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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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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 키링(샤크/에리카 코치 2종 중 택1, 포인트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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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26g | 130*185*21mm
ISBN13 9791168123380
ISBN10 116812338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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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몸과 친하지 않습니다. 여자들에게 몸은 다그치고 조이고 깎아내야 하는 끝없는 담금질의 대상입니다.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향한다는 그 길은 말도 안 되게 좁고 가파릅니다. 과연 실제로 그 길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건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 왜 유독 여자들만 다른 길엔 눈이 가려진 채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 것일까요? 그 생각이 과연 철저히 개인의 내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을까요? 경주마가 스스로 눈가리개를 쓰는 것이 아니듯, 여자들을 한 방향으로 몰아붙인 것도 여자의 외부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살아온 날을 들여다보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모르게 떼여버린 근력의 존재를 알아차리길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떼인 근력, 우리가 찾아드립니다.
--- p.6~7 「프롤로그 눈 감으면 근력 떼어 가는 세상에서 내 몸 똑바로 챙기기」 중에서

이렇게 발달한 사회에서도 여자는 각종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크고 작은 차별을 겪고, 연약함이라는 코르셋을 강요당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물리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장미란같이 강력한 여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진짜 이유는 ‘여자가 남자보다 반드시 약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p.39~40 「그 남자애가 좋아서가 아니라」 중에서

나는 세일러 마스를 좋아했다. 전투에 방해가 될 만한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전투는 물론 일상생활조차 힘겨울 짧은 치마와 코르셋 톱, 하이힐 차림을 한 외양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연습장에 세일러 마스를 따라 그리면서 나는 심지어 원작보다도 더 여체를 왜곡했다. 가슴은 더 크게, 허리는 더 얇게, 치마는 더 짧게. 하지만 팔다리는 더 더 더 길게. 그게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원작도 이런 모습이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과연 코르셋엔 ‘빠꾸’가 없었다. (…) 그들의 그려진 다리에 감탄하다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으면, 내려다보이는 내 허벅지가 너무나 펑퍼짐하고 추해 보였다. 나는 왜 이렇게 허벅지가 두꺼워서 이렇게 여백 없이 딱 붙어 있는지. 나는 변기 위에서 손날로 허벅지 안팎을 톱질하는 시늉을 해보며 이만큼 잘라내면 딱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 p.74~75 「세일러문이 되고 싶어」 중에서

사회란 한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분명 개선되는 중이지만 예전보다 더 나빠진 면도 있다. 한쪽에선 탈코르셋 운동이 일어남과 동시에 다른 한쪽에선 ‘먹토’와 ‘씹뱉’이 유행인 것처럼(유추하기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먹토’는 먹고 토하기, ‘씹뱉’은 씹다가 뱉기라는 뜻이다. 굶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와중에 음식에 대한 갈망을 해결하는 슬픈 방법들이다). SNS로 침식되기 쉽다는 점에서 지금의 어린 세대들은 나쁜 영향에 더 취약하다. (…) 비슷하게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내 또래가 ‘마름’으로써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면, 그것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사회와 미디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어른들이 나서주어야 한다. 그 어떤 미적 가치보다 나를 돌보고 내 건강을 지키려는 일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해치는 것은 절대로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을 ‘말라서 아름답다’는 메시지보다 더 많이, 자주 전시해야 한다.
--- p.78~79 「세일러문이 되고 싶어」 중에서

나는 빻은 주제에 조용하거나 침착하지도 않은, 굉장히 나대는 타입이어서 과 방에서 그 언니와 마주쳤을 때 기어코 직접 언니에게 물어보고 말았다. “언니 요즘 왜 운동해요? 언니 말랐는데.” 그 언니는 이제 대학원에 진학할 준비를 하 는데 공부할 체력이 부족해서 운동을 한다고 대답해줬다. 그 대답은 나의 의문을 전혀 해소해주지 못했다. 우문에 현답을 줬는데 너무나 우매해서 그 현명한 대답을 받아먹지도 못한 것이다. 나의 새로운 의문은 이거였다. ‘공부랑 운동이랑 무슨 상관이지?’
--- p.145 「운동 왜 해?」 중에서

항상 박스 전체 상위권을 차지하게 되자, 누군가 이제 대회에 나가도 되겠다고 했다. 그에 대한 나의 첫 대답은 대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크로스핏 누가 제일 잘해요?”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p.153 「저 이거 못 할 것 같아요」 중에서

무엇이 나를 이렇게 크로스핏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내가 빠진 것이 왜 복싱도, 헬스도, 춤도 아닌 크로스핏이었을까 생각하다 보면 거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는 어디에서건 내 몸이 거울에 비치는 게 싫었다. 거울에 비치는 나의 몸은 내가 원하는 몸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고, 창피했다. 그래서 계속 포기해왔던 것 같다. 헬스든, 복싱이든, 춤이든. 그땐 정확히 그런 이유라는 걸 몰랐지만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랬다. (…) 다른 운동을 쉽게 포기하고 빠르게 그만두는 이유를 정확히 몰랐듯, 내가 유독 크로스핏에 몰두하게 된 이유도 정확히 몰랐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되니 이거였구나 싶었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그리고 자유로움.
--- p.154~155 「저 이거 못 할 것 같아요」 중에서

“에리카 씨, 잽잽 원투 할 줄 알아요? 해봐요.”
(‘내가 여기서 왜?’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잽잽 원투.)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어깨가 다 빠졌잖아요! 무
게중심도 흔들리고.”
“주임님 복싱 같은 거 배우셨어요?”
“아니요~. 근데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다 알아요.”
(…)
‘남자들은’이라는 말은 여성 전용이다.
--- p.177~178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중에서

그러다 뜻밖에도 샤크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지척에서 본 샤크는 멀리서 볼 때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다채로웠다. 나도 나지만,샤크 같은 애는 정말 샤크뿐이었다. 게다가 샤크의 존재는 여성주의 면에서도 대단히 이로웠다. 두껍고 강한 근육, 엄청난 운동 능력, 보수적인 ‘여성스러움’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듯한 외양. 샤크는 기존 사회 관념상 여성의 프레임을 박살 내면서도 스스로 여성임을 조금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남자를 선망하거나 남자처럼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서’ 강하고 당당했다. 샤크는 그 자체로 사회적 여성상의 확장이었다. 샤크는,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 p.263~264 「너 유튜브 해야 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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