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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최재천의 공부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EPUB
김영사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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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전주. 삶을 즐길 권리-최재천

1부. 공부의 뿌리: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제대로 교육을 생각할 시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배움과 깨움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자
나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수학의 민낯을 보다
수포자에서 수학 천재로 거듭나다
시험과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

2부. 공부의 시간: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간다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
스스로 길을 내며 방향 찾기
일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지키기까지
홀로 있을 때 생각은 자란다
1주일 앞서 한다

3부. 공부의 양분: 읽기 쓰기 말하기

친숙함을 낯설게 하는 전략
쓰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칸을 막는 ‘불통’과 삶을 나누는 ‘소통’
글쓰기가 키워내는 힘
공부의 한 축은 학습량
나의 생각이 자리 잡는 글쓰기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독서는 빡세게 한다
까짓것 당당하게 말한다
겁먹지 않고 들이댄다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간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오늘의 숙제

4부. 공부의 성장: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창의력은 경험에서 나온다
각자의 더듬이를 존중한다
마음이 가는 방향을 좇는다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않는다
온몸으로 뇌를 깨운다

5부. 공부의 변화: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

21세기 미래 지식 지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자
자연을 가까이하면 최소한 똑똑해진다
거름이 되고 꽃이 되고
우리는 왜 서로에게 배타적일까
승자독식 경쟁에서 공생으로
대학은 어떤 개혁을 준비해야 하는가

6부. 공부의 활력: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밥심은 우울의 처방전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
자존감을 높이는 기술
왕성한 활동의 비결
삶으로서의 배움

후주. 나의 공부 그리고 모두의 삶-안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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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2

崔在天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과학자의 서재』를 비롯하여 수십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과학자의 서재』를 비롯하여 수십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과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고,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비롯하여 4개의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열대의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내에 머물 때면 "알면 사랑한다!"라는 좌우명을 받쳐 들고 자연사랑과 기초과학의 전도사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어린이책에 과학적인 내용을 감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 교수는 영장류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출발하여 사회생물학, 생태학, 진화심리학 등 학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언제나 공부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꾼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 소개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으며,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통해 생물학적인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를 제시하여 극단적인 경쟁과 환경 파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인간의 그늘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통섭』, 『알이 닭을 낳는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알이 닭을 낳는다』, 『벌들의 화두』, 『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2019년 출간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의 총괄 편집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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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들과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14인의 석학들과 모색한 대담집 『오늘부터의 세계』 『내일의 세계』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펴낸 책으로는 놈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리베카 솔닛을 비롯한 30여 지성들과 나눈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어크로스 페미니즘』이 있으며, 현대 미술의 거장 8인과 나눈 대담집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와 『이해인의 말』, 에세이 『나의 질문』이 있다. 최
21세기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들과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14인의 석학들과 모색한 대담집 『오늘부터의 세계』 『내일의 세계』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펴낸 책으로는 놈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리베카 솔닛을 비롯한 30여 지성들과 나눈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어크로스 페미니즘』이 있으며, 현대 미술의 거장 8인과 나눈 대담집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와 『이해인의 말』, 에세이 『나의 질문』이 있다. 최근 펴낸 『최재천의 공부』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샬럿 조코 백의 『가만히 앉다』, 틱낫한 스님의 『우리가 머무는 세상』, 사쿙 미팜의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를 우리말로 옮겼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가족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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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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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 38.00MB ?
ISBN13
9788934942085
KC인증

책 속으로

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이 일반인에게 신뢰를 받아 통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갈등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위정자들이 힘써 노력해야 하지요. 갈등의 골이 깊으면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p.39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성적을 내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요. 시험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죠. 제가 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험을 안 보는 방법을 택했을까요? 좋은 고등학교에 착실하게 다녔는데도 대학 입시에 두 번 떨어졌던 저의 현실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몇 년을 준비하고 재수까지 했는데, 왜 단 하루 만에 치른 시험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지어질까? 이 시험을 1년 내내 펼쳐서 하면 어떨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이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였습니다. 저는 긴 시간을 주고 평가하는 방식에서 제법 잘했어요. 우리는 여러 면을 평가할 수 있는데, 기준을 너무 한정시켜 평가합니다. 저는 한판 승부를 겨루는 시험을 없애고, 한 학생을 열몇 가지 부분으로 평가해요. 거의 매일 평가해야만 한 학기 전체 총괄 평가가 나옵니다. 교수 생활 내내 악착같이 했어요.
--- p.68

