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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투쟁

왼손의 투쟁

: 시와 사랑에 대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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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52g | 135*215*12mm
ISBN13 9791197873003
ISBN10 119787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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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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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앞으로 올 ‘좋은 시’에 관해서 나는 이야기 할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미래의 소관이며, 시는 언제나 하나의 돌출적인 사건이고, 따라서 시의 효과, 그러니까 여하한 방식으로 시에 관해 논한다는 것은 언제나 사후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좋은 시’에 대한 절대적인 판단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월권이기 때문이다.
--- p.18

나는 ‘본질’이나 ‘선험’, ‘고정 불변하는 자아’, ‘실체’ 같은 단어들을 조심스럽게 회의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잠정적’이라든가 ‘당분간’ 같은 어휘를 쓰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개량주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 p.19

그러니까, 무한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유한자로서의 현실을 등한시하거나 일시적인 쾌락에 사로잡혀 영원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변화에 열려 있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일에 자기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일에 자기도 모르게 집중하는 일이란 이제까지 사회가 나에게 가르쳐준 언어가 거짓일지도 모른다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일이라는 것, 내가 상상도 못 했던 어떤 일이 이 세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며 그것이 나의 눈앞에 닥칠 사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해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을 나의 오른손과 왼손의 화해와 투쟁을 통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 p.24

그는 별로 비상한 인간이 아니라서/ 조만간 더 많은 밀린 일을/ 처음 해보는 일들을 해치우게 될 것이다/ 하고 싶은 일들이 없어졌어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어졌어/ 해야 하는 일만 남아서 어이,/ 이것이 삶이란 말인가
--- p.58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은 미학의 시작이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은 미학과 윤리의 숙명적인 동반을 암시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았어야 했다. 더 멀리 갔어야 했다.
--- p.141

미학적 분리주의는 자기모순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지만, 광범위한 자기분열을 방치함으로써 커다랗고 정교한 멍청이를 만들어낸다. 현대의 예술가는 점점 자기 지시적이고 비평적이 되려는 경향이 있다. 낭만주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는 기술을 연마하고, 사라진 천재의 이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인이 되려 한다. 하지만 때때로 그는 여전히 자신이 천재가 아닐 가능성에 사로잡혀 깊은 밤, 머리를 쥐어뜯는다.
--- p.143~144

‘나-독자’는 실망하고, ‘나-시인’은 눈을 가리고, ‘나-비평가’는 이 기획을 원망한다. 이건 협잡이야. 내 오른손으로 하여금 왼손을 쓰다듬도록 하는 협잡이다. 다만, ‘내 안의 그들-우리’ 모두는, 첼란이 고통 속에서 강물에 뛰어들 때조차, 거대하고 비겁한 멍청이를 포함한 이 세계, 자신에게 환호와 모욕과 위협을 가했던 이 세계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 p.14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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