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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을 두드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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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40*205*20mm
ISBN13 9788954430159
ISBN10 895443015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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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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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할 수 없을 때는 침묵이 최고라고 준성 오빠는 말했다.
“침묵은 최고의 시야. 말해주어야만 아는 건 아주 조금 아는 거야. 마음으로 아는 건 전부를 아는 거지.”
돌칼로 사냥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위대한 백제를 세웠는가를 침묵으로 알아들어야 한다고 오빠는 말했다. 토성의 벼락 맞은 고목과 적석총의 침묵은 나에게 너무 버거웠다. 역사관에 진열된 세발토기, 고리자루칼도 무거웠다. 가장 무거운 것은 해골이었다. 유일하게 공개된 백제 시대 무덤 속에는 손을 잡고 누운 해골 두 구가 있었다.
“우리 둘이 누워 있는 것 같지?”
해골들의 침묵을 내가 알아듣기를 오빠는 소망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 무거운 소망이었다. 나 자신도 나를 잘 모를 때가 많았다. 때로는 내가 뭐든지 다 아는 어른 같고,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같았다. 부모님도 나를 이중으로 대했다.
- 넌 다 컸어. 몸도 마음도 어른이야. 네 일은 네가 책임져야지. 아무도 네 일을 대신해줄 수 없어.
- 넌 아직 아이야. 고등학생이잖아. 미성년자가 뭘 하겠니. 염려 마.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부모가 있잖아.
나는 내가 혼란스러웠다.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에는 아무도 곁에 없었다.
--- pp.78-79

생명은 다 귀하다고 엄마는 말했다. 엄마는 늘 묵주를 돌리며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기도했다. 방학 때에는 매 맞는 아내들의 쉼터 상담원으로, 미혼모 보호원의 자원 봉사자로 보수 없이 활동하고 이름 없이 기부했다.
“천 원이면 삼십 명의 아이가 물을 먹을 수 있어. 만 원이면 삼십 명이 빵을 먹을 수 있고, 십만 원이면 삼십 명이 공부할 천막을 지을 수 있어. 내가 번 돈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
사한 줄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나의 멘토였다. 천사는 악마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 (본문 81쪽)

“야, 돌배, 그거 왜 건드려! 돌려줄 건데.”
“적당히 까칠해라, 젓가락. 팔다리 몇 번 벌렸다고 돈, 돈 하는 거, 징그럽다.”
“뭐? 야, 니가 그렇게 고상한 척, 돈을 모르니까 여친이 도망가지. 애까지 버리고.”
영배가 입 안의 초콜릿을 차 바닥에 칵 뱉었다. 난희 쪽으로 몸을 돌리고 주먹을 쥐었다.
- 어쩔래, 이 겁쟁아!
난희는 가소롭다는 미소와 함께 영배를 노려보았다.
- 어떡해!
나는 갈두 오빠와 은우가 말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처음이 아닌 모양이었다.
- 애까지 버리고.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영배는 리틀 파파인데 능력이 없어서 모두 잃었다는 말이다. 나처럼 무능력해서 앵두알을 지키지 못했다는 말이다. 나는 영배를 다시 보았다. 껄렁해 보이는 어디에 가려진 아픔이 있는지 모르겠다.
--- p.113

아까 음악실에 들어설 때 난희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정말 난희의 장구 소리는 듣기 괴롭다.
“네가 뭘 두들기는지 알아.”
“참견 마.”
“누굴 두들기는지도 알아.”
은우는 난희가 자기를 두들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난희가 두들기는 건 이난희 자신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난희는 궁지에 몰린 엄마와 언니를 도울 수 없음을 자책하고 있다. 그 무력감을 나는 잘 이해한다. 나도 무력해서 내 몸의 앵두알을 지키지 못했다.
--- pp.127-128

- 다시 학교로……. 친구들은 삼학년인데 나는 이학년으로……. 애들이 눈치챘을 텐데, 선생님들도 다 알 텐데……. 갈 수 없어. 싫어. 집도 엄마도.
집과 엄마와 학교를 떠날 수는 있겠지만 러시아는 대안이 아니다. 몸은 러시아에 있는데 머릿속은 한국에서의 일로 꽉 차 있다. 싫어도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게 뻔하다. 매일 절벽을 내려가서 꽁치를 사오는 언니, 변비로 막힌 언니의 똥꼬를 후벼주는 여고생도 있다. 나도 내 무게만큼의 짐을 등에 업어야 할 것이다. 엄마가 칠십 킬로그램에서 팔 킬로그램을 빼면 그 무게를 내 등에 업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pp.145-146

- 이 호수의 끝은 어디일까. 바다일까. 러시아 어딘가에 있다는 죽음의 바다. 염도가 높아서 생물이 살지 않고, 몸이 저절로 떠다닌다는 사해일까. 모든 것은 끝이 있을 것이다. 모든 관계는 시작 속에 이미 끝이 있다고 준성 오빠는 말했다. 첫줄을 쓸 때 끝줄이 마련되어 있는 시처럼, 시작하는 때에 이미 끝나는 때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 오빠와 나의 끝은 어디일까. 이미 끝난 것일까.
오빠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고통을 찾아다니는 시인이었다. 예술가는 자신의 몸과 영혼, 필요하다면 주위 사람까지 불쏘시개 삼아 창작한다고 했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피카소의 명화고, 베토벤의 명곡이라고 했다.
- 나도 오빠의 불쏘시개였을까. ……설마.
물속은 아늑하다. 햇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몸이 가라앉을수록 아늑하다. 물풀이 순모 스웨터처럼 내 몸을 감싸 안는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느낌이다. 울컥, 얼굴이 뜨거워진다.
- 태어나서 단 한 번이라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엄마에게 받은 건 잔소리뿐이고 준성 오빠에게 받은 건 핏덩이뿐이다. 나의 아기에게만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려고 했다. 만나기 전에 헤어진 아기.
- 아가야, 미안해.
어디선가 징소리가 들려온다. 물에 빠진 혼백을 건진다는 징소리다. 정말 징소리는 깊은 물속에서 더 잘 들리는 것 같다.
- 쿵쿵쿵쿵.
징소리가 아니다. 심장 소리, 아기의 심장 소리다.
--- pp.164-165