저는 ‘미리 한다’가 습관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1주일을 앞서 끝내고자 결심했는데, 처음엔 잘 안 되더라고요. ‘실제로 1주일이 있다’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연습하니까 자동 입력이 됐어요.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은 ‘1주일이나 2주일 전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됐어요. 미리 다 해놓습니다. 남은 기간 저는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30분 정도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그 일을 살펴봅니다.
--- p.102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 p.146

제 연구실에서, 또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실수한 사람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실수한 사람을 꾸짖지 않는다’라는 철칙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요. 제 경영 십계명 중 하나입니다. (…)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 실수를 별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수하면 완전히 그 동네에서 매장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가 제 결론이고요. ‘너무 겁먹지 말고 들이대라’가 제 조언입니다.
--- p.156

제가 통섭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 사회에서 ‘소통 없이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겁니다. 이제는 대다수가 주변인과 융합해야 한다고 느끼죠. 저의 딴짓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곤충학자, 어쩌면 신기한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갔을지 모릅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딴짓밖에 없어요.
--- p.191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 마치 ‘붙들고 가르쳐봐?’ 이런 고뇌를 하는 듯해요. 사실은 아니겠죠. 관찰하는 저의 감정이 이입됐을 텐데요.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계속 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 p.233

저는 기숙사 튜터를 하면서 들어주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7년 동안 학생들을 보살폈다기보다는 제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받았죠. 나중에 교수가 되어 큰 도움이 됐어요. 밥을 먹으면서 다짜고짜 ‘너 그러면 안 돼.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했을 리는 없잖아요.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캐내려면 말을 잘 걸어야 하죠. 내가 말을 많이 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자연스럽게 듣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 p.280

출판사 리뷰

최재천 교수가 작심하고 쓴 책
우리를 살게 하는 앎이란 무엇인가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 사랑을 실천해온 연구자이자, 인류의 삶을 관통하는 통찰을 제시해온 교육자, 최재천 교수가 꼭 쓰고 싶었던 책 『최재천의 공부』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2016년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우리 들꽃 포토에세이 공모전’ 시상식 사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무릎을 꿇고 상장을 전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훈훈한 울림을 주었다. 시상자는 바로 최재천 교수였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며 겸손을 실천해온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왜 지금 ‘공부’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대화를 거는 걸까?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 교육이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 “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 벌어져 겨우 서로의 안녕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늘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023쪽)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담론의 장을 열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국영수에만 집중하다가 전염병에 걸려 죽는 세상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는 성찰도 있었다.

이 책은 놈 촘스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리베카 솔닛, 마사 누스바움, 이해인 수녀 등을 인터뷰한 안희경 저널리스트와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1년 여에 걸쳐 나눈 대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간 우리 사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온 최재천 교수의 옹골찬 육성이 생생하게 담겼다.

공부의 뿌리에서 변화까지 살펴야 할 때
한결같은 외길에서 벗어나 철석같은 내 길을 찾기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까지 닿게 된다. 당장 손안에 돈을 쥐여주지는 않지만, 인생에 힘을 길러주는 책이 필요한 시대다. 최재천 교수는 입시 지옥에서 취업 지옥으로 이어지는 비참에서 벗어나는 궁극적 방법을 이제는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대안을 꺼내놓는다.

환경 교사를 일선 교육 현장에 배치해 “아이들에게 환경을 이해하고 관계 맺는 방식”(031쪽)을 알려주자. “일방 변론이 아니라 쌍방 숙론”(116쪽)이 주도하는 정치 플랫폼을 만들자.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대학을 일곱 번, 여덟 번 다녀야 한다.”(266쪽) 시험과 평가가 바뀌면 교육이 달라질 수 있고, 직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를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사는 법이 있을까? 최재천 교수는 이것저것 찔러보며 끈덕지게 탐색하고, “뒤져보고 찔러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면서”(283쪽)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요것조것 파헤치다 보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을 넌지시 일러주는데, 인생 설계도를 완벽히 세우지 않아도 좋다고 설파한다. 인생은 직사각형 벽돌을 쌓듯 착착 쌓아가는 건축물이 아니라 모난 돌 둥근 돌 큰 돌 작은 돌이 균형을 잡으며 완성되는 유기물이기 때문이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083쪽)

