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인간을 지탱하는 힘은 신의 은총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이다.”
끊임없는 의심을 통해 확신의 철학으로 나아간 데카르트,
진리 탐구를 위한 ‘참된 방법’을 정립하다
서양 근대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는 신의 가호가 사라진 어둠의 시대, 팽배한 우유부단과 회의주의에서 벗어나 은총의 빛이 아닌 이성의 빛에 주목하여 절대적 진리를 모색한다. 그는 난로방에서 성찰을 통해,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것은 모두 거짓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방법적 회의’를 고안해내고, 마침내 “나는 사유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회의론자들의 의심과 억측에도 흔들리지 않을 확고한 진리로 확신한다. 데카르트는 출간된 그의 첫 저서이자 자전적 에세이 《방법서설》에서 명증성의 규칙, 분해의 규칙, 복합의 규칙, 열거의 규칙을 진리 탐구를 위한 참된 방법으로 정립한다.
이 책은 《방법서설》과 더불어 진리 탐구의 방법이 더욱 상세히 개진된 《정신지도규칙》을 함께 엮어 데카르트의 방법론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제3판은 상세한 주해가 가장 큰 특징이다. 본문에서 이 책이 원전으로 삼은 샤를 아당과 폴 타네리의 ‘데카르트 전집’ 원서 페이지를 표기했으며, 1,000여 개 이상,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주해에서 주요 문장과 단어의 원어를 상세히 밝혔다. 또한 페르디낭 알키에, 에티엔 질송, 장-뤽 마리옹, 아르튀르 부케나우, 뤼더 게베, 하인리히 슈프링마이어, L. J. 벡, 더글라드 머독, 마타오 노다 등 전 세계 데카르트 연구자들의 역서와 연구서를 비교 참고해 역어를 채택한 이유와 학술적 배경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여 데카르트의 텍스트를 적확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방법서설》
청년 데카르트, 절대적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다
소년 데카르트는 삶에 유익한 확실한 지식에 대한 열망을 품었다. ‘글공부를 통해서’ 얻지 못했던 ‘이득’을 ‘세상 속에서’ 찾으리라 결심한 그는 9년 동안 몸담은 학교를 떠나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세상 속에서 ‘선례와 관습을 통해 얻은 지식을 너무 확고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운 청년 데카르트는 이번에는 저잣거리를 떠나 ‘자신 안에서’ 공부하기로 한다. 그 첫 번째 성찰은 한 난로방에서 이루어졌다. 기존의 학문들이 이룩한 것을 헐어버리고 “모든 것을 뿌리째 뒤집고 최초의 토대들에서 새로 시작할 것”이라 선언한 그는, 끊임없는 의심을 통해 “나는 사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를 확신하기에 이른다.
데카르트가 자신의 학문적 생애를 되짚어 쓴 자전적 에세이, 《방법서설》은 데카르트 자신이 강조하듯이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논문’이 아니라, 진리 탐구를 위해 자신이 설정한 방법과 그 결실을 ‘보여주기 위해’ 쓴 글이다. 당시 학자들의 학술서는 라틴어로 쓰였던 데 반해, 이 책은 대중의 언어인 프랑스어로 쓰인 철학서이다. 또한 형이상학적 지식 및 자연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건강 유지와 기술 발명 등 실용 지식을 다루고 있다는 점, 기존 학문을 전복하고 새로운 학문적 기반을 세우려는 데카르트적 혁명을 피력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특히 ‘양식 혹은 이성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다’라는 《방법서설》의 첫 문장은 사상 영역의 ‘인권선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신지도규칙》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하다.”
《정신지도규칙》은 《방법서설》보다 8년이나 앞선 1628년경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카르트의 초기 저작으로 미완성의 작품이다. 1678년경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고본이 독일 하노버대학 도서관에 있던 라이프니츠 유고 속에서 발견되었으며, 1701년에 이르러서야 다른 저서들과 더불어 암스테르담에서 《데카르트 유고, 자연학 및 수학》에 라틴어로 수록되어 출간되었다.
데카르트는 《정신지도규칙》을 통해 인간의 이성을 올바르게 이끌어 모든 학문 분야에서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일련의 규칙으로 제시하려 했다. 제1장에서는 학문과 방법의 이념을 밝히고, 제2장에서는 수학을 다루며, 제3장에서는 자연학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
《정신지도규칙》에서 다룬 주제들은 《방법서설》과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을 거쳐 《철학의 원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후 저작에 두루 나타난다. 《방법서설》에서 다룬 방법의 네 가지 주요 규칙은 《정신지도규칙》에서 전개한 학문과 방법의 이념에 관한 내용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데카르트의 후기 저작인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에서 진전한 신 존재 증명과 같은 형이상학적 원리는 《정신지도규칙》의 열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신지도규칙》은 데카르트 대표 저서들의 준비 원고로서 중대한 의미를 지니며, 따라서 형이상학과 자연학을 아우르는 데카르트 철학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꼽힌다.
“데카르트를 읽는 것은 곧 철학의 역사를 읽는 것이다.”
끊임없는 의심을 통해 회의주의에 도전한 혁명가 데카르트
데카르트가 살던 시대는 “우주는 무한”이라고 주장한 조르다노 브루노가 화형당하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중세의 기독교적 도그마와 근대과학의 희미한 서막이 공존하는 때였다. 신의 가호가 사라진 어둠의 시대, 상대주의와 회의주의로 우유부단이 팽배한 혼란의 시대를 마주한 청년 데카르트는 당시의 주류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기반으로 한 독단적이고 공허한 스콜라철학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신이 내리는 은총의 빛이 아닌, 인간 이성의 빛에 주목해 자신을 이해하면 두려움과 절망에서 벗어나고, 세상을 이해하면 희망과 확신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여기서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을 쓴 의도와 의의를 엿볼 수 있다. 《방법서설》은 학자들을 위한 학술서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을 위해 프랑스어로 쓰인 일종의 자서전이다. 또한 데카르트가 밝힌 바와 같이 《방법서설》은 갈릴레이의 재판을 보고 출간을 보류한 《세계 혹은 빛에 관한 논고》의 축소판이자, 기존 학문에 대한 평가와 도전이 담겨 있으며, ‘새로운’ 학문의 출현을 암시하는 책이다.
데카르트가 세상 속에서, 또 자기 자신 안에서 찾아낸 절대적 진리, 회의론자들의 의심에 맞설 확고한 진리는 역설적으로 끊임없는 의심, 이른바 ‘방법적 회의’를 통해 발견되었다. 데카르트는 마침내 “나는 사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절대적 진리로 확신하고, 이를 철학의 제일원리로 정립했다. 나아가 그가 “나는 모든 것을 뿌리째 뒤집고 최초의 토대들에서 새로 시작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대로, 제일철학 아래 형이상학 및 자연학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 데카르트는 사유의 확신자를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놓음으로써 근대의 철학적 주체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형이상학과 자연학을 아우르는 데카르트의 철학은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흄, 칸트, 사르트르까지 후세 많은 철학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바로 데카르트가 서양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이유다. 데카르트 연구의 권위자 장-뤽 마리옹이 “데카르트의 사유는 탁월하게 역사적”이라고 한 것처럼, 우리가 지금 데카르트를 읽는 것은 곧 철학의 역사를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문예인문클래식 시리즈
문예인문클래식은 철학?사상,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고전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펴냅니다.
―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르네 데카르트
― 《덕의 상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 루돌프 폰 예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