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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510g | 137*197*29mm
ISBN13 9788934980186
ISBN10 893498018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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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난 그 말 싫어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해도, 사람이 쓴 것 중에 논픽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눈에 보이는 픽션이 있을 뿐이죠. 눈에 보이는 것조차 거짓말을 해요. 귀에 들리는 것도, 손에 만져지는 것도. 존재하는 허구와 존재하지 않는 허구,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해요.
--- p.22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죄인가.
부모든, 자식이든, 형제든,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그게 나쁜 일인가? 이해할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체념하는 것도 일종의 이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용서하지 않거든요. 모르겠다고 괴롭히고, 정체를 알 수 없다, 설득이 안 먹힌다고 공격합니다. 뭐든지 간략화, 매뉴얼화됩니다. 화를 내는 이유가 ‘이해할 수 없다’일 때가 많아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는 쪽이 훨씬 적지 않나요? 이해했다고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죠.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보는데, 잘못된 생각일까요.
--- p.200

그 무렵에는 사건의 진상에 대한 관심보다 내가 그 메모지를 봤다는 걸 남들이 안 믿어준다는 데 대한 불만이 더 컸던 것 같군요. 그 메모지가 형의 결백을 입증해준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안 미쳤어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역시 확신이 들어요.
역시 형은 누명을 쓴 거라고.
진범? 틀림없이 여자예요.
--- p.257

저는 사건이 종결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유감입니다, 라고만 했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 그 여자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전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종이학을 쥐여줬습니다. 연못에 내려앉은 학이 수면에 비친 것처럼 한 쌍이 마주 붙은 ‘꿈이 찾아드는 길’이라는 종이학입니다. 또 한 사람의 생존자한테도 드렸습니다.
그렇게 설명했더니, 그 여자는 종이학을 손으로 만져보더군요.
그리고 나지막이 웃었어요.
형사님, 저희 이 학하고 비슷하네요.
그 여자는 갑자기 말했습니다.
왜죠?
저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글쎄요,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여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얼마 동안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대단히 중요한 말을 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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