‘N잡러’ 시대, 정말 딴짓을 해도 되는 것일까? 최재천 교수는 “그래도 된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그의 말이 믿음직한 이유는 그 역시 젊은 시절 여러 번의 실패, 여러 번의 도전, 여러 번의 방황을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감해야 하기도 합니다. 한 시간 안에 모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삶을 평생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식하고 숙고할 시간이 충분히”(064쪽) 있다면서 딴짓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기숙사 사감을 하며 배운 것
서울대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까지 교수로 생활하며 겪고 느낀 것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교에서의 생활은 최재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를 만났고, 공부의 비결이자 일 잘하는 비법을 터득했다. 바로 1주일 전에 해야 할 일을 미리 해치우는 것. 그는 1주일 전에 할 일을 미리 끝내고 틈날 때마다 여러 번 조금씩 고치는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런 습관 덕분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지점인 토론하는 법도 하버드대학교에서 깨우쳤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식”(065쪽)의 토론이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159쪽)가는 토론이 진정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풀어놓는다. 그런 그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는 시간만큼 홀로 있는 시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함께 모여서 해야 할 일도 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조사하고 읽는 시간”(095쪽)에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읽기, 쓰기, 말하기’의 힘이 중요한 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그의 방법론은 색다르다. 그는 글을 쓸 때 1주일 전에 초고를 쓴 뒤 “한 50번”(112쪽) 퇴고하면서 숨쉬기 편한 문장을 만든다. “취미 독서”(146쪽)가 아닌 “기획 독서”(147쪽)를 빡세게 하자고 권한다. 무엇을 어떻게 쓰고 읽어야 할까에 관한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책 읽기에 대해 강연할 때 저는 코끼리가 똥 누는 사진을 화면에 띄웁니다. 코끼리 똥 실제로 보신 적 있으세요? 어마어마합니다. 들어간 게 있어야 나오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은 독서를 안 하는데도 글을 제법 쓴다고 말해요.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많이 읽은 사람들이 글을 잘 써요. 읽은 내용을 기억해서 베끼는 게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합니다.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134쪽)

공부란 한 사람과 한 세상이 아름답게 살기 위한 노력
도발적 질문에서 통섭적 혜안까지 담긴 책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년간 최재천 교수는 승자독식 사회에 일침을 놓으며 “군림(君臨)이 아니라 군림(群臨)해야 한다”라는 지론을 펼쳐왔듯, 이 책 속에서 1인자가 독선으로 사로잡혔을 때의 폐단과 모두가 공생하는 삶의 중요성을 동물 세계에 빗대어 들려준다.
“침팬지 사회를 예로 들면, 동맹을 맺은 여러 수컷이 기존의 알파 자리에 있는 수컷을 두들겨 패 무너뜨리고, 바로 그 동맹관계에 있는 수컷 중에서 하나가 새로운 우두머리를 차지합니다. 우두머리 침팬지가 협력한 동료 침팬지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으면, 동료 침팬지들이 다시 다른 침팬지들이랑 동맹을 맺고 호시탐탐 노리다가 우두머리 침팬지를 몰락시킵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거죠.”(258~259쪽)

코로나19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면서 나와 내 가족부터 살고자 하는 태도는 나와 내 가족조차 살리지 못하는 자세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질투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따돌리지요. 충분히 아는 사이에선 대개 그런 짓을 못 하잖아요.”(238쪽) “손을 잡은 자들이 미처 손도 잡지 않은 독불장군을 몰아내고 함께 사는 곳”(010쪽)이 자연이라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슬기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깨우치게 된다.

『최재천의 공부』는 다독임을 넘어 행동하게 만드는 인생 공부 책이다. 책에는 이런 메시지가 스며 있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바닥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인간 사회 자연을 알아가려는 기꺼운 노력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기 위한 분투다.

이 책은 안희경 저널리스트의 밀도 높은 질문과 최재천 교수의 가감 없는 답변으로 이루어졌다.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두 저자의 질문과 답변이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독자는 서서히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자연계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온 그의 삶이 깃든 공부 이야기”(297쪽)가 당신의 일상에 “은근한 변화”(297쪽)를 일으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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