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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보통 일베들의 시대

: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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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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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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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86g | 140*210*30mm
ISBN13 9791168730250
ISBN10 116873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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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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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하지만 일베는 달랐다. 이들은 딴지일보를 위시한 정치적 패러디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스스로 젊음을 ‘인증’하며 자신들이야말로 깨어 있는 일등시민이라는 확신을 사방에 퍼뜨리고 다녔다. 보수 또는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실존한다는 놀라움, 실존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심지어 젊다는 반전, 그들의 행동이 자발적이라는 데서 오는 당혹, 특히 범진보 진영의 입장에서 행해지던 비판과 풍자의 칼날이 정확히 반대 방향을 향한다는 충격, 정의와 공정 같은 민주적 가치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데 대한 분노에 이르기까지, 일베는 그 등장과 함께 한국 공론장에 거대한 혼돈을 불러온 진앙지가 되었다.
--- p.8

논문이 발표된 2014년에서 지금 이 글을 쓰는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일베는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일베 데이터를 분석하는 2장에서 깊게 논의하게 되겠지만, 한국 사이버공간은 메갈리아와 TERF(트랜스젠더 배제적인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대두와 함께 거대한 균열을 맞이했다. 한때 불구대천의 원수와도 같던 일베와 루리웹, 인벤 등의 커뮤니티는 ‘반페미’의 깃발 아래 ‘국공합작’을 하여 언론이나 정당, 기업 등에 맹폭을 진행했다. 하지만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이 일베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 p.16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일베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니, 일베의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었다. …… 급기야 0선 중진이라는 ‘진기록’을 쓴 이준석이 보수정당의 당대표가 되더니,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시한 현란한 성별 편 가르기와 혐오 선동으로 정치적 재배열(realignment)을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위논문을 작성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그 글에 생명력이 남아 있다면 바로 이런 지점들 때문이다.
--- p.17~18

이 책에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일베적 혐오의 구조 또는 기원을 이해하고 현재 강고해 보이는 혐오 선동을 파훼하는 여러 불쏘시개 중 하나로서의 가치일 것이다.
--- p.21

일베란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누군가는 한국형 극우주의의 발흥이라 보았고, 누군가는 일본의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나 일본의 유명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니찬네루(www.2ch.net)와 같은 인종주의적 공간이라고도 했으며,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모인 호모소셜(homo social)의 공간이라 말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들이 성립하기 전에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일베의 존재 형식, 즉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로서의 문화적·역사적 맥락이다. 앞으로 지겹도록 확인하겠지만, 일베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다.
--- p.27

웃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구성된 경쟁체제에서 윤리적·도덕적 잣대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고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웃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이외의 가치는 우스운 것이 된다. 더 많은 주목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어그로’라 할 때, 이를 비난하거나 과도한 주목경쟁을 개탄하는 사람들은 ‘씹선비’가 되는 것이다.
--- p.69

이제 본격적으로, 일베의 ‘담론 구조’를 살펴볼 차례다. 이를 위해 이 장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의 일종인 텍스트 분석을 진행할 것이다. 이 분석에는 최초의 일베 게시물이 생성된 2011년 5월 28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총 81만 1,327건의 일베 게시물 전수가 수집·사용되었다.
--- p.85~86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토픽은 결혼 토픽이었다. 총 8,239건의 게시물이 해당된 이 토픽은 단순히 ‘결혼하고 싶다’ 따위의 의사 표명이나 ‘결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고민 상담이 아니다. 이후 3장의 게시물 사례 분석에서 확인하게 되겠지만, 적지 않은 이용자들, 특히 기혼자들은 ‘김치녀’와의 결혼을 극구 말리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사흘에 한 번은 패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낸다. ‘시녀’와 같은 키워드는 결혼해봤자 아내의 시녀가 될 뿐이라는 일베 이용자들의 자조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2021년 하반기 온라인에서 떠돈 ‘퐁퐁남’ 또는 ‘설거지론’을 예비한다.
--- p.132

이들은 북한이라는 외부의 적을 겨냥한다면서도 실상은 내부의 적인 ‘종북’에 더 많은 냉소와 분노를 표출한다. 내부의 적을 향한 증오는 호남에 대한 멸시와 결합되어 5·18 수정주의로 발전한다. 5·18에 대해 북한군, 다시 말해 외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반골 기질’을 가진 ‘홍어’들의 ‘폭동’이라고 깎아내리는 양면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주의적 포섭의 대상으로서 여성을 향한 맹비난을 쏟아낸다. 요컨대 일베적 혐오는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존재로서 내부의 타자들을 향한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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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이버공간에서 정치나 사회의 실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소와 가차 없는 조롱이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징징거리지 마.” 그렇게 고통을 말할 수조차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김학준이 이 책에서 말하는 ‘고통의 평범 내러티브’다. 최근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시켰어? 네 선택이니 책임도 네가 져야지. 한강 물 따뜻해.” 그렇게 사람이 ‘망한’ 이야기, 사람을 ‘망가뜨리는’ 이야기에 가장 열광하는 사회가 된다.

열광은 ‘웃음’을 가장하여 전달되지만 메시지는 강력하다. 그 메시지란 사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므로 홀로 ‘강력크’해지기를 포기한 약자들은 도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이들을 색출하고 박멸하여 국가를 지키는 것, 그것이 정치가 된다. 능력주의와 각자의 책임론, 그리고 자유인이라는 성숙한 개인에 대한 담론이 사이버공간에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며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구에서도 볼 수 있는 세계적 현상이다. 이 책을 ‘안전’하게 타자화된 일베라는 ‘작은’ 서클에 대한 이야기로 읽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문제화된 집단’을 문제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전개되고 있는 정치와 그에 따른 사회적 삶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 엄기호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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