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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가 정말 싫어

나는 개가 정말 싫어

: 어쩌다 집사가 되었지 말입니다

이푸른 글 / 남산 그림 | 틈새의시간 | 2022년 03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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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30*190*20mm
ISBN13 9791197032554
ISBN10 11970325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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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지고 뒤진 끝에 우리는 강원도의 인기 휴양지 고성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펜션을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알려주고는 끝에 이렇게 덧붙였어요. “개는 데려오면 안 되는 거 아시죠?” 헉. 천장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우리는 진정 떨어져야 하는 운명인가요? 슬퍼하는 제 모습을 본 아빠가 갑자기 의기양양하게 외쳤습니다. “나한테 생각이 있어. 일단 데리고 가자.” 아빠는 며칠 내내 베란다에서 뭔가를 만들었습니다. “아빠 뭐 해?” “비밀!” 아빠의 비밀스런 작업은 고성으로 휴가를 떠날 때까지 계속됐어요. 드디어 출발일. 아빠는 베란다에서 웬 커다란 나무 박스를 끙끙대며 끌고 나왔어요. 뚜껑까지 달린 대형 박스였죠. 그런데 크기가 딱……. 그제야 저는 박스의 정체를 눈치챘답니다. --- 「아빠에겐 다 계획이 있었구나」 중에서

쫄래쫄래 아빠와 공실이를 따라 뒷산에 올랐습니다. 공실이는 끈이 풀리자마자 쏜살같이 산비탈로 내려갔습니다. 아빠와 저는 잠깐 한숨을 돌리던 차였는데, 뭔가 쌔한 느낌에 공실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려보았습니다. 역시나, 공실이가 또 사라진 거예요. 애타게 불렀는데도 공실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아빠가 산비탈을 내려갔습니다. “아빠! 저기!!” 아빠를 따라가며 두리번거리던 제 시야에 인절미가 포착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뒷산은 작업을 중단한 흉물스러운 공사장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하필 공실이가 그리로 달려가 울타리 아래로 몸을 구겨 넣고 있지 뭐예요? 아빠는 제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더니 공실이를 향해 천둥 같은 목소리로 공실을 불렀습니다. “이공실!!!” 하지만 공실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비집고 들어가더니 ‘메롱’ 하면서 반대편으로 달려나갔죠. 아빠가 한발 늦은 겁니다. 그런데…… 그때……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이 펼쳐졌어요. 아빠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공사장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은 겁니다. 순간, 딸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노구를 날리던 리암 니슨이 보였죠. --- 「테이큰」 중에서

엄마는 씨익 웃더니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얘야, 얘!” “완전 귀엽다!” 탄성이 절로 나왔죠. 핸드폰 액정에서 솜뭉치 같은 강아지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흰 털은 군데군데 흙이 묻어 지저분한 갈색으로 보였지만, 귀여움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아빠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결국 항복. “공실이보단 낫겠지.” 이름은 당연히 공효진 배우 덕후답게 ‘이동백’으로 정했어요. 그때 한창 〈동백꽃 필 무렵〉이 유행했거든요. 저와 아빠는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센터는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아래층에는 반려견들이 모여 숙식하는 방이 따로 있었습니다. 저와 아빠는 위층으로 올라가 서류를 작성했어요. 여러 조항이 있었는데, 그중에 ‘절대로 파양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어요. 덜컥 겁이 났죠.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와 동백이를 만나자 걱정은 다짐으로 변했습니다. 동백이는 저한테 곧장 달려오더니 청바지에 오줌을 흘릴 정도로 사람을 좋아했어요. 정말 사랑스러웠죠. 저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요. 동백이가 받은 상처를 보듬어주겠다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 「웰컴 투 마이 홈」 중에서

댕댕이가 사고 치지 않나 감시하려고 설치한 CCTV 시청이 얼마 안 가 아빠의 취미생활이 되었습니다. 아빠는 걸핏하면 핸드폰에 CCTV 화면을 틀고는 제 얼굴에 들이밀었습니다. 겉으로는 “아우, 털! 저 털 북숭이!” 하며 공실과 동백을 타박하지만, 아이들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역시 울 아빠죠. 그런 것만 봐도 아빠는 정말 따뜻한 분입니다. 귀찮을 텐데도 365일 애들 똥오줌 누이고, 하루 한 시간 동네 산책하고, 목욕까지 시키는 건 온전히 아빠 몫이거든요. 가끔 두툼한 손으로 머리를 꾹꾹 눌러주기도 하고요(이게 아빠가 아이들을 쓰다듬는 방식이에요. 제가 보기엔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는 것 같지만 말이죠). 아빠는 투덜이 스머프처럼 행동하면서 뒤에선 사소한 것까지 다 챙기는 츤데레입니다. 아빠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줄 꿈에도 몰랐어요! --- 「어딜 가든 CCTV」 중에서

공실이는 거의 매일, 틈만 나면 혼났어요. 정말 사소한 일도 포함해서 말이죠. 물을 바닥에 흘리면서 마셨다는 이유로, 밥알을 주변에 흩뿌려서, 속이 안 좋아서 토를 했다는 이유 등등. 공실이의 모든 행동거지가 아빠에게 못마땅했나 봅니다. 그러나……. 동백이가 오고 난 후 아빠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우리 귀여운 동백이 잘 잤쪄?” 믿기 힘드시겠지만, 맞습니다. 저희 아빠가 아침마다 동백이에게 건네는 아침 인사예요. 저는 동백이를 우쭈쭈하며 쓰다듬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공실이를 위로해요. 너한텐 내가 있잖아, 이런 의미로요. 가장 놀라운 점은 산책이에요. 아빠가 그 좋아하는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산책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금 공실이와 동백이는 아빠의 ‘산책 브로’랍니다. 아빠는 이제 “혼자 나가는 건 너무 심심해”라고 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반드시 나갑니다. “푸른아, 갔다 올게.” 아빠가 저에게 아침마다 건네는 이 한마디는 완전 달라진 우리 아빠의 일상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어느새 공실이와 동백이가 아빠의 하루를 일깨우는 동반자가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엄마랑 저는 뒷전으로 밀려난 존재가 되었답니다.
--- 「아빠가 달라졌어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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