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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징검다리

천국의 징검다리

김무경 | 북랩 | 2022년 03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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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64g | 148*210*11mm
ISBN13 9791168362147
ISBN10 116836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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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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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시한부였지만 5년을 잘 버텨주었는데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졌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것도, 안전 대를 잡고 일어나는 것도, 휠체어에 앉는 것도, 혼자 식사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악화가 되었습니다. 직원들이 밥을 먹이는데 넘기지를 못하고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의료시설이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며칠 동안 그와 대화를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성경을 200독 하고 믿음으로 기도하고 죽음을 이길 줄 알았던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만나러 천국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그가 아니었습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곧 병원 가서 그 신약을 처방받고 호전되기를 바랐습니다. 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 바보짓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주님께서 평안하게 안아 주시라고 기도하는데 잡은 손을 뿌리쳤습니다.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국을 준비하며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소망, 그것은 가짜였습니다. 그는 이 땅에서 더 살고 싶어 했습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천국 설교로 사기를 쳤다고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천국 가자고 하면 모두가 아멘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죽기는 싫었던 것입니다. 얼마 후에 요양병원을 방문했는데 이름을 불러도 몰랐고, 아예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3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천국은 먼저 내 마음에 있어야 저 천국도 있는 것입니다.
--- p.40, 「천국에서 만나보자」 중에서

또 한 방은 화약고입니다. 한 분은 성격이 불같고 샘이 많고 욕심이 많은 분이고, 한 분은 이곳에 오기 전에 명복名卜으로 소문난 분이라 대가 좀 세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늘 부딪힙니다. 직원들이 이들의 갈등에 개입하여 화해를 시도해 보지만 번번이 직원들이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말다툼을 벌이다가 직원들이 알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똘똘 뭉치는 것입니다. 당신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이좋게 잘 지내는데 별일도 아닌데 왜 직원들이 개입하느냐고 정색하는데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싸우면서 크는 것도 맞지만 노인은 싸우면서 늙는다고 하는 게 씁쓸합니다. 한편으로 생각이 드는 게 서로의 주장을 펼치다가도 서로 화해하고 언니, 동생 하면서 생활한다는 것은 아직도 힘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분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이분들의 싸움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요즘은 세 분의 점쟁이 할머니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p.107, 「노인은 싸우면서 산다」 중에서

어느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 인권침해로 인하여 폐쇄되면서 발달장애심한 자폐인이 전원 조치로 입소했습니다. 이제 30대 초반, 전 시설 폭력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입소 후에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큰소리로 뭐라고 하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앉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10여 년 그곳에 있으면서 얼마나 폭력을 당했으면 저럴까 싶은 생각에 정말로 화나 치밀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일단은 어떤 행동에도 무릎을 꿇지 않게 하고 그런 행동이 나오면 무조건 ‘양반다리’로 앉도록 가르치라고 했더니 직원들이 ‘아빠 다리로 앉으세요’라고 하면 그렇게 앉았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손짓을 보고 눈을 질끈 감는 것도 못 하도록 절대로 팔을 들어 올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했더니 많이 고쳐졌습니다. 일단은 내가 손을 올려서 얼굴을 만져도 웃기만 하고 눈을 감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이 친구도 식탐은 대단했습니다. 다른 거주인들과 도저히 식사를 같이할 수가 없어서 생활실에서 따로 제공하고 있는데, 생활실 냉장고를 열고 우유를 꺼내서 순식간에 6개씩 마십니다. 그래서 어르신 방 잠금장치를 하게 됐고, 수돗물도 배가 터지도록 마시기 때문에 화장실 수도도 잠글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다용도실에 먹거리가 있는 것을 알고 그 문을 부수시기도 했습니다. 키가 185㎝이다 보니 나를 꼭 잡고 냉장고 문을 열라고 하면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 얼굴은 천사입니다. 웃을 때 보면 악이 하나도 없는 천사 같습니다. 건강하게 아프지 말기를 기도합니다.
--- p.166, 「아빠 다리로 앉으세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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