아 참, 내가 왜 마음이 변했는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내가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말했잖니? 당연히 신고해야지. 하지만 말이다, 신고한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날 밤 범인이 잡힌다고 치고 어느 정도의 벌을 받을까 생각했다는 뜻이야.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겠지. 아이는 죽었는데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을 테니까. 그 생각을 하니까 정수리에 확 불이 붙는 거 같더라. 나, 진짜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거야. 그러니까 비밀은 꼭 지켜.”
“해초가 죽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요? 왜요? 해초는 그날 밤 범인 때문에 죽은 거예요.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죠.”
서린이가 팔짝 뛰었다.
--- p.151~152

서린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수민이를 쏘아봤다.
“너는 양심의 가책 같은 거 안 느끼니? 무슨 양심의 가책이냐고는 묻지 마. 그건 닥터쌩을 처음 만나러 가던 날 네 입에서 나왔으니까. 그래, 좋아. 결국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수 있어. 우리가 대단하다고 여기고 무서워서 입 다물고 있었던 일도 별거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말해야 하지 않냐? 끝까지 입 다물고 있지 말고. 파도가 되지 못해도 물결이 되지 못해도, 그래도 돌을 던졌다는 표는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좋아, 나도 큰소리칠 입장은 못 돼. 해초가 나에게 이걸 주고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입 딱 다물고 있었을 테니까.”
서린이가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아마 도수도 마찬가지일 거야. 해초가 알면서도 모른 척해 주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입을 다물고 있었을 수도.”
맞는 말이긴 한데 왜 나까지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나 그만 가도 되는 거지?”
수민이가 일어났다.
“돌을 던지는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 정면에서 던지기, 뒤에서 던지기, 좌측에서 던지기, 우측에서 던지기. 남들이 잘 보이는 곳에서 던지기,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던지기.
--- 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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