“주고 싶은 게 있어. 눈 감아봐.”
나는 오빠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오빠는 내 두 팔을 잡고 의자에서 일으켰다. 조심조심 걸어서 침대에 가만히 나를 앉혔다.
“눈떠, 다이몬.”
“어머!”
떴다가 순간적으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오빠의 배꼽, 젖꼭지는 망막에 남았다. 정신이 아득했다.
“내 심장이야.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아빠는 여름에도 긴 잠옷을 입었으므로 나는 한 번도 남자의 가슴을 본 적이 없었다.
“내 심장은 네 거야. 심장을 꺼내서 보여줄 수 없으니까 심장이 들어 있는 몸을 보여주는 거야. 사실 나도 되게 쑥스러워. 이런 일은 처음이거든. 하지만 너에게만은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아. 내 시도, 내 마음도, 내 몸도 전부 네 거야.”
내가 안 보려고 하니까 오빠는 내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 집에 갈래요, 오빠. 엄마가 걱정하실 거예요.
나는 일어나려고 했다. 얼른 집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이 화끈거렸다.
? 이러면 안 돼. 얼른 이 방을 나가야 돼.
오빠는 내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내 힘으로는 뿌리칠 수 없었다. 내 손은 나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너도 다른 커플들처럼 커플링하고 싶다고 했지? 커플링은 언젠가는 잊어버릴 수 있지만 내 심장은 그렇지 않아. 내 심장이 이렇게 뛰는 건 너를 부르는 소리야.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에게 와. 내 심장으로 들어와, 다이몬.”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플라토닉 러브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걸 모를 만큼 어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빠와 함께 있고 싶었다. 정말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자의 몸이 궁금하지만 직접 만지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범죄처럼 여겼다. 그런 짓은 경아처럼 아이큐 모자라는 아이들이나 기분 내키는 대로 벌이는 일이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는 그냥 오빠와 이야기하면서 같이 있고 싶었다. 집으로 가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집 생각만 해도 부모의 말다툼 소리가 들리는 듯 어지러웠다. 나만 없으면 싸울 일도 없을 것이란 생각만 했다.
--- pp.186-188

난희의 손가락들이 내 손을 잡는다. 소나기를 싫어하는 걸 아는가 보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는 괜찮지 않다. 벌써 빗속에 서 있는 기분이다. 나는 다시 아랫입술을 안으로 말아서 이빨로 깨문다.
“우산을 너무 깊이 넣었어. 트렁크 바닥에.”
“그깟 비, 맞으면 되지, 우산은 왜 찾아.”
“비, 싫어. 축축하고…… 기분 꽝이야.”
“기분 꽝이라니, 나랑 반대네. 난 빗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업돼. 소나기를 맞으면 기분 짱이야. 빗줄기가 내 몸을 두드리잖아. 빗줄기가 나를 두드리는 동안 난 모든 걸 잊어! 우박, 천둥, 번개, 장구 소리 같은 소나기…… 완전 사물놀이야. 하늘의 사물놀이!”
난희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한다. 나도 즐기고 싶다. 모든 일을 장난처럼 즐기고 싶다. 그렇지만 모욕 받으면 저절로 홍당무가 되듯이 어려운 일을 맞닥뜨리면 나는 긴장한다. 창피한 걸 즐길 수 없고, 공부를 즐길 수 없고, 소나기는 더더욱 즐길 수 없다.
---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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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었다. 단숨에 다 읽어버린 박재희의 소설.늘 그랬다. 잠시의 시간이 있으므로 잠깐만, 하고 펼쳤다가는 중요한 약속도 잊을 수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십대들과는 한참 멀리 있는 나이였음에도 몰입에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징과 꽹과리, 북, 장구가 마구 등장하여도 역시나 전혀 지장이 없었다. 아니, 사물놀이가 이 소설의 중요한 배경이었으므로 책읽기의 속도는 더욱 고조되었다. 단절되고 파열된 삶의 상처마다에 격렬한 타악기들이 거침없이 파고들며 앞으로 나가라고, 한번 나가보라고 마음을 두드렸다. 이런 소설, 내가 아는 한 박재희 말고 는 아무도 쓸 수 없다.
『징을 두드리는 동안』은 지금 막 인생이란 이름의 긴 터널에 진입하는 청소년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은 그냥 놓아두라고, 돌아갈 수 없는 과거 때문에 부디 추락하지는 말라고 당부하는 소설이다. 그 당부는 나에게도 참 유효했다. 우박과 천둥, 번개와 소나기는 하늘이 펼치는 사물놀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놀라운 전언 앞에서 문득 숨을 고른 것도 그래서 였다. 이런 문장을 청소년 독자들이 지금, 너무 늦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양귀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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